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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Dec 12. 2021

돈 룩 업- '이거 현실이지? 영화 그런 거 아니고?'

[영화 후기,리뷰/신작, 블랙코미디, 넷플릭스 영화 추천/결말 해석]


                                                                              

돈 룩 업 (Don't Look Up, 2021)

개봉일 : 2021.12.08 (극장 선공개 / 넷플릭스 2021.12.24.공개)

감독 : 아담 맥케이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롭 모건, 조나 힐, 마크 라이런스, 티모시 샬라메, 케이트 블란쳇, 메릴 스트립

쿠키 영상 : 2개


이거 현실이지? 영화 그런 거 아니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아닌 ‘어쩌면 실화가 될지도 모를 이야기’. 영화의 포스터에 적힌 이 한마디가 이렇게 적절할 수가 없다. 작중에 혜성 충돌 상황을 부정하며 “이거 현실이지? 평행 우주 그런 거 아니고?”라고 묻는 대사가 나오는데, 나도 그렇게 묻고 싶다. “이거 현실이지? 영화 그런 거 아니고?”


                                                                              

미리 만나본 <돈 룩 업>, 화려한 라인업으로 시선을 빼앗다.


넷플릭스 공개 전, 넷플릭스 영화 6편을 미리 극장에서 만나보는 릴레이 개봉의 마지막 타자 <돈 룩 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티모시 샬라메의 촬영 사진 한 장으로 이미 내 마음을 깨부셨던 이 영화. 최근 글을 쓰는 영화마다 ‘소식을 듣고 언제부터 기대했던 영화’라고 언급하다 보니.. 대체 나는 마음 속에 품고 살아가는 영화가 몇 편이나 되는 거지..? 살짝 웃기기도 하지만, 아무튼 이 영화도 정말 기대했다. 거기에 이런 기획전을 통해 집이 아닌 영화관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다니. 횡재가 따로 없다 생각했다.


위에 언급한 세 배우를 제외하고도 조나 힐, 마크 라이런스, 타일러 페리, 론 펄먼, 아리아나 그란데, 케이트 블란쳇, 메릴 스트립.. 등 이름만 들어도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대단한 인물들로 가득 찬 라인업에 넷플릭스 자본의 위대함을 다시 느꼈고, 각 인물들의 매력을 잘 살려 어떠한 캐릭터도 1회 성으로 소모되지 않도록 적절히 배려한 연출자의 균형감에 박수가 나왔다. 거기에 재미까지 챙기다니, 이 영화를 추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특히 케이트 블란쳇의 캐릭터와 연기가 정말 좋았다. 내가 알던 그녀의 이미지와 목소리를 잠시 뒤로 미뤄둔 채 영화를 봤을 만큼 말이다. (캐릭터 자체는 호감형이 아니었지만..)


                                                                              

비디오 게임처럼 비현실적인 이야기
또는 우스울 만큼 현실과 너무 닮은 이야기


<돈 룩 업>은 지구로 다가오고 있는 커다란 혜성이라는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중심 소재를 이용한 사회 비판 블랙코미디다. 미시간 주립대 천문학과 교수 랜달 민디와 그의 제자 케이트 디비아스키는 여느 날처럼 천체를 관찰하다 새로운 혜성을 발견하게 된다. 혜성의 존재는 처음엔 놀라운 발견, 축배를 들어야 할 소식이자 축복이었으나, 혜성의 좌표와 속도, 포물선의 모양 등.. 모든 정보를 모아 계산해 보니 혜성은 축복이 아닌 대재앙 그 자체였다.


랜달과 케이트는 이 소식을 알리고 지구의 멸망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이 과정에서 온갖 아이러니와 코미디적 요소들이 발생한다. 지구 멸망. 그것도 엄청난 크기의 혜성이라는 간단하지 않은 문제로 멸망이라니. 인류 최대의 위기다. 인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하는데.. 어디, 지구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가? 당장 옆에 앉아있는 가족도, 친구도 나와 생각이 다른데.. 이 지구에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한곳으로 모일 리가 없다. ‘지구 멸망’의 위기를 앞에 두고 사람들은 온갖 우습고도 열이 뻗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어디선가 본듯한 상황들


“아무리 그래도 멸망이라는데.. 진짜 이럴까?”싶다가도 너무 사실적이라, 번뜩 “아 이거 현실 아닌가?”싶은 생각도 든다. 지구 멸망은 아니더라도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이 각자 분열하고 휩쓸리고 또 누군가는 이해할 수 없는 우스운 모습을 보여주는 상황을 수없이 봐왔기 때문에 <돈 룩 업>을 보며 답답하기도, 너무 우스워 웃음이 픽픽 나기도 했다.


멸망 앞에서 손발을 벌벌 떨며 세상에 소리치는 과학자 랜달 민디와 케이트 디비아스키, 오글 소프 박사. 그리고 이들의 말을 듣지 않고 되레 이용하려는 대통령과 그의 추종자들, 사업가들까지. 커다란 언론들의 싸움에 사람들은 각자의 믿음에 따라 길을 정하고, 그 위에서 힘껏 휩쓸린다.


다가오는 위험을 바라보자는 사람들과 그것 또한 거짓이니 바라보지 말자는 사람들의 대립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인물들이 휙 돌아버리는 순간들에 이 영화 진짜 골 때린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처음 접한 아담 맥케이 감독의 작품, 나의 입문작


아담 맥케이 감독이 연출한 작품을 보는 건 <돈 룩 업>이 처음이었다. <앤트맨>의 각본을 제작했다는 것과 <바이스>, <빅 쇼트>로 이름을 날린 인물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아담 맥케이가 연출한 온전한 ‘그의 작품’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줄줄~ 읊고 싶은 말이 많이 남았지만,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블랙코미디의 대가라는 타이틀이 찰떡같이 어울린다. 에이 오버다 싶다가도 이 비슷한 장면을, 이런 사람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시감에 웃음이 절로 난다.


코미디적인 요소와 현실에 둥둥 떠다니고 있는 요소들을 잡아 적절하게 버무린 센스가 엄청나다. 또 언젠가는 “이거 이렇게까지 까도 되나?”싶은데 그게 또 유쾌 상쾌 통쾌 그 자체였다. 주변의 반응을 보니 꽤 호불호가 나뉘거나 전작들(특히 빅 쇼트)에 비해 실망했다는 관객들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론 아주 좋았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돈 룩 업>을 성공적인 아담 맥케이 감독 입문작으로 정의 내렸다. 땅땅- <빅 쇼트>에 비해 이게 실망스러운 작품이라면.. <빅 쇼트>는 얼마나 재밌다는 걸까. 기대된다. 빠른 시일내에 격파하도록 해야겠다.




돈 룩 업 시놉시스


천문학과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와 담당 교수 랜들 민디 박사는 태양계 내의 궤도를 돌고 있는 혜성이 지구와 직접 충돌하는 궤도에 들어섰다는 엄청난 사실을 발견한다. 하지만 지구를 파괴할 에베레스트 크기의 혜성이 다가온다는 불편한 소식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인류의 종말을 막아라 vs 설마 진짜 종말이 오겠냐?


공룡들의 멸종 이후 얼마 만인가, 대략 2억 년이 더 지나 지구에 또다시 충돌의 위기가 찾아온다.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혜성을 발견한 케이트와 민디는 지구방위 합동본부 오글 소프 박사를 통해 대통령 올린을 만나게 된다. 좋은 말로 하면 여유가 넘치고 나쁜 말로 하면 퍽 가벼워 보이는 대통령은 케이트와 민디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반드시 일어나요.” 비장한 표정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말하는 과학자들 앞에서 올린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알맹이 없는 웃음을 흘린다.


지구와 충돌한다면 핵의 몇십 배 아니 그냥 지구 멸망을 일으킬 혜성이 다가오고 있는데 사람들은 왜 이리 관심이 없는 걸까? 궁금했다. 근데 생각해 보니 현실에서도 별별 종말설이 다 돌지 않았던가? 우주적인 요소, 인류들이 만들어낸 요소, 신화적인 요소 등등.. 무슨 달력이 언제까지만 있어서 그 날짜에 맞춰 종말 할 거라느니.. 하는 것들까지 말이다. 나도 그 종말설들을 믿지 않았으니.. <돈 룩 업>의 시민들이 민디의 말을 믿지 않는 상황이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일반인들이 알아들을만한 자료도 없고, 지나가는 비디오 게임 이야기만큼이나 비현실적인 이 종말론을, 모두가 후다닥 믿어버리는 것도 웃기긴 하겠다. 거기에 유명하지만 아주 가벼운 토크쇼에서 나오는 이 종말론을 말이다. 사람들은 혜성의 존재보다 케이트가 분노하는 순간, 잘생긴 민디 교수의 얼굴, 그리고 연예인들의 약혼 소식에 더 집중하고 낄낄 웃을 뿐이다. 이거.. 왠지 익숙한 상황이라 어이없이 웃기다.


                                                                              

혜성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 혜성은 위협인가 이득인가?


혜성의 존재가 알려지고 사람들은 두 개의 파로 나뉜다. 혜성은 오고있다, 궤도를 바꿔 종말을 막아야 한다는 사람들(룩 업)과 종말은 오지 않을 것이다, 하늘에 보이는 것 또한 모두 거짓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돈 룩 업)


눈에 보이지 않으니 믿을 수 없고, 직접 궤도를 계산해 볼 수 없으니 어딘가 못 미덥게 느껴지는 종말론 앞에서 잠시 힘을 모았던 사람들은 1차 발사 취소 후 더 크게 분열하기 시작한다.

일부 인물들은 혜성의 존재는 믿지 않음에도 정치적 이유, 자신의 이득을 위해 1차 발사에 힘을 모으는데, 혜성이 지구에 안착(?) 하게 됐을 경우 생길 수 있는 이득이 있다는 걸 알고 바로 마음을 바꾼다. 조금 전까진 함께 ‘인류의 위협이다!’라고 외치더니, 이젠 이게 축복이란다.


140조 달러의 가치? 세상이 멸망하면 무슨 의미겠냐마는 대통령과 사업가들(BASH)은 돈에 눈이 멀어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이미 우리의 계획은 성공! 그 외의 결과는 상상하지도 않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주인공들은 서서히 정상 궤도를 벗어나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일어나는 선동과 격리


케이트는 혜성의 위험성을 외쳤다는 이유로 권력에 의해 사회에서 매장당하고, 민디 박사는 권력과 여성에 현혹되어 잠시 궤도를 벗어난다. 아내를 두고 외도를 하고, BASH의 광고에 출연하고, 혜성 분리에 성공할 시 발생하는 장점들을 줄줄 읊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언론에 휩쓸리고, 불안해하면서도 그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케이트가 숨겨진 진실을 말하는 순간, 불안은 폭동으로 표출된다.


가연성 물질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라이터를 탁탁 켜대는 대통령을 앞에 두고 마침내 정신을 차린 민디는 다시 진실을 밝히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다시 묻혀버리고 만다. 가장 섹시한 과학자로 칭송받던 사람이었지만.. 언론과 권력이 만든 그 타이틀 하나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강한 힘의 일을 방해하면 바로 격리인 거다.


                                                                              

Look Up vs Dont' Look Up


하늘을 바라보라고, 진실을 바라보라고 소리쳐도 사람들은 하늘을 바라보지 않는다. 정말 지지리도 안 본다. 라일리비나가 콘서트에서 부른 노래 가사처럼 ‘제발 과학자들 말을 쳐들어’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이제 눈으로도 보이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양 갈래로 찢어져있다. 힘을 모아도 모자란 판에, 마지막 희망이었던 핵이 발사장에서 터져버리고, 차악이었던 분리 계획도 실패하며 인류는 종말을 맞이한다.


                                                                              

현실에도 있을 법한 이야기.
웃기고 불편한 블랙 코미디 그 자체였던 이야기.


혜성 충돌이라는 큰 위협 앞에서 각자의 이득과 주장만을 내세우던 인류는 결국 지구를 지키지 못한다. 애초에 모두가 힘을 모은다는 것 자체가 정말 어려운 일인데, 이 단합을 방해하는 인물들이 참 많았다. 혜성을 믿지도 않으며, 격추 or 분리 사이에서 어떤 것이 더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지 고민하는 대통령과 비서실장인 아들, 회사에서 쓸만한 광물을 구하기 위해 경제적 가치를 운운하며 선동한 피터, 하늘을 보면서도 현실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 섹시함과 위트는 갖고 있지만 지성은 없는 토크쇼의 진행자들. 그리고 이득을 따라 움직이는 언론 등등.. 조금씩 느껴지는 기시감에 씁쓸함이 느껴짐과 동시에 그들을 시원하게 가격하는 연출에 유쾌, 통쾌함을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영화였다. 나 이런 거 좋아하는구나.



+ <돈 룩 업>을 보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제발, 이 사람들아. 과학자들의 말을 듣자. 위대한 이과의 말을 듣자.”였다. 그리고 그 위에, 민디 같은 교수님이 있다면.. 머리가 타도 좋으니 더 늦기 전에 천문 학도의 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진한 사심 한 바가지를 끼얹어본다. (물론 나는 본 투 비 문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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