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W Marriott Dongdaemun
2011년 8월 SIFC Tower의 마무리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때에 본사 민간영업팀에서 추진했던 민간 발주 호텔프로젝트의 입찰 평가에 프레젠테이션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1주일간의 시간을 주고 발표자료 작성과 발표준비까지 하도록 하였으나 그동안 축적한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준비한 결과 경쟁입찰에서 수주를 하게 되었다. 당시 경쟁사인 자타가 공인하는 호텔공사에 강자였던 쌍용건설을 제치고 당당히 수주를 한탓에 더더욱 의미 있는 수주였다.
수주와 동시에 현장소장 내정자가 발표를 해야 한다는 입찰조건에 따라 JW Marriott Dongdaemun Squair Seoul의 현장소장을 맡게 되었다. 촉박한 공기와 빠듯한 원가로 인해 출발부터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하였지만, 난공사에서 신공법이 나온다는 말을 항상 입버릇처럼 하던 나에겐 건설인의 도전정신과 자신감이 불타고 있었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흥인지문에 대한 존중이었다. 호텔의 전체적인 곡선 외관은 흥인지문의 옹성과 성곽의 흐름을 반영하도록 설계되었으며 호텔 로비나 더 라운지의 대형 유리창은 흥인지문을 액자처럼 담아내는 프레임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국가유산 보호를 위한 엄격한 층고 제한(12층)을 준수하면서도 공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이 설계의 핵심이었다.
건물 자체가 주인공이 되기보다 흥인지문을 돋보이게 하는 배경이 되기를 선택한 것이다.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은 과거(흥인지문) - 현재(청계천) - 미래(패션 시장/DDP)를 잇는 연결고리이다. 청계천로를 향한 저층부 설계는 보행 환경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도심 속 오아시스를 제공하고, 세계적인 패션 바이어들이 동대문 종합시장에서 원단을 소싱하고, 바로 옆 JW 메리어트에서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원스톱 럭셔리 인프라를 구축했다.
또한 이 호텔은 JW 메리어트 내에서도 최상위 등급인 럭셔리(Luxury) 티어로 분류된다.
흔히 6성급으로 불리는 이유는 몇 가지의 독보적 시설 때문이다.
첫째는 인테리어 수준으로 대리석과 최고급 원목을 활용한 모던 럭셔리의 정수를 표현했고,
둘째는 F&B의 격조로 뉴욕 정통 스테이크하우스인 BLT Steak, 흥인지문의 야경을 가장 우아하게 즐길 수 있는 루프탑 바 더 그리핀(The Griffin)등이 자리하고 있으며,
셋째는 국내 호텔 최대 규모인 98 분할 삼성 LFD 미디어 월을 갖춘 그랜드 볼륨은 대규모 국제 콘퍼런스와 패션쇼를 위한 최적의 장소이다.
JW Marriott 호텔은 규모의 웅장함보다는 역사와의 조화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켜야 했다. SIFC가 하늘을 향해 거침없이 뻗어 나가는 수직의 도전이었다면,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현장은 땅속 깊은 곳에서 역사와 마주하며 치열하게 고민해야 했던 섬세한 조율의 현장이었다.
보물 제1호 흥인지문과 지하철 1,4호선이 인접한 곳에 지하 6층, 지상 12층 연면적 42,300 m2 규모의 6성급 호텔을 짓는다는 것은, 단순한 시공 능력을 넘어 고도의 엔지니어링 기술과 역사적 책임감이 동시에 요구되는 난제였다.
이 현장의 기술적 특징을 소개하면,
첫째, 살얼음판 위의 굴착, 도심지 초근접 탑다운(Top-Down) 공법이다. 이 현장의 가장 큰 리스크는 입지 그 자체였다. 불과 30여 미터 옆에 600년을 버텨온 흥인지문이 서 있었고, 부지 바로 아래로는 지하철 1호선과 4호선이 교차하며 쉴 새 없이 진동을 만들어냈다. 설상가상으로 청계천과 인접해 지하수위도 높았다. 자칫 잘못된 굴착은 문화재 훼손이나 지하철 운행 중단이라는 대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이었다.
우리는 주변 지반의 변위를 제로(0)에 가깝게 관리해야 했다. 이를 위해 선택한 것이 탑다운(Top-Down) 공법이었다. 이 공법은 공사 중 소음과 분진을 최소화하여 도심지 민원을 줄이는 데도 효과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주변 지반 침하를 억제하여 흥인지문과 지하철 터널의 안전을 확보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매일 아침 계측 데이터를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했던 긴장의 연속이었다.
둘째는 높이의 한계를 극복한 포스트텐션(Post-Tension) 무량판 슬래브 적용이었다. 문화재 보호구역 내에 위치한 탓에 호텔은 엄격한 전체 높이 규제를 적용받았다. 하지만 6성급 럭셔리 호텔의 품격을 위해서는 객실과 연회장의 높은 천장고 확보가 필수적이었다. 정해진 전체 높이 안에서 최대한의 내부 공간을 뽑아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이었다.
본사 구조팀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 끝에 포스트텐션 무량판 슬래브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공법은 콘크리트 슬래브 내부에 강선(텐던)을 심고 당겨서 하중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덕분에 층당 20~30cm 이상의 층고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었고, 이는 고스란히 고객들이 느끼는 공간의 쾌적함으로 이어졌다. 밖으로는 낮추어 역사에 겸손하고, 안으로는 높여 고객을 배려한 기술적 해법이었다.
셋째는, 도심의 소음을 잠재운 첨단 방진 및 소음 제어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지하철 진동이었다. 호텔 지하에는 대규모 국제 행사를 위한 그랜드 볼륨과 공연장이 위치했는데, 바로 옆을 지나는 지하철 1, 4호선의 미세한 진동과 소음이 연회장으로 전달된다면 6성급 호텔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었다.
우리는 지하층에 배치되는 그랜드볼륨과 공연장에 건물을 땅에서 살짝 띄우는 발상을 했다. 지하철과 인접한 구조물 하부에 특수 방진 패드와 시스템을 설치하여, 지하철이 통과할 때 발생하는 진동 에너지가 건물로 전달되기 전에 흡수되도록 차단했다. 일종의 건물 속의 건물(Box in Box) 개념을 도입하여 핵심 정숙 공간을 외부의 물리적 충격으로부터 완전히 격리시킨 것이다.
준공 후 그랜드 볼륨에서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정적을 확인했을 때의 희열은 SIFC 꼭대기에 섰을 때만큼이나 짜릿했다.
마지막 넷째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친환경(LEED Gold) 건축의 구현이다. 단순히 호화로운 호텔이 아니라, 환경적 책임을 다하는 건축물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목표였다. 설계 단계부터 자재 선정, 시공 과정 전반에 걸쳐 엄격한 미국 친환경 건축물 인증 제도인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 기준을 적용했다.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외벽 커튼월 시스템, 수자원 절약 설비, 친환경 마감재 사용 등을 통해 국내 호텔 최초로 LEED Gold 등급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는 동대문의 과거를 존중하는 동시에 미래의 환경까지 생각하는 기술자로서의 자부심이었다.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프로젝트는 단순히 한 채의 호텔을 짓는 건물을 넘어, 대한민국의 역사적 중심지인 동대문의 지형도를 바꾼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이 호텔의 배후에는 동승그룹(동대문종합시장)의 정ㅇㅇ 회장이 있다. 1970년 동대문종합시장을 개장하며 동대문 신화를 쓴 그룹에게, 이 호텔은 단순한 숙박시설이 아니었다. 전통 시장의 이미지가 강했던 동대문을 숙원사업이었던 글로벌 패션과 관광의 메카로 격상시키기 위한 결정적 한 수였다.
입지적 가치로는 보물 제1호 흥인지문과 청계천이 만나는 서울 강북의 중심에 세계적인 브랜드 JW 메리어트를 유치함으로써, 강북권 럭셔리 벨트의 정점을 찍었다고 할 수 있다. 동대문 종합시장이 6성급 럭셔리 호텔의 Retail로 변신을 한 것이다.
서울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 중 하나인 동대문 종합시장과 흥인지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중심에 위치해 있는 이 프로젝트는 지하 6층, 지상 12층의 6성급 호텔을 탑다운공사로 진행해야 하는 난이도 최상의 프로젝트로 현장 바로 옆에는 대한민국 보물 제1호인 흥인지문(동대문)이 불과 30미터 떨어져 고고하게 서 있었다.
공사 소음, 진동, 먼지 하나하나가 문화재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현장이었다. 또한 부지는 지하철 1·4호선 동대문역과 인접해 있으며, 청계천의 수계(水系) 영향권에 있어 시공 난이도가 극도로 높았다. 지하 토공사 중 자칫 잘못될 경우 대 참사가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었다. 문화재청과 지하철공사의 요구사항은 그저 조그마한 망치로 벽돌이나 깰 정도의 안전한 공법과 관리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모든 공정을 명예를 지키는 감리의 시각으로 접근했다. 발파 공사 시 진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수 공법을 적용하고, 흥인지문 주변에는 24시간 진동 측정 센서를 가동했다. 또한 서울시, 종로구, 문화재청 및 서울 지하철공사등 유관 기관들과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공사 일정을 조율하며, 한 층 한 층 조심스럽게 건물을 내리고, 올렸다.
한때 흥인지문 인근에 호텔을 허가하고 발파 공사로 인한 문화재 훼손을 내세운 시민단체의 강력한 항의로 일정기간 공사를 중단하고, 수많은 대책협의와 공법검증, 흥인지문 정밀검사등을 실시한 후 엄격한 관리 기준을 준수하며 공사를 재개한 적이 있었다.
동대문 현장은 나의 관리 능력이 기술력을 압도했던 시기였다.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역사를 품고 미래로 나아갈 공간을 만드는 일이었다. 돌관공사를 통한 계약공기 내 준공을 달성한 것은 물론, 착공부터 준공까지 단 한 건의 중대재해도 없는 무재해 현장을 이끌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우리는 단순히 콘크리트를 쌓은 것이 아니라, 600년 역사의 숨결(흥인지문) 위에 현대적 품격(6성급 호텔)을 덧입혀 동대문의 자부심을 세웠다.
준공 후, 2014년 그랑서울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최우수조직상과 우수사원상을 받았을 때 찍은 사진 속 나의 미소는 IFC 때와는 달랐다.
거대한 성취가 아닌, 섬세한 책임감과 완벽한 관리로 얻어낸 명예의 미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