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영화를 사랑하는 작가들이 두 편씩 엄선해 골랐다.
긴 연휴가 시작될 때마다 무얼 해야 할지 고민되는 사람들을 위해 준비한 글. 홍콩 영화를 보고 싶은데 어떤 영화를 봐야할지 모르겠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여덟 편의 영화를 소개합니다.
영화 <아비정전>
왕가위 작품 중 제일 좋아하는 오프닝 시퀀스. 잊지 못할 1분을 만들어주고는 결혼은 싫다고 매몰차게 답하는 모습에 내 마음도 찢어졌다. 발 없는 새에 대한 잔상이 오래도록 남는 영화이자 땀방울 맺힌 장국영과 장만옥의 모습이 그리워질 때 언제든 틀고 싶은 영화다. 외로운 새가 된 장국영의 멋진 얼굴을 보고 싶다면 언제든 이 영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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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경삼림>
‘사랑에 유효기간이 있다면 나는 만년으로 하고싶다’는 금성무를 보고싶을 때가 꽤나 자주 찾아온다. 언제 틀어도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두 개의 스토리, 네 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언제나 뒷 이야기를 마음껏 상상하게끔 한다. 사랑과 꿈, 그 사이에서 무거운 고민이 들 때 California Dreamin을 틀고 마음껏 춤춰보시길. 인생은 무거운 고민을 가벼운 춤사위로 이겨내는 노력들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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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도공간>
잊으려 할수록 뚜렷한 기억
배우 장국영의 다채로운 필모그래피에서 유일하게 공포 장르를 차지하는 작품. 연인을 잃은 상처를 깊숙이 묻어둔 ‘짐’은 낡은 아파트에서 기이한 현상을 겪는 ‘얀’을 만나며 공포를 마주한다. 불안과 외로움 사이에서 서로 고통스러워했던 두 사람이었지만, 끝내 사랑을 통해 과거를 극복 해낸다. 지우고 감출수록 선명하게 드러난다. 아픈 기억은 대면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온전히 치유된다. 작품이 전달하는 이야기가 단순히 작품 속에서만 공명하지 않는 것은 <이도공간>이 장국영의 유작이기 때문일 테다. 슬픔보다 사랑으로 많은 이들의 추억을 오랫동안 휘저을 장국영. 그리울 긴 연휴가 지루하다면 그의 필모그래피를 톺아보며 미목여화(眉目如畫)를 만끽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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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친니친니: 안나마덕련나>
엇나가는 사랑의 작대기
실수투성이 미뉴에트를 매일 연주하는 ‘막민아’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두 남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소설가 지망생 ‘유목인’과 ‘막민아’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이를 지켜보는 외로운 피아노 조율사 ‘진가부’의 관계는 시트콤 같은 느낌을 주다가도 예측할 수 없는 전개를 통해 판타지 장르로 급변하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유쾌하면서도 재미있지만 올곧게 연결되는 작대기 없이 아련하게 끝나는 결말에선 은근한 애틋함까지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뤄지지 않는 사랑이 관객에겐 짜릿함을 더하는 법. 처서가 몰고 온 가을비로 갑작스럽게 식어버린 무더위가 왠지 그립다면 세 인물의 엇나가는 사랑을 담은 <친니친니:안나마덕련나>와 남은 추석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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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첩혈쌍웅>
알만한 사람들은 아는 주윤발의 (숨겨진) 명작이자, <The Killer> 라는 제목으로 영미권 관객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기도 한 작품. <영웅본색> 시리즈 이후 다시 만난 오우삼의 총격신 연출과 주윤발 특유의 아우라가 이 영화의 큰 매력이다. 엽천문이 부른 OST ‘천취일생’ 또한 이 영화가 명작으로 오래오래 기억되게 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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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금지옥엽>
장국영이 피아노를 치며 비틀즈의 ‘Twist and Shout’를 부른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영화. 엘리베이터에 갇혀 무서워하는 장국영에게 야광봉을 건네며 그가 느끼는 공포를 즐거움으로 바꾸어 주는 원영의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장국영과 원영의의 케미스트리에 가려진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자신에게 마음이 떠난 장국영 앞에서 사실 원영의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는 진실을 알려주는 유가령의 얼굴은 그녀가 양조위 못지 않은 좋은 배우임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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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피투게더>
슬슬 날이 추워지니 왕가위 감독의 <해피투게더>를 다시 보고 싶어진다. 내게는 왕 감독의 작품이 가끔 너무도 멀게 느껴져 공감하거나 흥미를 느끼는데 종종 어려움을 느끼지만, <해피투게더>만큼은 그렇지 않다. 그의 다른 작품들에 비교해 직관적이고 재밌으면서도 그가 사랑을 다룰 때 느껴지는 아릿함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해피투게더>는 재회와 사랑, 그리고 이별을 담은 아휘와 보영의 이야기다. 마냥 아름답진 못했지만, 사랑할 때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던 그들의 이야기를 다가오는 겨울에 맞춰 또다시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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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유쌍기>
<서유기>는 2편으로 이어지는 작품으로, 전편인 월광보합을 지나 후편인 선리기연을 마저 감상하고 나서야 비로소 진가를 발휘한다. 정신없이 웃기는 패러디와 코미디의 연속일 줄 알았건만, 놓친 사랑에 대한 짙어지는 후회로 이어져 쓸쓸한 여운으로 막을 내리는 작품이다. 아끼는 누군가가 있다면, 빈틈 한구석 없이 온전한 진심을 담은 사랑으로, 사랑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 사랑하자.
(왓챠,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에서 감상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