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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Jan 26. 2021

<흐르는 강물처럼> - '인생은 멈추지 않고 흐른다'

[영화 후기,리뷰/ 넷플릭스, 왓챠, 힐링, 인생 영화 추천/결말 해석]

                                                                             

흐르는 강물처럼 (A River Runs Through It)

개봉일 : 1993.04.24. (한국 기준)

감독 : 로버트 레드포드

출연 : 크레이그 셰퍼, 브래드 피트, 톰 스커릿, 브렌다 블레신, 에밀리 로이드, 조셉 고든 레빗


어떤 순간이 맞이하든 인생은 멈추지 않고 흐른다


조셉 고든 레빗의 필모그래피를 열심히 훑던 어느 날,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이름의 영화가 눈에 들어왔다. <리틀 포레스트>처럼 대자연 속에서 상처를 위로받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영화의 포스터와 제목. 왠지 봐야 할 것 같은 묘한 촉에 이끌린 나는 망설임 없이 이 영화를 결제했고, 그날 밤 나는 조셉 고든 레빗의 사진을 한참이나 뒤적이다 잠들었다.


<흐르는 강물처럼>은 1990년대 초에 제작된 영화다. 1981년생인 조셉 고든 레빗은 주인공 노먼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는데, 작고 귀여웠던 아역배우였던 그의 모습을 보니 기분이 참 간질간질했다. 거기에 브래드 피트의 청년 시절 미모까지.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아름답게 반짝이는 자연의 풍경과 배우들의 미모로 힐링을 주는.. 참 힐링 맛집이라고 말하고 싶다.



<흐르는 강물처럼>은 거칠지만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서 자란 ‘노먼 맥클레이’라는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한 사람의 유년기부터 청년기, 노년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찬란하고, 아름답고, 부드럽지만 슬프기도 하다.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영화의 제목처럼 자연스럽게, 찬찬히 흘러가던 노먼의 인생엔 존경하는 아버지와 자신과 다르지만 많은 걸 깨닫게 해준 사랑하는 동생, 다정한 어머니, 갑작스레 나타난 운명 같은 여인이 있었다. 풍족하진 않았지만 넘치게 아름다움과 동시에 시린 시절을 살아온 노먼의 인생은 광활한 자연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통해 완성된다.


큰 소리를 내지 않고 잔잔히 흘러가는 강물처럼 우리의 인생도 조용히 계속해서 흘러가고 있다. 인생은 언젠간 급류를 형성해 사람을 떠내려가게 만들기도 하고, 따스한 빛을 받아 보석처럼 빛나기도 한다. 어떤 모습으로든, 어떤 빛깔로든 인생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흘러가고 있다.




흐르는 강물처럼 시놉시스


목사 리버런드 맥클레인은 아들 노만과 폴, 부인과 함께 몬태나주 강가의 교회에 살면서 낚시를 종교처럼 소중히 여기고 즐긴다. 아버지에게 낚시를 배운 노만과 폴도 어린 시절부터 낚시를 좋아한다. 신중하고 지적인 노만과 자유분방한 폴은 우애가 깊으면서도 경쟁적인 관계이다. 세월이 흘러 장성한 두 형제는 각기 다른 사회적 지위를 얻으며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포커를 즐기던 폴이 길에서 폭행을 당해 사망하고, 아버지와 노만은 사랑하는 폴을 잃은 상실감에 깊은 고뇌를 느끼게 되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목사이자 플라이낚시꾼인 아버지와 형제를 따스하게 맞아주는 어머니. 나와는 조금 다르지만 사랑하는 동생. 노먼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거칠지만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자랐다. 집에서 글쓰기 연습을 마치면 동생 폴과 함께 물가로 달려가 박자에 맞춰 낚싯줄 던지기 연습을 한다. 어린 노먼과 폴이 일찍이 자연의 섭리를 깨우치고 겸손해질 수 있었던 건 아버지의 가르침과 아이들의 등을 포근히 감싸던 땅의 온기 덕분이었을 것이다.



툭하면 피 터지게 싸웠기에 강하다 내가 강하다 생각했던 노먼, 내면의 강인함을 가진 동생 폴. 두 형제는 각자의 강인함을 지닌 채 성장한다. 폴은 프로 플라이 낚시꾼이 되고 싶어 했고, 노먼은 학문에 뜻을 가진다. 늦은 밤, 친구들의 부름에 창문을 넘던 노먼과 폴은 창문을 넘는다. 폴은 지붕에서 바로 뛰어내리고, 노먼은 안전하게 연통을 타고 내려가 땅을 밟는다. 형제는 이렇게 조금씩 다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1차 세계대전을 거치고, 노먼은 대학을 가기 위해 고향을 떠난다. 6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노먼이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어린 동생 폴은 남자가 되어있었다. 폴은 불의를 참지 못하는 남자였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다른 이들의 편견에 맞서 싸우는 예술가였다. 다만 그의 아주 작은 단점이라면 도박을 끊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강한 내면과 활발한 성격을 지닌 폴은 크고 작은 모험을 즐겼고, 그 모험은 가끔씩 말썽이 되곤 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폴을 나무라지 않으며 그가 식탁에 앉기를 조용히 기다렸고, 노먼은 그런 동생의 행보가 조금씩 걱정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노먼의 걱정은 현실이 되고 만다. 폴은 게임 중 싸움에 휘말리고, 세상을 떠나게 된다. 지켜보는 사람 한 명 없는 뒷골목에서.


                                                                     

인생은 예술 작품이 아니기에 이런 순간은 계속되지 않는다


노먼의 교수직 채용이 결정되고, 아버지와 두 형제는 오랜만에 낚시 약속을 잡는다. 폴은 물 안에서, 노먼은 뭍에서. 아버지는 그런 형제의 뒤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낸다. 햇빛은 강물에 부딪혀 더욱 밝은 빛을 내고, 강물은 형제와 아버지의 인생 한편을 유유히 흘러간다. 이렇게 노먼의 인생은 행복하게 흘러갈 것만 같았지만, 인생은 기록된 예술 작품이 아닌, 계속해서 흐르는 것이기에 아름다운 순간은 계속되지 않는다. 인생의 시작점을 함께한 아름다운 아이, 폴이 떠나고 노먼은 계속해서 인생을 살아간다. 폴이 떠나도 노먼의 인생은 계속해서 흐르고, 또 다른 사랑의 대상이 생긴다.



인생을 선물해 준 부모님, 반짝이는 순간을 함께한 사랑하는 아내, 나의 아이. 어느덧 노인이 된 노먼은 홀로 강가에서 낚시를 한다. 노먼은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어릴 적엔 아버지의 가르침을 전부 깨닫지 못했고, 가끔 말썽을 피우는 동생 폴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런 폴을 강하게 다그치지 않는 부모님도 이해할 수 없었다. 또, 제시가 자신에게 오빠를 소개해 준 날, 그의 오빠를 단번에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노먼은 자신의 인생에 깃든 사람들을 사랑했다. 오롯이 이해할 순 없어도 그들을 사랑했고, 그들은 노먼의 인생을 아름답게 채워준다.



흐르는 강물처럼 인생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슬픈 순간을 맞이했다고 하여 그것을 과거로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세상은 유하고 아름답기도, 거칠기도 하다. 그런 세상 속에서 슬픔을 만났다면, 나에게 남은 것을 손에 그러쥐고 새로운 힘을 찾아야 한다. 우리의 인생은 낚시와 비슷하다. 끊임없는 기다림을 견뎌야 할 수도 있고, 쉼 없이 완급 조절을 해야 하는 순간도 있다. 큰 보상을 기대하면 안 되는 날도, 생각지도 못한 보상을 건져올리는 날도 있다. 노먼의 아버지는 어린 형제에게 낚시를 가르치며 인생을 알려준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인생은 흐르는 강물처럼, 끝없이 흐르고 있다. 아름다운 순간을 맞이한다면 담아두려 노력하기보단 그 흐름에 맞춰 자연스레 흘러가면 되는 것이고, 슬픔의 순간을 맞이한다면 거슬러 오르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 또한 흘러 내 인생의 일부가 될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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