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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Apr 02. 2024

자기 글 못쓰잖아~?

내가 책을 계약했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아는 지인이 말했다.

"자기~ 글 못쓰잖아?"

명치를 얻어맞는듯한 느낌이었다. 그렇다. 그분이 보기에는 그럴 수 있다.

평소 남이 뭐라고 지껄이던 사실 별 신경 쓰지 않는 나지만 그래도 그날은 달랐다. 네따위가 무슨 책을 써?

마음에 비수를 꽂는듯한 비웃음과 조롱이 가득 들어간 그녀의 말투에 불쾌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으로 인연이 닿았고 그녀는 항상 내 글이 재미있다며 응원하던 사람 중 하나였다.  10년이 넘게 블로그를 운영했고 거의 매달 하루이틀을 제외하고 수많은 여행기를 올렸다. 대단한 필력보다는 정보력이 필요했던 블로그의 테마였던 만큼 아주 가끔 일기처럼 쏟아내는 글을 제외하고는 사실 노멀했을 수도 있다. 나는 정말 그녀의 말처럼 글을 못 쓰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저 부지런함과 집착으로 매일 이어간 블로그에 글들이 그저 대단할지도 모르겠다.  점점 블로그에 집중하며 블로그로 먹고사는 행위가 가능해지고 협찬을 노래하던 내가 그 협찬과 광고로 여행이 주객전도 되며  그 사건 이후 그녀와 조금씩 멀어진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나는 그 말이 가장 서운했는데 글쎄 그녀는 기억이나 할지 모르겠다.  사진도 글도 그림도 자신만의 세계가 있다고 생각하는터라 병맛이지만 피식 웃게 만드는 수준의 글이 나는 좋지만  그분에게는 그따위 수준의 글이 무슨 글솜씨라 할 수 있겠는가. 그래 비웃을만하지.




블로그에는 점점 내 이야기를 더 이상 쓰기가 애매해진 공간이 되었고 대나무숲처럼 찾아온 곳이 이곳 브런치다.  진짜 내가 글을 못쓰는지 검증받고 싶기도 했던 공간.  그래서 달려온 이 공간에 진짜로 글빨로 인정받고 싶은데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녀의 말이 딱 맞다 싶다.  누구는 쉽게 승승장구하며 라이킷을 받는 이 공간이 나는 그저 가뭄에 콩 나듯 정성을 다하든말든 하나 관심받기 어렵다. 나는 정말 글을 못쓰나 보다 다시 한번 브런치에서 뼈맞고 있는 기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유일하게 주절주절 블로그와 다른 이야기를 있기에 아주 가끔 서운하지만 찾게 된다.



세월은 흐르고 계획과 다른 책을 출간하기는 했지만 어찌 됐건 내 이름이 박힌 책이 온, 오프라인에 판매 중이다.   물론 오늘도 어제도 교보문고 순위는 올라갈 생각이 없고 재고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다양한 이벤트로 혼자 온갖 홍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출판사는 인기 좋은 다른 책의 이벤트 소식과 선물공세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게 보인다. 작은 규모의 출판사에 나까짓 저자는 미안하지만 잠시만 미뤘을지도 모른다.   마치 혼자 책을 출간한 것처럼 혼자 심심할 때마다 블로그에 홍보를 해본다. 몇 푼은 아니지만 인스타로 광고도 해본다.   대부분 초기 서평이벤트도 출판사에서 하던데 내가 한다. 서평이벤트를 했는데 누가 썼는지 안 썼는지도 내가 검사한다. 책을 받은 이도 태그에 출판사가 아닌 나를 태그 한다.   뒤에 출판사가 있기는 한 것인가 싶을 만큼 외롭다. 내돈내산 자가출판한 기분이 이런 건가 싶다.  위로해 주는 편집자도 함께 으쌰으쌰 할 대표님도 없이 나 혼자 보따리에 가득 안고 나와 노점에서 파는 기분이다.  글을 못쓰는 내가 책을 내겠다며 계약한 거부터 잘못된 것인가.  출판사가 인기 있는 저자들의 책을 출간하느라 내 책을 뒤로 미루고 미뤄 시즌을 못 맞춰 함께 자폭한 것인가.  그저 마지막은 내가 부족해서 라는 결론이 난다.



오늘도 나는 심금을 울리는 글빨 좋은 이 가 되어 브런치 라이킷도 관심작가가 되고 싶다. 잠이 안 올정도로 막 넘어가는 재미있는 소설을 써서 막 리커버판을 팔고 싶은 마음. 근데 소설은 어찌 써야 할지 모르겠고 에세이를 쓰기에 너무나 평범하다. 심금을 울리는 한방이 없다 나에게는. 어느 날 갑자기 떡상한 유튜브도 없고 반년이 지나도 무보수 유튜버이자  팬을 끌어모을만한 감동적인 글을 쓰는 재주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또 쓴다. 자기 글 좀 쓰네? 소리 들을 때까지 말이다.  쓰다 보면 매일 하나씩 하다 보면 이것도 10년 안에 메아리가 들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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