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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Sep 22. 2019

무한한 애틋함의 도시, 파리


우리는 편견 속에서 살아간다.
그 편견은 여행하는 도시에 적용된다. 가령 파리는 내게 지성의 도시지만, 미국 샌프란시스코 하면 퀴어의 이미지가 떠오른 달까. 샌프란시스코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퀴어와 레즈를 지지하는 레인보우 거리가 먼저 상상된다. 도시에 대한 내 편견은 때론 맞을 때가, 때론 틀릴 때가 있다. 예를 들면 파리에서 레인보우 횡단보도를 만난 것처럼.


파리 마레지구에서 퐁피두센터를 가다가 만난 레인보우 횡단보도


프랑스에는 가봐야 할 랜드마크가 정말 많지만, 현대미술의 집약체로 불리는 퐁피두센터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공간이다. 내가 퐁피두센터에 갔던 날은 아쉽게도 휴관일이라 센터의 외형과 그 거리의 문화를 체험하기로 했다. 그렇게 마레지구에서 퐁피두센터 쪽으로 걸어가던 길, 레인보우 횡단보도를 만났다.


현대미술의 집약체로 불리는 퐁피두센터의 외관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그 횡단보도를 건너며, 프랑스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를 떠올렸다.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칸 영화제 수상작이자, 퀴어 영화로 유명한  영화를 선뜻 보게 되진 않았다. 이성애자인 내가 영화를 보며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앞섰다. 그러나 막상 들여다보니 영화는 시작부터 그 편견을 깨줬다.


영화 도입에, 프랑스 고등학교 국어시간의 시 읽는 장면이 나온다. 시에는 '누군가를 만나고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이었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교사는 학생들에게 묻는다. "운명의 사람을 만나면 뭔가 채워질까, 뭔가 빠져나갈까." 

그렇다. 영화는 그저, 사랑을 얘기하고 있다.


사랑을 한다는 건 외로운 일이다. 함께 해도 외롭고, 혼자하면 더 외롭고, 세상이 알아주지 않으면 더욱 외롭다. 그런 점에서, 아직 많이 외로울 이들을 지지하는 레인보우를 품고 있는 파리가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파리 마카롱 맛집 피에르에르메


퐁피두센터를 다녀오며 또 한번 편견이 깨진 일이 있었다. 그것은 라뒤레 마카롱보다 피에르에르메 마카롱이 훨씬 맛있었던 점이다. 파리에서 딱 한번만 마카롱집에 들릴 시간이 있다면, 인테리어도 더 예쁜 피에르에르메를 추천한다.


파리 피에르에르메에서는 시식도 가능하다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서 헤어진 뒤 다시 만난 주인공들은 이런 대화를 나눈다. "네게 무한한 애틋함을 느껴. 영원히 그럴거야, 평생동안."
파리는 비록 늘 함께할 수 없지만, 내게 평생 무한한 애틋함을 주는 도시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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