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 바닥의 기울기 이야기

경사도를 알면 공간이 보인다

by 김영조

혹시 휠체어를 탄 분이나 유모차를 끌고 가는 분이 경사로를 힘겹게 오르는 모습을 본 적 있으신가요? 그 경사가 조금만 더 완만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드셨을 거예요.

건물이나 도로를 만들 때는 '얼마나 기울여야 하는가'에 대한 법으로 정해진 기준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쉽게 풀어볼게요.



경사도란 뭘까요?


경사도는 '수평 거리 대비 높이가 얼마나 오르내리는가'를 숫자로 나타낸 것이에요. 예를 들어 1/12라고 하면, 12미터를 가는 동안 1미터 높이가 올라간다는 뜻이에요. 숫자가 클수록 경사가 완만하고, 작을수록 더 급합니다.



길의 경사 — 1/18, 1/12


경사지에 만들어진 도로나 보행로에는 법으로 정해진 기울기 기준이 있어요. 새로 만드는 접근로(건물 입구까지 이어지는 길)는 원칙적으로 1/18 이하여야 합니다. 지형이 워낙 가팔라서 불가피한 경우에만 1/12까지 허용해요.

1/12도 휠체어를 타는 분들에겐 꽤 급한 경사예요. 그래서 30미터마다 1.5 m×1.5m 크기의 평탄한 휴식 공간을 반드시 두도록 하고 있어요. 잠깐 멈춰 숨을 고를 수 있게요.

또 보도의 좌우 기울기(횡단경사도)는 1/25 이하가 원칙이고, 휠체어 사용자를 위해서는 1/50 이하를 권장하고 있어요. 옆으로 너무 기울어지면 앞으로 직진하기가 정말 힘들거든요.



건물 입구의 경사로 — 1/12, 1/8


건물 내부 바닥은 빗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바깥 바닥보다 높게 만들어요. 그래서 입구에 계단이 생기죠. 계단만 있으면 휠체어나 유모차가 이용하기 어려우니까 반드시 경사로(Ramp)를 함께 설치해야 해요.

그 경사로는 1/12 이하가 원칙이에요.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1/8까지 허용하는데, 이 기울기는 혼자서 올라가기엔 상당히 힘들다고 알려져 있어요. 높이 75cm마다 평탄한 휴식 공간도 있어야 하고요.



욕실·샤워실 바닥 — 1/30, 1/50


물을 쓰는 욕실이나 샤워실 바닥은 물이 고이지 않게 약간의 기울기를 줘요. 장애인이 이용하는 시설은 1/30 이하, 고령자 주택은 더 평탄한 1/50 이하를 요구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욕실은 1/100 정도면 충분해요.



주차장의 경사 — 7%, 17%


주차장 바닥도 경사와 관련이 있어요. 장애인 주차구역은 휠체어가 저절로 굴러가지 않도록 1/50(약 2%) 이하여야 하고, 지하주차장 진입 램프는 직선 구간이 17%, 곡선 구간이 14%를 넘을 수 없어요.

기차역 플랫폼은 가장 평탄해야 하는 곳 중 하나로 1/100 이하를 요구합니다. 휠체어나 유모차가 저절로 굴러서 선로로 떨어지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 기준이에요.



이렇게 보면 우리 일상 공간의 바닥 기울기 하나하나에 많은 고민이 담겨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그 기울기가 누군가에겐 안전이고, 누군가에겐 이동의 자유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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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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