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부터 취미로 하던 블로그가 지금은 일이 되었다.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알게 된 파면 팔수록 알면 알수록 욕심나지만 참 피곤한 일. 좋아하는 일이 먹고사는 일이 되면서 일어난 수많은 이야기. 누구든 할 수 있고 누군가에겐 선망이지만 이 바닥 버티면 버틸수록 더 쉽지 않다. 그리고 가끔은 이게 진짜 내일이 맞는 걸까 여러 번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연고지 제로인 이곳에서 평소 하던 일과는 전혀 다른 일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취미로 하던 블로그 또한 더욱 적극적으로 하고 싶었다. 비빌곳 없어 외롭고 내성적 성격으로 사람과 친해지며 적응하기에는 모든 것이 어려웠다. 그렇게 제주에 수많은 곳들을 일상과 여행의 경계선에서 사진과 글들로 기록을 남겼다. 오기 수년 전부터 이미 하던 일이기에 전혀 어려운 건 없었다. 늘 하던 것처럼 사진을 찍었고 늘 하듯 글을 남겼다. 블로그의 시작은 이미 해외여행의 협찬이 목표였고 그 목표라면 이미 달성을 이룬 상황에서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블로그로 먹고 살기였다.
해외여행 협찬만 받을 것이 아니라 그걸로 돈을 만드는 일. 제주에 수많은 여행지를 검색하면 내 블로그가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고 찾아줬다. 숙소를 홍보해 달라는 사람, 식당을 홍보해 달라는 사람, 수많은 여행 관련 아이템들이 나의 고객이 되었다. 그 당시 원고료는 그저 저렴했고 그 돈으로 먹고 살기에는 참 작고 귀여웠다. 그래도 열심히 내가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어 행복했다. 점점 올라가는 원고료에 그저 행복했다. 쓰기만 써도 내가 1등이던 그 세상이 너무 즐거웠다.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왔다. 수많은 여행지 협찬은 물론이고 원고료까지 받을 수 있었다. 그냥 해외여행만 가도 좋은데 돈도 준단다. 그렇게 그 세계에 맛본 블로거들은 오직 나뿐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게 블로그에 바닥에 수많은 인파가 몰리기 시작했다.
경쟁은 나날이 치솟았고 내 몸값은 점점 떨어졌다. 내가 처음에 받은 원고료의 몇 배가 되는 원고료로 수많은 블로거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블로거들이 수많은 키워드 자리를 꽤 차고 수도 없이 바뀌는 로직에 몸과 마음이 너덜거리며 난 그렇게 지금 수년을 버티고 있다. 좋아하는 일이 먹고사는 일이 되어버리니 하루 종일 컴퓨터에서 떨어질 수 없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내 책의 판매 부수와 예스 24의 지수를 확인하듯 블로그를 살피고 경쟁자들이 내가 눈감고 잠든 사이 올린 수많은 글들을 체크한다. 더 치열하게 살기 위해 미라클 모닝을 하며 더 좋은 글빨을 위해 눈을 비비고 책도 읽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는 사이버 세계로 출근을 한다. 마감인 원고일정을 살피고 그 외에 해야 할 일들을 체크한다. 원고료는 없지만 협찬받은 상품의 글도 올리고 자체 생산적인 정보성 글도 올려야 한다. 쉽게 말해 하루 종일 글을 쓰는 글쟁이지만 참으로 상업적이다. 브런치에 한풀이 글도 써야 하는데 하루가 참 바쁘다.
예전에는 그저 글만 사진만 잘 찍는 블로그가 최고였지만 지금은 MZ 세대에 맞춰 영상까지 만들어야 한다.
감성 넘치고 볼거리 가득한 손재주 좋은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영상까지 만들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블로그만 해서 될 일도 아니다. 인스타그램에 유튜브까지 글부터 영상까지 남들보다 참 열심히 산다 싶은데 남들 눈에는 그저 여행 많이 다니는 반백수라 생각한다는 게 유감일 뿐.
예전에는 그냥 가만있어도 원고 요청이 왔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각 업체마다 키워드별로 경쟁을 부추기고 상위노출에 원고료 배틀을 붙인다. 선착순으로 하며 손 빠른 발 빠른 놈들이 먼저 결승선에 들어가면 수수료가 더 붙는다. 남들은 그저 공짜로 여행하고 공짜로 밥 먹고 팔자 좋네 하겠지만 사실 그 바닥도 매일 경쟁에 경쟁이다. 오늘도 아침부터 시작된 키워드 선착순 전쟁에 참여했다. 키워드가 노출돼야 나는 성공인 것이고 노출되지 않는다면 난 오늘 패배자가 된다. 업체들은 점점 블로거들의 경쟁을 부추기고 성적을 채점한다. 돼지고기 등급을 매기듯 등급을 정하고 비용을 절감한다. 일 년에 몇 번씩 불어대는 로직변화에 잘 나가던 블로거들도 나락으로 간다. 이 바닥 보험, 자동차 뭐 그 외 등등 영업사원과 다를 바 없다. 실적이 좋으면 인센티브를 더 받고 더 많은 고객이 찾는다. 이 바닥도 같다. 게다가 사돈에 팔촌까지 지인이 더 많으면 쉽게 말해 썩은 동아줄이라도 줄이 많은 자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온다. 누구는 개수로 키워드를 쟁취하고 누구는 게을러도 등급이 좋아 잘 나간다. 썩은 동아줄이라도 있는놈이 앞서는 바닥.
모니터와 키보드로 하루에 수도 없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나는 하루에 골백번 이걸 그만해야 할까 고민한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 이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니까. 오늘도 나는 더 알짜배기 글로 먹고사니즘을 고민한다. 사실은 매일 화가 나지만 말이다. 오늘도 전투를 마치며 맥주나 한잔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