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지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

미소녀 전사 세일러 문 완전판

by 구환회

'왜 많이 팔렸지' 궁금한 이번 주 급상승 도서

[2021년 1월 2주] 1/11~1/17


2020년대 오늘의 초중고생들과 30년 전 십 대들의 하루를 구분 짓는 '90년대적인' 풍경은 어떤 것이 있을까? 해질 때까지 학교에서 축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국민학생들. 집 안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담배를 피우는 아빠.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을 사주지 않는 엄마. 그리고 용돈도 모았고 부모님의 허락도 받았지만 살 수 없었던 만화책. 당시엔 당일배송, 트위터가 뭐냐 인터넷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드래곤볼 13권 언제 나오나' 출판사에 전화해 물어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동네서점에 가 서가를 훑은 뒤 시무룩한 얼굴로 돌아와야 했다.


가장 유명한 중학교 2학년생들.


그 시절 만화책을 즐겨 본 아이들이 공유했던 주요한 정서 중 하나는 '막연함'이다. 우선 책을 구매하여 내 손으로 쥐어보는 것부터 어려웠다. 책이 완결은 되는지, 후속작은 언제 나오는지 등 정보의 부족은 답답함을 더했다. 겨우 책을 구한다고 해도 욕구가 매끄럽게 충족되지는 않았다. 해적판이 아닌 정식 출간본인데도 인쇄가 거칠거나, 번역이 엉성하거나, 만듦새가 조악해서 헛웃음을 친 기억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높아진 독자들의 눈높이만큼 책들의 완성도도 올라간 지금과는 여러 면에서 대비된다. 책만 그랬던 시대는 아니었지만.


시간은 흐른다. 30년 전의 국민학생들은 이제 구매력이 있는 사회인이 되었다. 돈이 있다. 품질이 좋지 않았던 기억 속 책이라도 만약 판다면 다시 구하고 싶다. 이런 독자들을 위해 출판사는 꾸준히 애장판, 신장판, 복각판을 발매한다. 완전판 세트를 구매하면 두 가지 부록이 따라온다. 하나는 '추억'이다. 또 하나는 과거 한때 소장했던 그 책을 잘 간직하지 못했다는 '회한의 종결'이다. 이사하다 버렸거나, 친구가 돌려주지 않은 책들. 과거로 갈 수 있다면 나님의 멱살을 잡고 왜 금고에 보관하지 않았는지 따져 묻고 싶은 '그 만화'들.


옳게 된 지름은 이런거야.


'그 만화'에 해당하는 대표작이자 90년대 메가 히트작인 『미소녀 전사 세일러 문』이 완전판 출간되었다. 판매 첫날 1월 15일에 가장 많이 팔린 책 중 하나다. 주요 온라인 서점 만화 TOP 3에 진입했다. 특이한 점. 어떤 서점은 30대 '남성'이, 어떤 서점은 30대 '여성'이 많이 구매했다. 그만큼 팬층이 넓었던 명작이라는 뜻이다. 팬이라면 책을 주문할 때 선물 메시지를 적어 보자. "정의의 지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 이제야 지름에 성공한 '어른 나'가 이 책을 가지고 싶었던 30년 전의 '어린 나'에게 보내는 인사다.




2020년 인기 소장본 클래식 만화 10(무순)


슬램덩크 신장재편판



















드래곤 볼 신장판

















20세기 소년 완전판
















란마 1/2 애장판

















메종일각 신장판

















총몽 라스트 오더 완전판

















H2 소장판

















강철의 연금술사 완전판

















달빛천사 애장판

















마스터 키튼 완전판






keyword
작가의 이전글헬린이에게는 언더아머, 주린이에게는 TOP 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