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지하철
언젠가부터 우리는 ‘스마트폰’이라는 전자기기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2014년을 살고 있는 한국인은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부터 찾는다. 기상 후 제일 먼저 스마트폰에게 고개 숙여 인사부터 하는 것이다.
예전에 잠실역에서 지하철을 탄 적이 있었다. 잠실역은 주변에 롯데월드가 있는 데다 2호선과 8호선 환승역이라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 날도 많은 인파가 지하철 역 내를 오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지하철역은 혼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나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다소 북적거리는 지하철역이 좋다. 사람 사는 맛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상대방을 쳐다볼 틈도 없이 바쁘게 오간다. 나는 가끔 그들의 얼굴과 옷맵시를 관찰한다. 예쁘게 차려 입은 20대 숙녀부터 중절모를 눌러 쓴 70대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각자의 취향이 ‘찰칵’하고 내 눈에 찍힌다.
그러나 이곳과는 정반대의 세계가 존재하고 있음을 나는 약 5분 후에 알게 되었다. 개찰구를 지나 플랫폼에서 열차가 들어오기를 기다린다. 잠시 후 초록색 띠를 두른 2호선 열차가 내 눈 앞에 멈춰 섰다. 열차 안으로 들어선 나는 순간적으로 ‘아!’하는 탄성을 지를 뻔했다. 객실 안이 너무도 조용했기 때문이었다.
그 날이 일요일이라 객실 내의 승객이 적은 탓도 있었겠지만, 거의 모든 승객이 손에 무엇인가를 들고 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그것은 다름 아닌 ‘스마트폰’ 이었다. 나는 호기심어린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가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객실 내의 승객은 약 50명쯤 되 보였는데 그들 중 약 45명 정도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5명 정도는 잠을 자고 있었다. 객실 안은 너무도 조용했다. 대화를 나누는 사람도 없고 책을 읽는 사람도 없었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내가 30대였던 1990년대를 떠올려 보았다.
90년대 초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는 휴대폰이라는 것이 없었다. 무선 호출기라는 ‘삐삐’라는 것이 93년인가 94년에 유행했던 것으로 기억하며, 당시에 휴대폰은 상상 속의 물건이었던 것이다. 내가 휴대폰이라는 것을 처음 사용했던 때가 1996년인가 97년으로 기억한다. 당시의 휴대폰은 요즘엔 세칭 ‘벽돌폰’이라고 하는 것으로 크기가 소형 무전기 수준이었다. 요즘 스마트폰처럼 허리띠에 캐리어를 부착하여 휴대하거나 손에 들고 다닐 수가 없었기에 서류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다가 전화 벨이 울리면 꺼내서 받곤 했었다.
요즘 스마트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디자인도 투박하고 크고 무거웠지만 당시의 휴대폰은 ‘매우 신기한’ 물건이었다. 액정 자체가 흑백이었고 휴대폰의 기능이라곤 오직 ‘통화’의 기능만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 당시는 휴대폰을 가지고 다닌 사람보다 없는 사람이 더 많았고 지하철 객실 안의 모습은 지금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당시의 휴대폰은 기지국 시설이 열악하여 지하에서는 통화가 어려웠기에 지하철 객실 내에서 통화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당시의 지하철 객실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신문을 보는 사람, 참고서를 보는 학생, 대화를 나누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 친구들과 재잘거리는 학생들 등 그야말로 지하철 객실다운(?) 풍경이 있었다. 휴대폰은 그 후 진화를 거듭하여 ‘시티폰’이라는 것이 나오고, 액정이 컬러로 바뀌었으며, 폴더 폰에서 슬라이드 폰으로 다시 폴더 폰으로 바뀌더니 2010년 경 드디어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까지 휴대폰의 기능은 사실상 단조로웠다. 통화 외의 기능이라곤 기껏해야 문자 메시지나 카메라· TV 시청 정도였고 구형 폰으로는 TV 시청도 자연스럽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휴대폰은 놀라운 변신을 하게 되었다. 마치 미니컴퓨터가 휴대폰 안으로 들어온 듯이, 현대인은 과거에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일들을 현실에서 체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연결하여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컴퓨터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며,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영화도 볼 수 있게 되었다. 고해상도 카메라로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게 되었으며, 고화질의 TV 영상을 끊김 없이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계산기·일기장·녹음기가 휴대폰 안으로 들어왔으며, 버스카드의 가능에 지도 서비스·전자책·알람 기능까지 갖추게 되었다. 그야말로 손 안의 컴퓨터 시대가 열린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생활이 편리해진 반면에 그로 인한 부작용도 생겨나게 되었다. 악성 스팸 문자 메시지로 인하여 금융사기를 당하는 일도 일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스마트폰은 사람들로 하여금 ‘대화’와 ‘만남’을 점점 빼앗아가고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 중에는 대화로 해결해야 할 일도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일도 있으며, 사람을 만나기보다 ‘카톡’을 하거나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 시간을 보내는 일이 더 많다고 한다. 학생들 중에는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중에도 스마트폰을 보며 식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제는 가족이 함께 모여 TV를 보는 일도 낯설어지고 있다. 오히려 TV는 켜둔 채 각자 스마트폰으로 시간 보내는 일이 흔한 일이 되어 버렸다.
눈을 떠본다.
지하철 안은 여전히 조용하다. 20분 전에 보았던 풍경과 거의 다름이 없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잠을 잤던 사람들이 잠을 깨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고, 스마트폰을 하다가 잠든 사람이 두세 명 늘었을 뿐이다.
지하철은 사람들을 싣고 달리는데 사람들 사이에는 대화가 없다. 그들은 오직 스마트폰이라는 기계와 열심히 대화를 나누고 있을 뿐이다. 너무도 조용한 2014년 1월, 지하철 객실 내에 앉아, 20년 전 당시의 지하철 객실 모습이 너무도 그리워지는 것은 나만의 추억일까! 그 시절이 너무도 그리워진다.
[제9회 문예감성 수필부문 신인상 당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