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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Apr 18. 2021

<파퍼씨네 펭귄들>-'놓쳐선 안될 소중한 존재, 가족'

[영화 후기,리뷰/넷플릭스 ,짐 캐리, 가족 영화 추천/결말 해석]

                                                                              

파퍼씨네 펭귄들 (Mr. Popper's Penguins)

개봉일 : 2011.09.07 (한국 기준)

감독 : 마크 워터스

출연 : 짐 캐리, 칼라 구기노, 안젤라 랜즈베리, 매들린 캐롤, 오필리아 로비본드                                                                         

놓쳐선 안될 소중한 존재, 가족


어린 시절, 졸린 눈꺼풀을 억지로 끌어올리며 밤늦게 퇴근하는 아버지를 기다려본 적이 한 번쯤은 있지 않은가? 나는 회사일 또는 친구와의 모임으로 아버지가 늦게 귀가하실 때면 그래도 아빠를 보고 자야 한다며 되지도 않는 고집을 피웠던 날이 꽤나 많았다. 어느 날은 까무룩 잠들어버리기도 하고, 어느 날은 쌩쌩한 상태로 아버지를 맞이하기도 하고, 어느 날은 살포시 잠이 들었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깨기도 했다.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긴 했지만, 어머니의 퇴근이 아버지에 비해 빨랐기에 내 기준 어머니는 집에서 함께하는 사람, 아버지는 밤늦게까지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아마 우리 집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가정에서 아버지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어 있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머니에 비해 아버지에게 거리감을 느끼곤 했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아버지들이 ‘아이가 어릴 때’ 더 함께하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 후회하기도 한다. 요즘에야 전과 다르게 변한 생활 습관과 인식에 따라 ‘다정한 아버지 상’이 대세가 되었지만, 라떼는 대부분 가정들이 이랬다-고 괜히 한마디 해보고 싶었다.



<파퍼씨네 펭귄들>의 주인공 파퍼와 그의 아버지도 그렇다.

까치발 나와라, 오버 침대에 누워있던 파퍼는 무전기에 지직 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후다닥 침대를 벗어나 아버지의 무전을 받는다. 어린 파퍼는 늦은 밤까지 아버지의 무전을 기다린다. 까치발을 들고 무전기 전원을 누를 때부터, 까치발을 들지 않아도 전원에 손이 닿을 때까지 파퍼는 아버지와 짧은 통화를 할 수 있는 밤 시간과 그가 집에 돌아올 날을 기다린다. 하지만 아버지는 파퍼의 마음을 모르는 듯 “아주 드문 중요한 기회야.”라고 말하며 파퍼의 생일날 집에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어긴다. 아버지에게 상처를 받은 파퍼는 더 이상 아버지를 기다리지 않는다. 아버지가 여행 기념품이라며 챙겨온 스노볼 하나가 영롱하게 빛나던 밤이었다. 


30년이 지나고, 파퍼는 “이런 기회는 드물어요.”와 같은 말을 습관처럼 하는 어른이 된다. 자신의 아버지처럼 말이다. 이익을 챙기기 위해 바쁘게 돌아가는 회사에서 1인분 이상의 몫을 하고 있는 성공한 사업가인 그는 낡은 건물을 사들여 재개발을 진행하는 일을 맡고 있다. 무슨 건물이든, 어디에 있는 땅이든 다 사들일 수 있다며 자신감 넘치게 약속을 하는 파퍼는 능력 있는 사회인이었지만, 멋진 아빠는 되지 못했다. 가족을 챙기지 못한 탓에 전처와 두 아이에게 외면받는 아빠가 된 그는 뉴욕 도심에 위치한 커다란 펜트하우스에서 홀로 살고 있다. 사업가로서는 합격, 아빠로서는 불합격에 가까운 그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준 건 아버지의 유산이자 마지막 기념품인 남극 펭귄이었다. 아이들의 아빠, 그리고 두 번째로 펭귄들의 아빠가 되며 그는 아빠로서, 한 가정의 구성원으로서 소홀히 했던 감정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파퍼씨네 펭귄들>은 나도 모르는 새 미소가 지어질 만큼 귀엽고, 사랑스럽고, 따듯한 가족영화다. 적절한 장소에 배치된 코믹 요소들과 사랑스러운 펭귄들, 그리고 짐 캐리라는 배우까지. 가볍게 볼 수 있는 가족영화, 힐링 영화, 그리고 가족들의 존재가 그리울 때 추천한다.




파퍼씨네 펭귄들 시놉시스


어느 날 갑자기 배달된 귀요미 펭귄들, 파퍼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다!! 성공한 사업가 파퍼는 가족을 등한시 한 탓에 전처와 자녀들에겐 ‘남’만도 못한 존재다. 그러던 어느 날,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 요상한 ‘유산’을 상속 받는데…. 그건 바로 남.극.펭.귄!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든 이 애물단지를 버리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던 파퍼는 오히려 펭귄 다섯 마리를 추가로 배달 받게 되고, 심지어 파퍼의 아들은 펭귄들이 자신의 생일 선물이라 오해하고 만다. 간만에 제대로 아빠 노릇하게 생긴 파퍼는 요 민폐덩어리들을 갖다 버릴 수도 없는 상황, 결국 뒤뚱뒤뚱 남극신사들과 그는 기막힌 동거에 돌입하게 되는데… 과연 파퍼와 귀요미 펭귄 6인방의 좌충우돌 뉴욕 생활기의 결말은…?!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자유죠. 그게 무서운 거죠.


언젠가 홀로 세계를 누빌 거라는 건물주의 말에 파퍼는 이렇게 답한다. 자신의 아버지 또한 세계를 누비는 사람이었고, 세계 여행을 하는 건 자유고 또 무서운 것이라고. 파퍼의 아버지는 자신의 인생을 최선을 다해 누리던 사람이었다. 그것이 나쁜 것이라 말할 순 없지만, 세계를 누비는 열정의 반 정도만이라도 자신을 기다리는 아이에게 나눠줬다면 파퍼가 이토록 아버지에게 실망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파퍼의 책상 위에 아버지가 사 온 기념품들이 쌓여간다는 건 어쩌면 그만큼 아버지의 빈자리가 쌓여간다는 뜻이었을지도 모른다.


늦은 밤까지 아버지의 짧은 무전을 기다리던 아이는 30년이 지나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어른이 된다. 썩은 건물을 반짝이는 걸로 바꾸는 자신의 일에 큰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파퍼는 성공한 사업가다. 하지만 아이들은 파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항상 바쁜 아빠는 어느덧 속상한 일을 털어놓고 싶지 않은 아빠로 변해있었다. 제이니의 기분이 좋지 않던 날, 파퍼는 제이니에게 위로 아닌 충고를 늘어놓다가 이번 주말은 아빠와 보내기 싫다며 퇴짜를 맞는다.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한 아름 들고 홀로 돌아온 집. 파퍼는 공허함을 느낀다. 넓은 옥상과 전망 좋은 집에 살면 뭐 하겠는가. 멋진 풍경을 함께 바라볼 가족이 없는데. 파퍼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고 있을 때, 아주 타이밍 좋게 아버지의 유산이자 마지막 기념품이 도착한다. 박제라고 생각했던 펭귄은 이내 털을 부르르 털더니 터벅터벅 걸어 다니기 시작한다. 살아있는 생명이니 어떻게 해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키우고 싶진 않다. 나름 귀엽긴 하지만 천덕꾸러기가 따로 없다.


“내 펭귄 맞죠?”

파퍼는 펭귄의 존재를 반기지 않았지만, 파퍼의 아이들은 펭귄을 아주 좋아했다. 펭귄을 보기 위해 파퍼의 집에 수시로 드나들기 시작했고, 아빠의 집엔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던 아이들은 이제 “내일 저녁에 또 와도 돼요?”라고 묻는다. 파퍼는 아이들의 변화에 행복해하며 펭귄들을 보살피기 시작한다. 중요한 계약을 따내기 위해 참석한 파티를 6마리의 펭귄이 와장창 망쳐버렸지만, 파퍼도 나름 정이 들었는지 펭귄들을 모두 챙겨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너네가 싫다며 성을 내다가도 택시에서 내리는 펭귄들을 보살피는 그의 모습이 참 귀여웠다. 


                                                                       

아빠가 됐네.


6마리의 펭귄들은 파퍼의 집에서 무럭무럭 자랐고 이내 세 개의 알을 낳는다. 아만다는 파퍼에게 “또 아빠가 됐네”라고 말한다. 제이니와 빌리에 이어 두 번째로 아빠가 된 파퍼는 펭귄들의 알을 보며 가족애를 느낀다. 동물 한 마리가 아닌 나의 가족. 파퍼는 펭귄들과 그 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깨어나지 못한 알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던 그는 집으로 쳐들어온 회사 상사인 프랭클린에게 묻는다.


                                                                        

내가 당신 일에서 일한 지 얼마나 됐죠? 내가 빼먹은 축구 경기가 얼마죠? 무용 발표회는요? 왜 그래야 하죠? 절대 놓칠 수 없는 게 있다니까요.


나의 아버지가 놓쳤던 어린 나의 나날들. 그리고 내가 놓쳐버린 나의 아이들의 순간들. 중요한 일이 있다고 변명하며 미뤄놨던 소중한 순간들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쌓여있었다. 파퍼는 그 사실을 외면해왔지만, 아버지의 마지막 선물인 펭귄 가족들을 보며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을 꼭 안아주렴

파퍼의 아버지는 왜 파퍼에게 펭귄을 선물했을까? 그가 남극에 있었기 때문에? 아니면 귀여워서? 아니다. 파퍼는 자신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라서였다. 파퍼의 아버지는 사랑하는 가족들의 곁을 오랫동안 떠나있었기에 뒤늦게 소중함을 깨달았다 한들 훌쩍 커버린 자식을 갑자기 품긴 어려웠을 것이다. 어색한 일이기도 하고, 이미 아버지에게 상처를 받은 아이를 억지로 껴안을 수도 없는 일이다. 파퍼의 아버지는 나의 아들만이라도 사랑하는 사람 곁을 절대 떠나지 않는 펭귄처럼 가족들의 곁에 남아 아이들을 꼭 안아주길 바랐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바람대로 파퍼는 아만다와 제이니, 빌리를 꼭 껴안는다.


어른이 된 파퍼는 여전히 아버지의 사랑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파퍼는 아버지가 돌아오는 날이면 외식을 했던 식당 태번 온 더 그린의 창가 자리에 앉지 못한다. 아버지가 돌아온 날은 행복한 날임과 동시에 다시 다가올 부재를 준비해야 하는 날이었기에, 그는 어른이 되어서도 아버지와 함께한 날들을 끌어안고 아파하고 있었다. 펭귄들이 알을 낳았을 때, 펭귄 님로드의 밑에 알 대신 파퍼의 스노볼이 자리하고 있던 장면처럼, 파퍼도 어릴 적 추억과 슬픔을 아주 깊은 곳에 품고 있었던 것이다.



파퍼가 아버지의 따스함을 기다렸던 날에 비해 그에게 떨어지는 보상의 날은 너무도 적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자신의 아이들을 사랑하는 방법을 잘 알지 못했다. 태번 온 더 그린의 주인장 반 건디 부인은 식당을 넘기며 파퍼에게 말한다. “그 소년에게 아직 순수함이 남아있는지 궁금했어요.”라고. 반 건디 부인은 사업가 파퍼가 아닌, 부모님과 함께 외식을 하던 작은 소년 파퍼에게 식당을 주고 싶어 했다. 그를 알리 없던 파퍼는 계속해서 헌것을 부수고 새것을 지어야 한다는 사업가의 모습으로 반 건디 부인에게 다가왔고, 부인은 그에 실망한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에게도 식당을 팔지 않을 거라 선언하던 기자회견 자리에서 가족들과 8마리의 펭귄들을 끌고 나타나 식당을 팔면 안 된다고 외치는 파퍼의 모습을 보고 마음을 바꾼다. 그때의 순수한 소년은 여전히 창가 자리의 추억을 잊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 순간이다.



파퍼는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앉았던 그 자리에서 아만다, 아이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 어릴 적 추억이 담긴 태번 온 더 그린에서 파퍼는 가족들에게 말한다. “나 긴 여행을 떠나. 같이 가주면 좋겠어.”라고 말이다. 그는 아버지처럼 홀로 훌쩍 떠나는 게 아닌, 가족들과 함께 떠나기로 결심한다. 파퍼는 아버지의 편지대로 가족들을 힘껏 껴안는다. 그는 펭귄들과 보낸 겨울을 통해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확실히 알게 된다. 파퍼는 이제 오래된 식당을 부수고 새 빌딩을 지어 이익을 보려는 사업가가 아니다. 그는 가족들과 함께한 추억이 담긴 태번 온 더 그린을 지키는 아버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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