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내가 잘 한 일
집안의 모든 등을 끈다. 창문으로 가로등 불빛이 들어와. 아니 달빛일 수도 있지. 낮동안 구석구석 비추던 빛들이 어둠에 눌려 있다 살며시 제 빛을 뿜는다.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건 불빛만이 아니다. 도로 위 자동차 바퀴 소리. 그리고 어디선가 새들이 꾹꾹 거리는 소리. 어느 집 그릇 부딪는 소리. 또는 제 몸을 서로 비비는 느티나무 잎사귀와, 짝 찾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귀뚜라미 끈질긴 소리까지. 이 모든 소리가 사라지면 비로소 내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오늘 밤은 그렇다. 주위가 조용해지길 기다리다 딱 이만큼의 진실을 말해본다. 여름 내내 창 열어두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