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
연애 데칼코마니 동물 테스트를 했더니, 경주마가 나왔다. 한때 별명이 불나방이었으니 놀랍진 않았다.
경주마 유형 설명 중 가장 와닿은 문장은 ‘가는 사람 안 잡고 오는 사람 안 받아요. 무조건 내가 좋아야 해요’였다. 진짜 나를 알고 설명한 느낌이랄까. 이상하게 어려서부터 나 좋단 남자보단, 내가 좋은 남자를 쫓았다. 이런 경주마와 잘 어울리는 궁합은 참을성 강한 소였다. 나처럼 언제 이리 튀고 저리 튈지 모르는 애는 진득한 소 같은 사람과 연애가 맞나 보다.
그런 점에서 피플 첫 OK 매칭남은 소에 가까운 사람 같았다. 적당히 매너 있고, 적당히 얘기에 귀 기울일 줄 알았으며, 적당히 나를 어려워했다. 기본적으로 내게 호감의 태도를 보이나, 그 수준이 딱 적정했다. 자기 감정에 취하기보다 나를 존중해주는, 선을 지키는 느낌이 좋았다. 원래 그런 성격을 갖고 태어난 사람처럼 보였다. 나와 반대되는 매력이 꽤 흥미로웠다.
적당한, 보통의 사람이니 대화가 엄청 재밌지도 엄청 지루하지도 않은 평범한 소개팅이었다. 평범한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 사람이 진짜 내게 호감이 있는지, 애프터를 할지 헷갈렸다. 알쏭달쏭한 기분에 괜히 조바심도 나고, 궁금증도 드니 한번 더 보고 싶단 생각이 강해졌다. 게다가 그는 집 가는 방향이 다른데, 굳이 내가 가는 역 앞까지 데려다주는, 그런 남자가 아니지 않은가.
“오늘 즐거웠어요. 혹시 괜찮으심 한번 더 뵐까요?”
그와 헤어지고 역 앞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애프터 신청을 했다. 용기 있는 경주마는 애프터 신청 순서를 가리지 않는다. 그저 맘에 드는 길을 달릴 뿐. 약간의 긴장되는 몇 분을 뒤로 하고 그에게 답장이 왔다.
‘좋죠. 언제 뵐까요?’
집 가는 길, 친한 언니에게 연애 동물 테스트 결과를 공유하며 말했다. 불나방 기질이, 경주마 질주 본능이 사라진 게 아니었다고. 그저 그 대상이 없었을 뿐이라고.
만남을 향한 질주 본능이 다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