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 자랍니다.

by 까칠한 현자까

우리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젊음이 젤 부럽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그냥 비웃던 시절이요. 우리에게도 가방하나 매고 당장 내일이라도 떠날 수 있는 젊음과 열정이 있던 그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 못해 후회되고 하지 못해 아쉬운 건 비단 우리만은 아닐 겁니다.
별거 아닌 것에 함께 웃고 매일밤 술잔에 해가 뜨도록 세상 모든 고민을 함께 나누며 동이 트도록 놀아도 멀쩡하던 그런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습니다.
나이가 먹어가는 것에 대한 막막함도 그 나이가 되어 모든 것이 다 이루어져 있을 것이라는 막연하지만 상상만으로 즐거운 미래를 그리던 그 시절.
우리에게도 젊음은 있었습니다.

그 마음 그대로 조금씩 익어갑니다.
그냥 그렇게 한해씩 지나가고
40이라는 숫자는 어느 날 아무렇지도 않은 숫자에 불과하다는 시절이 우리에게도 옵니다.
내일모레면 50이라는 숫자도 그저 그냥 그런 숫자일뿐라는걸 압니다. 젊어서 부럽다 나는걸 이제야 피부에 느껴집니다.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던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합니다.



엄마 아빠가 되고 우리도 함께 13살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함께 자라는 중입니다. 엄마 아빠가 됐다고 그 마음속 열정이 없어지는 건 아니라는 걸.. 나이가 드니 하나씩 배워갑니다. 함께 자라는 동지 꼬맹이에게 또 다른 삶을 배웁니다.

태어나 123일 되던 아이를 데리고 보란 듯이 떠난 첫 여행을 시작으로 13년간 쉼 없이 다녔습니다.

애 데리고 무슨 여행이냐..
고생만 하는 게 그게 여행이냐..
애가 무슨 기억을 한다고...

돈지랄한다..


그러고 보니.. 늙어가는 나도 어제 아침에 무엇을 먹었는지 깜빡깜빡합니다.
마음은 그때와 똑같지만 머릿속은 비워지나 봅니다. 나도 기억 안 나는 일주일 전을
애라고 여행 다녀왔으니 기억해야 한다고 강요해야 하는 건 꼬맹이가 여행파트너가 아닌 애물단지정도로 생각하는 머릿속 편견은 아닐지..


시간은 흐르고 우린 익어갑니다.
여행 파트너로 새로운 친구가 생겼고
함께 여행하며 함께 배우며 벌써 그렇게 13년을 함께 자라는 중입니다. 우리는 알고 있어요. 중학생쯤 되면 우리의 새 여행 친구가 우리가 아닌 진짜 친구들과 시간을 더 원할 거라는 걸요. 품 안에 자식이라고 추억을 만들 시간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다는 걸요.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이 더 열심히 지금처럼 여행 같은 삶을 살 겁니다. 공부 사교육은 없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여전히 제주에 삽니다.



조금 피곤한 여행파트너들도 있고
조금 시끄러운 파트너도 있고
모두 함께하면 다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조금 더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발맞춰 가며
그렇게 더욱 탄탄하고 하나뿐인 팀을 만들어 갑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가족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추억을 공유하는
우리 팀..

엄마아빠라고 새로운 세계와 만남을 포기해야 하고
엄마아빠라고 새로운 친구사귐을 꿈꾸지 말아야 하며 엄마아빠라고 다... 참아야 하나요?? 엄마아빠도 꿈과 열정 새로운 세계에 대한 궁금한 마음은 늙지 않는다는 것을. 한해한해 탄력이 떨어지는 피부와 조금 더 쑤시는 무릎 따위로 인해 그런 눈빛을 봐야만 하는 건 그대 미래에 당신을 바라볼 눈빛이겠죠.

그저 그런 눈빛으로
새로운 팀을 바라보지 말아 주세요.
그저 그런 눈빛으로 자신의 미래를 보지 말아요.
엄마아빠도 늙지 않는 열정과 마음이 있어요. 그렇게 오늘도 학원 가방 대신 여행가방을 쌉니다.

오늘이 우리에게 가장 젊은 날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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