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중정과 뒤란, 감각의 풍경

by 도간


교토의 중정을 볼 때마다, 정원이 있는 집을 짓는다면 그 중정을 그대로 옮겨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기와지붕이 이어진 좁은 골목을 따라 걷다 마치야 안으로 들어서면 바깥의 소음은 잦아들고, 뜻밖의 자리에서 중정이 펼쳐진다. 빛과 바람이 스며들고, 시간은 한 박자 늦춰진다.



중정은 몇 걸음이면 가로지를 수 있는 크기로, 외부의 시선과 분리되어 있다. 툇마루와 맞닿은 중정에는 나무 한두 그루와 짙게 깔린 이끼, 무심히 놓인 정원석, 형태와 크기가 조금씩 다른 디딤석이 층위 있게 배치되어 있다. 그 사이에는 비워 둔 자리가 있어, 시선이 그곳에 머문다. 교토에는 연못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규모가 작아 연못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츠쿠바이(蹲踞)라 불리는 돌확을 두어, 물을 대신한다.



중정은 처음부터 풍경을 감상하기 위한 공간은 아니었다. 채광과 환기를 위한 필요에서 비롯되었고, 집 안에 자연이 스며들었다. 방과 툇마루를 오가는 동선 속에서 계절의 변화가 스치고, 생활의 리듬을 잠시 늦추는 자리로 남았다.



툇마루에 앉아 마주할 때, 중정은 더 또렷한 모습을 드러낸다. 시선의 높이에 따라 같은 공간이 다른 모습으로 보이고, 그곳에 앉아 바라볼 때 시간은 한층 느리게 흐른다.



마치야에서 중정은 중심에 놓인다. 사람들이 오가는 한가운데에서 소란을 가라앉히고, 하루의 흐름 속에 잠시 숨을 고르게 한다. 마치야를 리뉴얼한 카페에서 커피를 기다리거나 멍하니 정원을 바라보고 있으면, 계절과 빛, 마치야와 자연이 겹쳐지며 생각보다 깊은 여운을 남긴다. 교토의 오가와 커피(小川珈琲) 같은 곳에서 그 감각이 또렷해진다.​



집에 따라 시선 너머로 오쿠니와(奥庭)라 부르는, 집 안쪽 깊은 곳에 놓인 정원이 이어지기도 한다. 사람의 발걸음이 쉽게 닿지 않는 그곳은 더 깊숙이 놓여 있고, 중정에서 읽힌 계절과 빛, 시간의 흐름은 집 안으로 이어진다. 니시키 시장의 다이야스(かき屋 錦・だいやす)처럼, 굴 요리를 내는 작은 식당에서도 그와 닮은 흐름을 만날 수 있다.



교토의 중정은 걸으며 느끼는 정원이 아니라, 창이나 툇마루에 앉아 바라보는 정원이다. 발을 들이기보다 가까이 두고 마주한다. 비나 눈이 내리는 날, 툇마루에 앉아 바라본 중정은 한층 깊어진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잎사귀의 색과 풀잎의 결, 빛이 머무는 시간의 길이가 집 안의 분위기와 겹치며 하루의 리듬을 만든다. 중정과 오쿠니와는 집 안 깊숙한 곳에서 뜻밖에 모습을 드러내며, 크지 않은 공간 안에 계절과 빛, 시간의 흐름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잠시 머무는 동안, 정원은 풍경이 아니라 시간이 된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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