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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경 Feb 14. 2024

7. 전차

맹렬하게 달려 나가라. 그리고 목표한 것을 쟁취하라.

7. The Chariot

[타로의 그림 열쇠 by 아서 에드워드 웨이트]


내가 1장에서 서술한 전통적인 해석과 대체로 일치하는, 칼을 빼 들고 똑바로 서  있는 왕자 같은 풍모의 인물. 승리를 거둔 영웅의 어깨 위에는 우림 (Urim)과 둠밈(Thummim)으로 보이는 것이 얹혀 있다. (역주: 우림은 '빛', 둠밈은 '완전함'을 의미하는 히브리어. 대제사장이 흉패로 달고 신께 묻거나 판결을 내리는 도구. 출애굽기 28장 30절 참조)

그는 감금 상태의 포로를 이끌어 왔으며, 정신, 과학, 진보, 입문을 위한 모종의 시험 등, 모든 면에서의 정복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그는 스핑크스에게 답했고, 이러한 이유로 나는 엘리파스 레비(Éliphas Lévi, 19세기에 활동한 프랑스의 오컬티스트. 웨이트의 전차 카드는 레비의 저서에 실린 전차 카드의 구성을 거의 답습하고 있음)의 변주를 수용했다. 그래서 두 마리의 스핑크스가 그의 전차에 그려져 있는 것이다. 그는 그 무엇보다 정신적인 면의 승리자다. 이는 다음 이유로 이해할 수 있다.


(a) 스핑크스가 내는 문제는 전차를 모는 사람은 답할 수 없는 ‘신’의 세계에 관한 것이 아니라, ‘자연계의 신비’에 관한 것이라는 점.

(b) 그의 정복의 대상은 가시적이거나 외적인 것이며 그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c) 그가 가져오는 해방은 논리적인 이해라는 굴레 안에 스스로를 남겨둘 가능성이 있다는 점

(d) 그가 승리를 거둔 입문 시험은 물질적이거나 합리적으로 이해되어야 하는 것이라는 점.

(e) 만약 그가 기둥 한가운데 여교황이 앉아 있는 사원을 방문했다면 그는 토라의 두루마리를 펼칠 수 없었을 것이고, 그녀가 그에게 질문을 했다고 해도 그는 답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


그는 세습 왕족도 아니고, 사제도 아니다.


바보가 만난 7번째 인물은 메이저 아르카나 중 유일하게 목표를 향해 힘차게 이동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카드의 상징물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볼까 합니다.


숫자 7은 힌두교, 이슬람교, 불교, 유대교 등의 여러 종교와 우리나라를 비롯해 이집트, 아메리카 인디언 등 다양한 민족의 신화 또는 민간 신앙에 '길(吉)'한 숫자로 쓰입니다. 성경도 그중 한 예인데 7이 등장하는 구절을 극히 일부만 인용해 보겠습니다.


이렛날에 하나님이 창조하시던 모든 일에서 손을 떼고 쉬셨으므로, 하나님은 그날을 복되게 하시고 거룩하게 하셨다. (창세기 2장 3절)

풍년을 이룬 일곱 해 동안에, 땅에서 생산된 것은 대단히 많았다. (창세기 41장 47절)

예수께서 그들에게 물으셨다. "너희에게 빵이 몇 개나 있느냐?" 그들이 대답하였다. "일곱 개가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무리에게 명하여 땅에 앉게 하셨다. 그리고 빵 일곱 개를 들어서 감사 기도를 드리신 뒤에, 떼어서 제자들에게 주시고,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게 하시니, 제자들이 무리에게 나누어 주었다. (마가복음 8장 5~6절)

네가 본 내 오른손의 일곱 별과 일곱 금촛대의 비밀은 이러하다. 일곱 별은 일곱 교회의 심부름꾼이요, 일곱 촛대는 일곱 교회다. (요한계시록 1장 20절)


7의 수비학적 의미는 '완전성'이라고 합니다. 신성한 숫자 3과 물질적 대지를 뜻하는 숫자 4가 결합한 수이기 때문이라는데요, 전차를 탄 인물의 어깨를 장식하고 있는 '우림'과 '둠밈'의 뜻이 "완전한 빛"인 것을 보면, 카드의 최초 고안자는 분명히 이러한 측면을 고려한 듯합니다.


이 '우림'과 '둠밈'은, 출애굽기 28장 30절에서 아론이라는 인물이 이스라엘 자손의 시비를 가릴 때 판결 가슴받이 (흉패)에 지니는 도구로 등장합니다. 아론은 모세와 더불어 이집트로부터 히브리인들을 해방시킨 지도자로, 웨이트가 언급한 '해방'이라는 키워드와도 연결됩니다.


이집트의 수호신이자 왕권의 상징인 스핑크스는 오이디푸스 신화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을 막고 앉아 수수께끼를 내고, 답을 맞히지 못한 이를 잡아먹는 괴물로 등장하죠. 카드의 인물은 이러한 스핑크스의 시험을 통과한 영웅이자, 자신의 자유를 속박하던 지배자 (히브리인을 노예로 부리던 이집트 파라오)를 역으로 정복하여 전차를 끌도록 길들인 승리자입니다.


TASCHEN에서 출판된 <Tarot>에 따르면, 별무늬의 캐노피는 신성의 존재를 뜻하고, 인물의 뒤를 가로질러 흐르는 강은 삶의 큰 흐름(숙명)에 맞서지 말라는 의미이며, 전차는 결코 쉬운 우회로를 택하지 않고 장애물과 맞서는 투지, 신념, 고집, 그리고 성실함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웨이트가 언급한 (a)~(e)는, 정신적인 면에서의 극복과 발전이 선행되어야 하나, 거기에 그치지 말고 실질적인 진보를 이루기 위해 논리적, 합리적으로 육신을 움직이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즉, 7번이 일으키는 변화는, 영적이고 신성한 변화가 아닌 물적이고 세속적인 변화여야 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가만히 기도만 하고 있지 말고 몸으로 뛰어서 원하는 걸 잡아!"라는 것이죠.


여기까지만 종합해 보자면, "닥쳐오는 운명을 결코 피하지 말고, 그것이 어떤 역경을 불러오든 맞서 이겨내라. 그러면 속박에서 해방될 것이요, 승리는 너의 것이다" 정도가 되겠네요.


일단 어떤 일을 시작하고 나서 어느 정도 성과가 보이기 시작한 시점에 어려움과 마주하게 되는 패턴은 누구에게나 평생 반복됩니다. 지금 당장 아무 데나 나가 아무나 붙잡고 "지금 하고 계신 일이 마음대로 잘 안 풀리시죠?"라거나 "여태까지 하시는 일마다 어려움이 따르지 않았나요?"라고 묻는다면 열이면 열, "어떻게 아셨나요?"라는 반응을 보일 겁니다. 역경을 피하려고 하거나, 초자연적인 힘을 향해 도와달라고 빌고 있기만 해서는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고 목표 달성은 요원할 것입니다. 도처에 스핑크스가 도사리고 있는 험한 세상을 맨몸으로 헤쳐 나가려면, 우선 그들에게 잡혀 먹히지 않도록 수수께끼를 풀 지혜를 갖춰야 합니다.


여기서 신화 속의 오이디푸스가 푼 유명한 기출문제를 살펴볼까요?


"아침에는 네 발로 걷고 점심에는 두 발로 걷다가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짐승은 무엇인가?"


답은 네 발로 기다가 두 발로 걷고 노년에는 지팡이를 짚는 '인간'입니다. 이를 서양사학자인 주경철 교수는 "스핑크스는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너는 과연 너 자신을 아는가를 묻고 있는 게 아닐까"라고 말합니다. 타로 카드의 바보가 여행을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진정하고 완전한 자아'라는 목적지와도 통하는 이 질문은, 우리의 사고 (思考)가 지나다니는 내면의 길목에 웅크리고 있는 스핑크스가 시도 때도 없이 던져대는 수수께끼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답은 어떨 때는 검은색으로, 어떨 때는 흰색으로 떠오릅니다. 바꿔 말해, 마음속에서 정(正:테제)과 반(反:안티테제)이 갈등을 벌인 결과 합(合:진테제)에 도달하는 과정과 그 사이에서 요구되는 균형 감각을 두 마리의 스핑크스가 상징하고 있는 것이라고, 저는 이해합니다.


전차 카드는 이렇듯 '나라는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궁극적인 질문에 관하여, 생각의 논리적인 전개를 통해 한발 더 나아간 깨달음을 얻고, 그 깨달음에 따라 행동을 해야 비로소 삶이 진리와 목표를 향해 진보한다는 조언을, 신화와 성경의 익숙한 상징들을 빌려 명확히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저는, 앞으로 나아감에 따라 변화하는 주변 경치를 때로는 여유롭게 둘러보고 즐기시기를 바라며, 원작에서는 결연히 앞만 바라보고 있는 카드 속 인물의 표정과 자세를 바꿔 보았습니다.


[타로 카드의 메시지]

상식과 논리력을 키워 난관을 헤쳐 나갈 지성과 지혜를 손에 넣으십시오. 그것을 원동력 삼아 집요하게, 전투적으로 행동하십시오.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그 길목에서 당신이 겪어야 하는 시련은 숙명입니다. 피하지 마십시오. 불안, 염려 등의 내적 갈등을 잘 제어하면서 모든 역량을 집중해 시련과 정정당당히 맞서 이겨낸 자만이 삶의 지배자로서 목표를 향해 쾌속 질주를 해나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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