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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 Jun 28. 2024

하얀 석유, 리튬

한국일보/ 글 정영오/ 그림 핀터레스트

주기율표에서 수소 헬륨 다음에 위치한 원자번호 3, 리튬은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금속이다. 리튬은 전기차 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이차전지 주요 소재이자, 항공기용 특수 합금, 의약품 등의 유용한 재료라 세계 각국이 물량 확보를 위해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어 ‘하얀 석유’라고 불린다. 리튬이 이렇게 귀중한 원소가 된 것은 다른 원소와 결합하는 강한 반응성 때문이다.

리튬은 조울증(양극성 기분장애) 치료제 주원료이기도 한데, 이 역시 강한 반응성 덕분이다. 매일 아침 사람 뇌의 뉴런 DNA에는 특정 단백질이 들러붙었다가 밤이 되면 떨어져 나가면서 생체리듬을 유지하는데, 그 단백질이 계속 붙어 있으면 생체리듬이 파괴돼 조울증을 일으킨다. 리튬은 인간 뇌 뉴런의 DNA에 들러붙어 있는 단백질을 떼어 놓는 역할을 해 생체리듬을 정상으로 되돌린다. 리튬이 함유된 지하수를 마시는 지역 주민 자살률이 평균보다 10배 이상 낮다는 연구도 있다.

리튬의 강한 반응성은 치명적 위험이 되기도 한다. 리튬은 주변 온도가 높아지면 대기 중 산소나 질소와 왕성하게 반응해 섭씨 1,000도가 넘는 고열을 방출한다. 또 가루가 피부에 닿으면 수분과 반응해 화상을 입힐 수 있고, ‘열폭주’가 일어나면 유독 가스를 발생시킨다. 이렇게 예민한 리튬은 휴대폰, 노트북, 전기차 배터리의 주 소재로 우리 주변에 자리 잡았지만, 때에 따라 얼마나 위험한 존재로 돌변하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20여 명이 숨진 화성 아리셀 화재도 리튬에 잠재된 위험성에 대한 인식과 대비책 부족으로 인한 참사로 보인다. 지난해 9월 호주 테슬라 에너지 저장장치에서 유사한 대형 화재가 발생하는 등 사전 경고가 있었지만, 불행히도 흘려 버렸다. 리튬 화재는 연소 확산을 저지하며 리튬이 산화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 외에 마땅한 진화 방법이 없다. 일반인은 발화 초기 불을 끄려 시간 끌지 말고 신속하게 대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하얀 석유’ 화재에 대처할 소방 시설 마련과 초기 대처 및 대피 교육이 시급하다.




< 나의 요약 >

주기율표에서 원자번호 3·리튬은 가장 가벼운 금속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이차전지 주요 소재다. 망간 전지나 수은 전지에 비해 수명이 현저히 길어 컴퓨터에 사용되고 있다. 또 에너지 밀도가 높아서 카메라나 전자시계 등의 전원으로도 사용된다. 가벼워 소형화 경량화가 가능하고 사용시간이 길기 때문에 그 사용범위가 넓다. 그래서 ‘하얀 석유’라고 불리며 귀한 대접을 받는다. 리튬은 조울증의 주 치료제이기도 하다. 뇌의 신경세포 뉴런에서 단백질을 떼어 놓음으로써 생체리듬을 정상으로 돌려놓는가 하면, 리튬이 함유된 지하수를 마시는 사람의 자살률은 평균보다 10배 이상 낮다는 연구도 있다.



그런데 이런 리튬은 역으로 치명적이기도 하다. 대기 중 산소나 질소와 반응하면 고열을 방출시킬 수 있고, ‘마법의 가루’라고 불리며 배터리 수명을 늘리지만 피부에 닿으면 화상을 입힐 수도 있다. 최근 경기도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는 ‘리튬 배터리 화재’다. 리튬 화재가 발생하면 일단 리튬이 산화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 외에는 따로 방법이 없다고 한다. 발화 초기에 신속한 대피가 최선이다. 물을 뿌려 진화할 수도 없다. 리튬은 특성상 물이 닿으면 수소가 발생하고, 발생한 수소는 산소와 만나 오히려 불이 커진다. 우리나라는 아직 금속화재에 대한 대책이 따로 없다. 서둘러 약제를 개발해야겠지만, 우선적으로 국민들에게 초기 대처 및 대피 교육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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