미셸 투르니에 지음 | 김화영 옮김 | 에두아르 부바 사진
쪽머리 곱던 할머니가 밤이면 툇마루에 나가 앉아 담배 피우던 시린 등이 기억난다. “엄마”하고 달려가 치맛자락 붙잡고 따라가는 친구의 가벼운 뒷모습이 나는 늘 슬펐다. 등 굽혀 부지런하셨던 시어머니의 뒷모습도 늘 어려웠다. 그러나 뒷모습이 마음부터 유쾌할 수도 있다. 여고시절, 뒷모습 보고 쫓아왔다가 얼굴 보고 도망갔다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깔깔거렸던 기억부터 난다. 물에 담긴 두 발로 파도를 잡으러 다니는 아이들의 뒷모습은 아직도 웃음소리를 낸다. 아이를 업고 트랙을 돌던 남편의 퍼런 뒷모습은 죽음을 각오하고 뛰어서 1등을 했다. 뿐인가 피카소의 조각품 그 뒤태의 불끈불끈한 색과 힘에 발을 옮기지 못했던 놀람도 있다.
뒷모습은 애처롭기보다 애틋하다. 외롭기보다 쓸쓸하다. 기쁘기보다 좋다. 뜨겁기보다 따뜻하다. 예쁘기보다 아름답다. 멋지기보다 듬직하다.
옮긴이 김화영 님의 번역이 좋아서 그를 따라 ‘뒷모습’을 보러 왔다. 그의 ‘뒷모습’이 궁금하다. 조용히 쫓아 가 볼 것이다. 느리광이 걸음이라도, 가다 보면 어딘가에 닿아있지 않을까.
뒷모습(VUES DE DOS) 양장
미셸 투르니에 지음 | 김화영 옮김 | 에두아르 부바 사진 | 현대문학 | 2020년 06월 10일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