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의 매(1929) 대실 해밋
일본에 '80년대 거품경제'가 있다면 미국에는 '광란의 20년대'가 있다. 1차 세계대전 후 전쟁 특수의 영향으로 미국 경제는 호황을 맞는다. 대중문화가 꽃을 피웠다. 금주법과 마피아 등 범죄 가십에 미국인은 열광했다. 한편, 허구와 현실을 향락적으로 탐닉한 대중의 반대 위치에서 차가운 시선으로 사회를 목도한 사조가 있다. 하드보일드 소설 작가들은 모든 것을 '의심'하고 온전히 '생존'하는 것만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인물상을 내세웠다. 인류사 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 불과 십여 년 전, 기존 신념이 부정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대실 해밋. 하라 료가 닮고자 한 레이먼드 챈들러가 존경한 이 이름은 하드보일드의 동의어와 같다. 또한, 가장 20년대적인 작가였다. 그가 주로 20년대에 발표한 작품들은 2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폭죽 터지는 20년대의 화려함을 보여준 작가가 『위대한 개츠비』의 F. 스콧 피츠제럴드라면 추와 악과 혼돈을 바라본 작가는 대실 해밋이다. 그는 매우 적은 작품을 썼다. 대실 해밋 스타일의 하드보일드를 구축한 인물의 활약을 많이 만나 볼 수는 없다. 그중 샘 스페이드는 장편은 『몰타의 매』 한 편에 등장하여 굵직한 인상을 남긴 탐정이다.
그는 ‘스페이드&아처 탐정소’에서 일한다. 동료 아처는 초반에 살해당한다. 냉혹과 무심의 화신인 스페이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의뢰받은 사건 조사에 임할 뿐이다. 두 살인 사건의 범인 그리고 두 살인 사건의 배경인 보물 '몰타의 매'의 행방을 밝혀야 한다. 역사적 사실이 더해지며 모험성과 신비스러움이 배가되는 이 사건에는 여러 인물이 얽혀 있다. 모두 악한인 그들은 각자의 패를 숨기고 있다. 탐정은 거짓말을 모두 논파한다. 단, 단순히 진실을 밝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자신을 얼간이 취급한 사람들을 하나하나 짓밟아야 한다.
총보다 치명적인 냉소적인 언변은 스페이드의 필살기다. 클라이맥스에서 퍼붓는 언어 공격의 파괴력은 악마적이다. 경찰과 공조해 일망타진할 수도 있는데 굳이 직접 무리 안에 분열을 일으켜서 붕괴시킨다. 그 이유. 손익 계산에 철저한 스페이드의 원칙은 단순하다. 당한 만큼 갚는 것이다. 적에게 온정을 베풀 때 어떤 결과가 따르는지 겨우 십여 년 전 일어났던 전쟁은 여실히 보여주었다. 하드보일드는 이처럼 아직 가시지 않은 사회의 불안과 초조를 반영한 장르였다. 자연히 등장 인물은 냉정했고 문체는 무미건조했다. 『몰타의 매』가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