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 플랜(1993) 스콧 스미스
[세계추리문학전집] 45/50
1965년 뉴저지에서 태어난 스콧 스미스는 호러 거장 스티븐 킹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 1993년 첫 책을 발표한다. 스티븐 킹이 '『양들의 침묵』 이후 최고의 스릴러'라고 극찬한 『심플 플랜』이 데뷔작이다. 13년 후인 2006년 발표한 『폐허』까지 두 편의 장편 소설만 그의 작품 목록을 지키고 있다. 미스터리 팬에게는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반대로 새 작품이 추가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느끼는 독자도 있을 듯하다. 『심플 플랜』은 작가를 '단 한 편으로 전설이 된 소설가' 명단에 입성시키기에 부족하지 않은 압도적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주요 캐릭터도 압도적이다. 압도적으로 제정신이 아니다. 『심플 플랜』에 정신을 붙든 사람은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주인공은 사료 회사에서 일하는 행크. 그는 형 제이콥 그리고 형의 친구 루와 함께 눈 덮인 숲속을 지나다 추락한 경비행기를 우연히 발견한다. 비행기 안에는 440만 달러를 담은 더플백이 있다. 그들은 6개월만 돈을 쓰지 않고 대기하다가 사건이 잠잠해지면 돈을 나누기로 한다. 이토록 간단한 계획(심플 플랜)은 물론 실행되지 않는다. 그러기에 형과 루 콤비는 너무 멍청하고 탐욕이 많다. '회계 선생' 행크는 조금 나을까?
행크는 이 잔혹극에서 두 번째로 이상한 인물이다(1위는 그의 악마성을 증폭시키는 아내다). 그는 집안에서 처음으로 대학을 졸업했고 가족 중 유일하게 사무직으로 일한다. 언젠가부터 더 이상 사무용품을 쓰지 않는다. 모든 걸 총으로 해결한다. 그가 저지르는 살육의 희생자 중에는 절대 행크가 죽이지 않을 것 같은 인물도 포함된다. 멈춤 없이 악의 구렁텅이로 떨어지는 타락의 이유를 단순히 광기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반대로 지극히 이성적이어서 섬뜩하다. 거액을 지키고자 모든 논리를 끌어들여 사람을 죽인다. 평범해서 더 흉포한 악행의 기록.
주요 인물처럼 배경 역시 볼품없다. 끝없이 펼쳐진 풍경은 광활한데 독자는 정반대 답답함을 느낀다. 시골 마을의 거대한 적막감이 모두를 옭아맨다. 꿈도 희망도 없는 현실. 어느 날 불쑥 끼어든 돈뭉치. 동아줄을 붙들어 보지만 남는 건 공허뿐이다. 파국에 파국이 이어지는 더없이 코엔 형제스러운 이야기다. 코엔 형제의 친구 샘 레이미가 연출한 영화도 훌륭하지만, 원작보다는 못하다. 특히 온 세상으로 피와 욕망의 살점이 튀어대는 듯한 6장의 살벌함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 실은 다른 어느 매체와 작품도 흉내 낼 수 없는 지옥도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