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비디오 감독의 작품 리뷰 <로케이션, 그 어렵고도 험난한 여정>
로케이션 (Location)
야외의 현지에서 행해지는 촬영. 영화의 배경이 바닷가 혹은 도시의 거리 등과 같이 야외로 설정되어 있을 때 그와 같은 배경을 인공적으로 만들기가 어려우므로 로케이션 촬영을 하게 된다. 로케이션은 사실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기보다는 제작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로케이션은 현장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어 리얼리티를 고조시키며 스튜디오라는 좁은 공간에서는 구사하기 힘든 카메라 워크를 구사할 수 있다. 반면 로케이션에서는 스튜디오나 세트 장에서 얻을 수 있는 양질의 조명과 오디오를 기대하기 힘들다. 또 날씨나 장비 고장 등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제작 일정이 지연되어 비용의 상승을 초래하기도 한다. 또한 구경하는 사람들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고 사전에 촬영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제작 과정도 복잡하다. 한편 로케이션은 장소의 적합성 여부가 제작의 완성도를 크게 좌우하는데 촬영 장소가 연출자 의도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제작진의 수송이나 전기 사정, 경비, 주변의 소음 상태, 혼잡도 등과 같은 복합적인 여건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영상 제작에서는 로케이션 장소를 전문적으로 조사하고 섭외하는 스태프를 두는 경우가 많은데 그를 로케이션 매니저(location manager)라고 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로케이션 [location] (영화사전, 2004. 9. 30., propaganda)
PPM 과정에서 가장 골머리를 앓았던 부분은 '로케이션'이었습니다. 인디 작품 특성상 저예산이어서 스튜디오/세트는 물론이고 로케이션 매니저를 쓸 수도 없었고, CG 작업 없이 우리나라에서 영화 '꿈' 느낌의 비슷한 장소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로케이션 뱅크, 필름메이커스 등 로케이션 정보가 올라와 있는 사이트들은 대부분 실내 스튜디오 또는 홍보성 글뿐이기에 광활한 자연을 찾기 위해서는 직접 찾아야 했습니다.
로케이션뱅크 (네이버카페)
로케이션마켓 (유료)
저는 간단한 실내 스튜디오 촬영은 아워플레이스로, 대형 공간 또는 특이한 공간을 찾을 때는 로케이션뱅크(네이버 카페/무료), 로케이션마켓(유료)을 자주 이용합니다.
다른 작품에서 쉽게 보지 못한 낯선 비주얼의 공간이 필요했고, 많은 뮤직비디오 및 영화의 촬영지로 자주 쓰이는 인천/경기권이 아닌 전라/경상권까지 확장시켜 서치 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장장 3일 만에 '유레카'를 외쳤죠.
전라남도 화순, '세량제'
네이버 시티맵에 나와있는 세량제 사진을 보자마자 한 장면이 그려졌습니다. '아, 꿈속에서 그대를 만난다면, 여기서 만나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예쁜 이름도 마음에 들었고요.
하지만 서울에서 차량으로 무려 4시간 거리에 있는 전라남도 화순에 있는 세량제. 정말 멀어도 너무 멀었습니다. 그럼에도 이곳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며칠동안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세량제'를 엔딩 씬 스팟으로 픽스하고, 곧바로 '네이버 지도'를 켜 다른 서사들을 담을만한 장소를 찾아 세량제 주변의 전라남도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서치 기준은
세량제에 1시간 내외의 거리에 있는 곳
유동 인구 및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곳
익스트림 롱샷(extreme long shot)을 찍을 수 있는 넓은 곳
촬영 협조가 가능한 곳
아무도 없는 넓은 땅, 바다, 골목, 길거리 등 낯설고 아름다운 비주얼의 공간을 네이버 지도의 확대/축소 기능을 사용하며 찾기 시작했습니다. 로드뷰 덕분에 쉽게 가기 어려운 외진 골목 여행을 하기도 하고,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 (ex : #화순 #순천 #전남 등)을 검색하고 광고가 아닌 일반인의 계정을 살펴보며 의미 있는 정보들을 수집했습니다. 그렇게 2일 동안 눈에 불을 켜고 조사한 결과, 아래의 멋진 공간들을 발견했죠.
기차가 하루에 몇 번 오지 않는 옛 역, 사람이 다니지 않는 철도, 아무도 살지 않는 버려진 창고, 광활하게 펼쳐진 수 천 평의 논밭, 노을빛이 아름답게 드리우는 바닷길 등 그렇게 로케이션 리스트업은 매우 수월하고, 훌륭하게 완료되었습니다. 문제는 하루 만에 서울에서 전라남도까지 내려가 이 모든 공간을 둘러봐야 했기에 이른 아침부터 거의 쉼 없이 하루 종일 운전을 해야 했다는 것이죠.
운전만 14시간, 제 인생에서 가장 오랫동안 운전한 날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마음에 들고 좋은 장소들을 둘러봤기 때문에 만족스러웠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뒤 '뜨거운 물 샤워 + 캔맥 조합'으로 그 굉장한 피로감을 바로 씻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항상 이렇게 모든 것이 수월했냐고요?
모든 것이 생각대로 잘 풀린다면 너무 좋겠지만 그런 이상적인 결과는 현실에서 매우 드물죠. 이 작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꿈속 여자가 갈대숲에서 달리는 씬의 로케이션은 원래 전라남도의 '순천만 습지'로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허나, 사전 협의 때와 달리 답사 과정에서 촬영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고, 이에 급하게 다른 장소를 찾아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전라남도에도 광활한 갈대숲이 있는 곳은 드물었고, 시간이 부족했기에 당장 기존에 계획되어 있던 장소들을 돌아보기에도 빠듯했습니다. 결국 하나의 어려운 미션을 얻은 채, 서울로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가게 된 경기도 화성의 '우음도'
남은 시간이 타이트했기에, 제가 기존에 알고 있었던 장소를 활용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저의 로케이션 아카이빙 파일을 켰고, 조건에 들어맞는 장소를 선정했습니다.
우음도는 다른 촬영으로 몇 번 갔었기 때문에 이미 구조를 잘 알고 있던 장소였습니다. 그렇기에 굳이 답사 갈 필요가 없을 수도 있었죠. 허나 이런 '대자연'의 로케이션 특성상 촬영 허가가 언제 안 날지 모르고, 공간의 컨디션이 주기적으로 바뀌곤 합니다. 특히나 3월의 우음도의 이미지가 기획 중인 영상의 콘셉트와 톤 앤 매너가 맞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다시 답사를 다녀왔고 결과는 대만족이었습니다.
이렇게 로케이션 정보들을 많이 쌓아놓고 있으면 다른 촬영 때 다른 방식으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행을 하거나 드라이브를 할 때도 좋은 장소를 발견한다면, 기록을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모든 로케이션 답사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타임테이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서울-화성-화순-순천'이라는 많은 이동이 있기 때문에 저는 최대한 효율적으로 동선을 짜야했습니다. 각 장소별 콘티를 짜고, 각 장소의 특성(화장실이 없거나, 유동 인구가 많거나, 바람이 많이 불거나 등), 이동 시간, 일출/일몰 시간 등을 고려해 타임테이블을 작성했습니다. 모든 씬을 촬영하기 위해서 2박 3일간의 시간이 필요했고, 일출 또는 일몰에 핵심 컷들을 촬영할 수 있도록 배치했습니다. 몇 날 며칠 동안의 고심 끝에, 제가 생각한 장면들을 멋지게 담아낼 수 있었죠.
그렇게 나온 결과물, 다시 한번 보시죠.
영상 링크
(Part 3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