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아래, 다다미의 기억

by 도간


무더웠던 어느 여름, 낮잠에서 눈을 뜨자 다다미 냄새가 희미하게 감돌았다. 마른 볏짚의 쿰쿰함, 습기가 남긴 그늘진 기운, 햇볕에 데워진 먼지의 온기.


일본에서 유학하던 시절, 나는 다다미(畳) 방에서 살았다. 학교와 가까웠고, 가격도 적당했다. 조건은 나쁘지 않았지만, 좀처럼 정이 붙지 않았다. 특유의 쿰쿰하고 눅눅한 기운이 싫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바닥을 밟고 지나갔는지 가늠할 수 없는, 오래 밴 기운이 불편했다. 산만했던 나는 자주 무언가를 흘렸다. 우유를 쏟기도 했다. 다다미 틈으로 스며든 흔적은 보이지 않게 남았다가, 시간이 지나 상한 냄새로 돌아왔다. 기억이 밴, 쉽게 사라지지 않는 냄새였다.



방을 떠난 지도 십수 년이 지났다. 문득 다다미 냄새가 되살아난다. 바닥의 감촉은 사라졌지만, 냄새는 시간을 건너 돌아온다. 기억을 붙잡고 있는 건 바닥이었다. 일본의 주거에서 바닥은 구조물이 아니라, 몸을 두고 시간을 쌓는 자리다. 한국의 온돌도 다르지 않지만, 낯선 공간에서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마치야의 바닥은 다다미로 이루어진다. ‘접다, 겹치다, 포개다’라는 뜻에서 나온 이름이다. 처음부터 방바닥 전체를 덮는 고정된 바닥이 아니라, 몸을 두기 위해 접었다 펼치던 자리에서 비롯되었다. 집 안의 생활은 다다미 한 장 위에서 시작해 그 위에서 마무리되었다.



다다미는 속을 볏짚으로 채우고, 겉을 습지에서 자라는 풀 이구사로 엮는다. 구조는 크게 세 층이다. 이구사로 짠 겉면과 볏짚을 채운 속, 그리고 가장자리를 감싸는 후치(縁)다. 겉면은 약 5~10년 주기로 갈고, 속은 심하게 상하지 않으면 그대로 둔다. 후치는 취향이나 집안 분위기에 따라 바뀐다. 그래서 ‘다다미를 교체한다’는 말은 전부 새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손에 닿는 면을 바꾸는 일이다.


교토 마치야에서 쓰이는 다다미는 결이 곱고, 가장자리 장식은 절제되어 있다. 새것의 매끈함을 앞세우기보다, 오랜 사용으로 남은 흔적과 변화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걷고, 앉고, 눕는 동안 다다미는 조금씩 눌리고 닳으며 색을 바꾼다. 가구가 놓였다가 옮겨진 자국과, 계절마다 달라지는 습기가 겹겹이 쌓여 배어든다.



전쟁과 기근을 거치던 시대, 성은 방어뿐 아니라 오래 버티는 삶까지 함께 고민해야 했다. 물자가 부족하던 시기에 먹을 수 있는 풀이나 줄기를 다다미에까지 엮어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사실 여부가 분명하지 않다. 다만 이런 이야기가 전해져 왔다는 건, 삶의 재료와 식량의 경계가 흐려질 만큼 절박한 시간을 살아왔음을 짐작하게 한다. 다다미는 그 시대의 감각을 집 안 깊숙이 받아 안은 자리다.


다다미 위에 발을 딛으면 온기가 느껴지고, 앉거나 눕기에 알맞은 탄성이 전해진다. 방의 크기는 다다미 장수로 가늠되고, 사람의 움직임은 그 위에서 정돈된다. 하지만 습기에 약하고 관리가 쉽지 않다. 무거운 가구가 오래 놓이면 자국이 남고, 흘린 것은 눈에 띄지 않게 스며들었다가 시간이 지나면 냄새로 돌아온다. 다다미의 편안함은 늘 손이 닿는 생활을 전제로 한다.


바닥의 성격은 기후와 생활 방식에서 비롯된다. 습하고 온난한 일본에서는 공기가 흐르도록 바닥을 띄우고, 몸을 그 위에 올린다. 반대로 한랭한 한반도에서는 바닥을 데워 몸과 열이 맞닿게 한다. 일본의 바닥이 숨 쉬는 표면이라면, 한국의 바닥은 열을 품는 구조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몸과 바닥을 이어온 선택은 주거 양식과 생활의 감각을 드러낸다.


다다미 한 장의 크기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달랐지만, 대체로 폭 약 90센티미터, 길이 약 180센티미터 정도였다. 오늘날에도 익숙한 비례다. 공사 현장 앞에 세워진 A 보드, 전시장 렌털 테이블, 사각 하이 테이블, 연회장에서 반복되는 테이블 규격, 가로등에 매달린 배너의 길이까지. 용도와 맥락은 달라도, 사람이 쓰고 머무르기에 무리가 없는 비례는 시대와 장소를 넘어 비슷한 수치로 모인다.




몸이 머무르고 움직이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길이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다다미는 일본의 바닥이지만, 그 위에서 형성된 몸의 감각과 비례는 특정 장소를 넘어 일상 속 흔적으로 이어진다. 교토의 다다미를 떠올리면, 걷는 면적이라기보다 층층이 쌓인 시간과 기억이 발아래에 놓인 듯 느껴진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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