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도 나른한 날, 그 햇살 늘어지도록 자고 싶다.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고, 부드럽게 퍼지는 빛 속에서 나는 단순한 존재로 남아 흐름도 무게도 없이, 느긋함이란 원래 내 것인 양.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뒹굴뒹굴, 옷도 갈아입지 않고, 세수도 하지 않고, 머리를 감지 않아도 되는, 그냥 그렇게. 침대와 소파, 그리고 거실 바닥을 오가며, 그대로 녹아내린다.
달리가 그린 ‘시간의 영속성’이란 작품이 떠오른다. 맞다, 나도 달리의 시계처럼 그대로 늘어져 있고 싶다. 누워서 몸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바닥으로 깊이 흘러내려도 되는 날.
그냥 그러고 싶은 날이 있다.
녹아버린 치즈처럼, 뜨겁게 익어버린 인절미처럼 흐늘흐늘해져 그냥 한없이, 뭉개지고 싶은 날이 있다.
어제도 그러고 싶었다. 온전하지 않았지만,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 해야만 하는 일이 강박처럼 떠올라 갈등했지만, 우울해서였을까, 그러고 싶었다. 그래 봤다.
가끔은, 그냥,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고 싶은 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