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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환회 Aug 07. 2022

모든 탐정소설의 아버지들의 아버지

주홍색 연구(1887) 아서 코난 도일

[세계 추리문학전집] 30/50


소설 속 최초의 탐정은 에드거 앨런 포가 내세운 오귀스트 뒤팽이다. 최초의 '스타 탐정'은 두말할 것도 없이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다. 인류가 이야기를 발명한 이래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창조물인 '셜록 홈즈 시리즈'를 읽는 것은 신화를 체험하는 것과 같아 경건함마저 느끼게 한다. 그 첫 번째 이야기이자 시리즈 중 단 네 편의 장편 중 하나인 『주홍색 연구』는 두 남자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한 명의 이름은 모든 대중문화 작품에 등장한 탐정들의 아버지들의 아버지인 셜록 홈즈. 다른 한 명은 동료이자 충실한 기록자 존 왓슨이다.



콤비 결성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사건은 살인이다. 미국인 이노크 드리버가 죽은 채로 발견된다. 유력한 용의자인 비서 조셉 스탠거슨도 며칠 후 살해당한다. 홈즈는 런던 경찰국의 그렉슨, 레스트레이드이 보는 앞에서 신기에 가까운 추리력을 선보이며 진짜 범인을 체포한다. 이 순간 시간은 과거로 흘러 제2부 「성도들의 나라」로 연결된다. 현재를 서술하는 1부의 배경을 2부에서 설명하는 작가 특유의 구성은 특히 『주홍색 연구』에서 흥미로운 대조를 보여준다. 요약하면 1부는 '추리'고 2부는 '스릴러'다. 1부는 초반에 피해자가 죽고 탐정은 사건을 재구성한다. 2부는 인물의 모험을 따라가며 결말 부에 죽음이 등장한다.


여기에 복수(RACHE)라는 메시지를 현장마다 남겨 연결성을 부여하는 설정까지. 책은 후대 많은 범죄소설이 뒤따르는 장르의 익숙한 규칙을 제시했다. 능력은 신출귀몰, 성격은 그에 걸맞게 괴팍하고 오만방자한 선 굵은 탐정 캐릭터의 모델 그 자체가 남긴 영향은 물론 막대했다. 반면, 첫 출간 후 백 년 넘게 지난 점도 감안해야 한다. 지금 이 고전을 읽는 시간의 간극은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읽는 재미를 수반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범인은 무려 '자기 피'를 '손가락에' 묻혀 벽에 글자를 쓴다.


안락사를 앞두고 있긴 하지만 개를 실험체로 사용하여 독을 먹인다. 실재하는 종교 집단을 직접적으로 악하게 묘사하기도 한다. 지금 볼 때 실소를 자아내기도 하고, 논쟁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시대 차이라 넘길만한 부분이다. 오늘의 세련되고 빈틈없는 미스터리들의 근원을 따라 올라가면 이 작품이 있기 때문이다. 막 탄생한 신생 장르인 추리소설을 처음 접한 당시 독자의 시선에서 한 번, 현대 추리 문법과 비교하며 또 한 번. 고전이 으레 그렇든 두 번 읽기의 재미를 선사하는 명예의 전당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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