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남자사람 관찰일지

by 까칠한 현자까

제조년 1980년 , 제조국 한국

내가 남자 1호를 관찰한 건 무려 21년 차다. 내 인생의 절반 내 삶의 반을 함께 한 남자 1호. 성깔은 있는데 평소 외부 이미지는 온순하다. 세상 좋은 사람인척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아주 예민하고 까칠하며 썩 온순한 스타일은 아니다. 남자 1호는 세상 차분하게 운전을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는 칼치기 전문이고 스피드를 즐긴다. 남자 1호의 정체를 잘 모르는 나의 이모는 결혼을 앞둔 그에게 불쌍하다고 했다. 1호의 식습관을 모르는 이모는 결혼 후 불어나는 그의 몸을 보며 내가 밥을 안 해줘 부어서 그렇다는 망언을 했다. 남자 1호는 어른들이 참 좋아한다. 대단히 다정하거나 살가운 스타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이 참 좋아하는 후덕한 관상을 가졌다.



하지만 21년간 그를 관찰한 결과 그는 불량 덩어리다. 이미 손쓸 수도 없고 AS 도 안 되는 몸둥어리. 눈을 비비면 삑삑 소리가 난다. 수백 킬로 짐도 들것 같이 생겨서는 피부도 아주 예민하다. 조금이라도 무거운 가방을 메고 있노라면 그날 밤 어깨에 피멍자국이 있다. 예민한 성격만큼 예민한 장을 가졌고 치킨을 좋아하지만 소화를 못하는 장기를 가졌다. 몽골인처럼 눈이 좋지만 스스로 핸드폰과 매일 싸우며 눈알을 굴린다. 한번 꽂히면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경주마 같은 남자 1호는 참기름에 과자를 찍어먹는 괴식가다. 비린내 나는 음식은 못 먹고 먹기 싫은 음식은 배려하는 척 나에게 먼저 권한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건 배려가 아닌 싫어하는 음식들이란 것을.


학창 시절 소문난 몸과 보조개는 못 먹어서 부은 살들 사이에 몰래 서식 중이다. 2호에게 인심 쓰는 척 2호를 위하는 척 하지만 본인이 좋아서 게임을 즐긴다. 남자 1호는 설거지를 나눠하며 그만의 그릇 정리법이 있다. 남자 1호는 나의 설거지 스타일을 싫어한다. 정열 되지 않은 그릇들에 거슬려한다. 그리고 잔소리한다. 다이소 돌돌이를 애정템으로 매일 이곳저곳을 다니며 내가 흘린 긴 머리카락을 밀어댄다. 잠잘 때는 본인 팔을 베개 아래에 넣고 스스로를 괴롭히며 잠을 청한다. 몸이 많이 무거울 텐데 멀쩡한 베개를 두고 팔을 베고 잔다. 그리도 다음날 온몸이 아픔을 호소한다. 나는 그가 자고 일어나서 왜 아픈지 알고 있다.



우리 집에는 1호와 아주 비슷한 몸매와 발가락이 똑 닮은 남들 눈에는 똑같이 생겼다고 하는 다른 제조사 출신의 남자 2호가 있다. 남자 1호와 제조사가 분명 다름에도 불구하고 남자 2호는 남자 1호와 아주 많이 닮아있다. 남자 2호는 내가 만들어낸 남자사람이며 이제 막 그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한 초등학생사람이다. 사춘기라는 무시무시한 전염병이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2호. 2호의 정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2호의 전생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2호의 정체를 알기 위해서는 우리 집 남자 1호의 분석과 2호의 집중 관찰 기간이 필요하다. 올해가 가기 전 남자 1호와 2호의 집중 관찰기간으로 결정했다. 본격 관찰일지를 기록해 본다. 그들은 과연 누구일까. 누구이기에 이리도 나를 열받게 하는 것인가. 난 그들의 정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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