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eriencing the golden years
2022 개정 교육과정으로 교과서 개편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네 ‘훈민정음’같은 세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사실상 대학에서 전공자가 아닌 이상 원서로 접할 기회는 전무하고 간단하고 짧은 이야기중에서 우리에게 교훈을 줄 만한 사회적 이슈가 되는 이야기들이 주로 소개된다. 그래서 시사성이 매우 높은, 그야말로 급변하는 시대상을 대변하는 내용들이 주로 담겨 있다. 잊혀지기 전에 능률 교과서의 노인 문제를 다루는, 인생의 황금기를 경험하는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Episode 1
27살의 댄스강사인 레지나와 34살의 욜로족인 요즘 말로 청년 백수인 트렌트라는 젊은 친구들이 Switching Ages (나이를 바꿔요) 라는 TV 쇼에 출연하여 그들이 깨달은 나이듦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이들은 아주 정교하게 분장할 뿐만 아니라 노인들의 걸음걸이, 말의 속도, 등을 자세하게 관찰하여 실제 노인들의 삶의 현장에서 그들과 함께 어울려 생활하게 된다.
레지나는 사실 나이듦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던 참가자였고 직업이 댄스강사인 만큼 젊고 활기차고 날씬한 몸매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피부미용에 그 누구보다도 관심이 많았고 자신의 81세 할머니댁에 방문하는 것도 꺼릴 정도로 노인들이 자신의 주변에 있는 것을 싫어했던 젊은 여성이었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주름진 자신의 얼굴을 보며 좁은 원룸에 홀로 지내는 것에 익숙해져야 했고 노인들이 주로 방문하는 식료품 가게에서 일하게 된다.
그동안 그렇게 꺼려했던 노인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그들도 자신과 같이 사랑에 빠지고 실연도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들과의 인연이 더해갈수록 그들의 흰머리와 외모는 보이지 않게 되고 진짜 친구같은 동년배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그동안 그토록 꺼려했던 나이듦을 이제 포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Episode 2
트렌트는 인생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나 야망 같은 것은 없고 말 그대로 YOLO(You Only Live Once) 족으로 34살의 나이에도 부모님 집에 얹혀 살며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싶을 때만 일하고 친구들하고 농구하고 놀면서 미래에 대한 기대나 계획은 무의미하고 현재의 삶에만 충실한 청년이었다.
트렌트가 노인 복장을 하고 생활하면서 평상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버스를 타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그런 자신을 포함한 노인들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짜증스런 시선들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그가 한때 일했던 카페에 들렀을 때도 주변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으며 자신이 마치 투명 인간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던 중, 콜롬비아로 여행을 가서 우연히 70대 후반의 부부가 살사댄스를 배우고 있는 것을 보고 트렌트는 인생은 무슨 일이 일어날 때까지 앉아서 기다리기에는 생각보다 훨씬 짧다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후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하고 살아야겠다고 결심하고 부모님 집에서도 독립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으로 변하게 된다.
코로나때였다. 아이들은 걸려도 쉽게 지나간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교실에서 마스크를 하지 않은 학생이 하나 둘 늘어가고 선생님들은 그런 학생들을 볼 때마다 마스크를 쓰라고 연일 훈육하던 시기였다.
“너는 괜찮아도 니가 바깥에서 어르신들한테 옮길 수 있잖아”
그랬더니 한 학생이 “초고령사회에 그럼 더 잘된 일 아니예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순간 엄청 당황했다.
우리 사회가 초고령사회를 노인이 너무 오래 살아서 문제라고 아이들에게 교육하고 있다는 현 주소였다. 그래서 노인의 생명에 대한 가치와 초고령사회의 부정적 인식만이 지나치게 강조되지 않았나 싶다.
어느 한 유투버가 뉴욕의 거리에서 70대 후반의 노인들을 인터뷰하면서 “나이가 드니까 젊었을 때랑 무엇이 가장 다른가요?”라고 질문한다.
그러자 한 노인이 “내 눈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당신을 바라보는 데, 당신은 나를 지금 쓸모없는 인간으로 바라본다는 것이 가장 달라요”라고 대답한다.
우리 인간의 삶이 유년기, 청소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 이렇게 분절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위의 그림에서처럼 마주하고 있는 아이와 할머니가 사실상 한 사람으로 영속적이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현재 노인 자살율, 노인 빈곤율 1위라는 오명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 모두는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된다. 이것은 그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다. 우리 사회의 노인 자살율, 빈곤율이 1위라는 메시지는 노년기 이전의 사람들에게 주는 무의식적인 메시지가 우리가 나아가고 있는 삶의 방향이 노인 자살율, 빈곤율 1위라는 불안의 메시지가 되는 것이다. 나의 삶이 향하는 곳이 이렇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노인 문제는 나와는 상관없는 문제가 아닌, 바로 나의 문제인 것이다.
인간 생명의 가치가 그 어떤 시기에 국한시켜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다고 인식되는 분위기는 경계되고 지양해야 한다. 아이가 행복해야 어른이 행복하듯이, 어른이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