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비일상

by 현경미


[한밭춘추] 일상 속 비일상


현경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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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매일 반복되는 보통의 일이라면 비일상은 반복이 아닌 새로움이나 특별함 쯤으로 봐도 될 듯하다. 지루한 일상이라는 말에는 새로움이나 어떤 특별함이 없다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지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누군가는 여행을 떠나고 또 누군가는 굳이 낯선 길을 선택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영영 집으로 되돌아오지 않을 길까지 자신을 내몰기도 하지 않던가.


비일상이란 것이 때론 새로움을 넘어 일상의 평화를 무너뜨리는 괴물이 될 때도 있다. 우리가 만들어 내는 자잘한 비일상이 아니라 원하지 않아도 삶에 끼어들곤 하는 불가항력적인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때야 비로소 밋밋하고 지루하리만치 평온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닫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일상의 지루함 속에서 무기력해 하거나 나름대로의 방법들을 동원해 탈출을 꿈꾸곤 한다.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공방체험을 갔다. 나에게 있어서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이었고 업무의 한 부분일 뿐이었다. 점심을 먹고 각자 휴식 시간을 가졌다. 나는 향이 좋은 커피 한 잔으로 휴식을 대신할 요량이었다. 마침 공방은 커피숍 바로 옆이었다. 다양하지는 않았지만 커피도 주문할 수 있었고 로스팅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었다. 커피를 시켜놓고 잠시, 공방 마당에 놓인 작은 테이블 의자에 앉았다.


공기는 차가웠고 햇살은 따사로웠다. 의자에 등을 기대자 눈에 들어온 건 하늘이었다. 순간, 세삼 새롭게 다가왔기에 조금은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시선을 올렸다 내렸다 왼쪽 오른쪽 바꾸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나무와 나뭇잎들 그리고 바람까지. 사소해서 눈여겨보지 않은 것들이 보이고 들리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커피콩 볶는 향이 코를 타고 온몸으로 번지고 있었다. 커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짧은 시간에도 나는 충분히 새로웠고 특별해질 수 있었다.


나는 한 곳에 이십년 넘게 살고 있다. 그에 비하면 주변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어디에 무슨 건물이 있는지, 이 길은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 보려고도 가려고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일상의 무료함을 탓하며 시들시들 말라가는 꼴이었다. 생각해보면 새롭지 않은 날이 없지 않은가. 어제의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새날과 새것인데 단지 감지를 못했을 뿐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 알알이 박혀있는 새롭고도 특별한 비일상의 존재들. 마음을 활짝 열고 반겨 마주해야할 일만 남은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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