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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Jan 05. 2022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 킹스맨, 긴 여정의 시작

[영화 후기,리뷰/개봉작, 상영작, 액션 영화 추천/결말 해석]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The King's Man, 2020)

개봉일 : 2021.12.22. (한국 기준)

감독 : 매튜 본

출연 : 랄프 파인즈, 해리스 딕킨슨, 리스 이판, 젬마 아터튼, 디몬 하운수, 다니엘 브륄, 매튜 구드, 톰 홀랜더

쿠키 영상 : 1개

관람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성애적 장면은 없음)


킹스맨, 긴 여정의 시작


매너 있는 신사의 거침없는 액션을 보여주며 612만이라는 스코어와 “manners make man.”이라는 명대사를 남긴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상상해 본 적 없었던 콜린 퍼스의 절도 있는 액션과 ‘영국 신사’라는 이미지에 딱 맞아떨어지는 배우들의 멋진 수트핏. 그리고 B급 감성이 물씬 느껴지지만 호쾌하게 터지는 악당들의 머리들.. 아니 액션까지. 잔인하지만 특이하게도 발랄하게 느껴졌던 영화, 킹스맨은 하나의 아이콘이 되어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주인공 에그시가 킹스맨의 요원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1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와 에그시와 해리, 그리고 형제 조직인 스테이츠맨까지 가세해 더욱 활동 범위를 넓힌 2편, <킹스맨: 골든 서클>을 지나 3번째 시리즈로 돌아온 킹스맨은 스파이더맨의 강세에 기죽지 않고 기특할 만큼 꾸준히 스코어를 올리고 있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시리즈의 3번째 편이긴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킹스맨의 첫 번째 이야기 이전에 있었던 프리퀄, 0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최고의 양복점 킹스맨에 자리하고 있는 독립 정보기관 ‘킹스맨’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하게 짚어준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00년대 초반으로, 평화를 바라기 어려웠던 갈등과 전쟁의 시대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이 시기에 실제로 일어난 보어전쟁과 강제수용소, 사라예보 사건, 세계 1차 대전과 같은 사건들과 러시아의 비선 실세였던 그리고리 라스푸틴. 빌헬름, 리콜라이 황제, 여성 스파이 마타하리 등 실존 인물들을 차용해 이야기의 틀을 만든다. 역사를 몰라도 영화를 이해하는데 큰 문제는 없지만, 알고 보면 더 재밌을 것이다. (몇 가지 키워드를 조사한 후 2회차를 했을 때, 몇몇 배우와 실존 인물들의 외적 싱크로율에 감탄했다..)



킹스맨 시리즈인 듯 아닌 듯, 새로운 느낌


개인적으로 킹스맨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가 두 가지 있다. 유연하고 시원한 액션과 찰떡같이 맞아떨어지는 음악, 주연 배우들의 멋진 수트핏. 그리고 커다란 위기 앞에서도 잃지 않는 유쾌한 분위기. 하지만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이전 시리즈들과는 조금 분위기가 다르다. 실제 사건들을 주로 다뤄서인지 유쾌함보단 진중함에 더 무게를 둔듯하고, 일명 킹스맨스러운 액션신도 적다. 수트보다는 활동복이 주가 되면서 주연 배우들이 가진 ‘영국 신사’스러운 고급진 분위기와 수트핏을 엿볼 수 있는 장면들도 이전 시리즈에 비해선 적다. 유쾌한 분위기의 킹스맨 시리즈를 기대했다면 사뭇 다른 분위기에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킹스맨’ 시리즈의 근본을 잃지 않는다. 첫 수트는 1번 재봉실에서 맞춰야 한다는 전통, 스테이츠 온 더 록, 칼날이 장착된 구두와 요긴한 무기가 되는 우산, 요원들의 코드명 등 앞서 공개된 시리즈에서 언급됐던 킹스맨의 흔적들이 눈에 띌 때마다 반가운 마음이 든다.


거기에 얹어지는 킹스맨의 탄생 과정은 이 시리즈를 사랑하는 관객들의 세계관을 한층 넓혀준다. 영화는 신사적인 평화를 이루고, 불필요한 폭력과 희생은 만들지 않는다는 킹스맨의 정신과 평화를 위해 또는 폭력으로 인해 희생된 인물들을 기리는 술잔과 같은 킹스맨의 전통의 시작점을 보여주며 ‘킹스맨’이라는 단체의 정체성을 다시 읊어준다.



사심을 충족해 준 배우들


‘킹스맨’이라는 브랜드의 특징을 빼놓고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의 다른 매력을 찾으라고 한다면, 난 주저 없이 배우들이라고 말하겠다. 독특하고 거대한 존재감을 뽐낸 라스푸틴 역의 리스 이판 배우와 든든한 서포터 폴리, 숄라 역을 맡은 젬마 아터튼, 디몬 하운수 배우. 감쪽같은 3역 연기를 보여준 톰 홀랜더 배우의 활약이 빛났다. 특히 리스 이판 배우가 보여준 광기가 잊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고대했던 주인공 부자 옥스포드 공작과 콘래드 역을 맡은 랄프 파인즈와 해리스 딕킨슨 배우의 케미였다. <해리포터>의 볼드모트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구스타브로 가장 유명하지만, 알고 보면 엄청난 동공 미남 랄프 파인즈와 그의 젊은 시절을 닮은듯한 해리스 딕킨슨의 조합은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절로 난다.


해리스 딕킨슨이 킹스맨에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말레피센트2>를 통해 처음 만나고, <마티아스와 막심>에서 다시 만난 그는 몇 마디 되지 않는 대사와 웃을 때면 은은히 올라가는 입꼬리로 내 마음의 문을 뻥 걷어찼는데,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를 통해 그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 얼마나 기뻤는지 모르겠다. 군복도, 수트도, 사냥 수트도.. 그냥 혼자 다했다.


                                                                           

킹스맨 시리즈 입문자도 부담 갖지 않아도 될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매력적인 배우들과 함께 킹스맨의 시초를 훑어볼 수 있는 영화다. 시리즈물이라 하면 왠지 이전 편을 모두 보고 가야 할 것 같다는 부담감에 관람이 망설여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 영화는 그런 부담감을 내려놓고 관람해도 좋다. 이전 편들과 연결되는 킹스맨의 상징물들이 있긴 하지만, 미리 알고 가지 않아도 괜찮다. 오히려 퍼스트 에이전트를 먼저 보고 시간의 흐름을 따라 시크릿 에이전트, 골든 서클을 관람하며 퍼스트 에이전트에서 본 물건들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시놉시스


역사상 최악의 폭군들과 범죄자들이 모여 수백만 명의 생명을 위협할 전쟁을 모의하는 광기의 시대.

이들을 막으려는 한 사람과 그가 비밀리에 운영 중인 독립 정보기관, ‘킹스맨’의 최초 미션이 시작된다!

베일에 감춰졌던 킹스맨의 탄생을 목격하라!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평화에 대한 두 부자의 신념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의 스토리는 옥스포드 공작과 콘래드 부자의 갈등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직접 전쟁에 참여했던 옥스포드 공작은 거울 속에 비친 잔혹한 자신의 모습에 충격을 받고 평화를 갈망하게 된다. 그는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며, 아들인 콘래드는 전쟁에 휩쓸리지 않기를 바란다. 의미 없는 싸움에 참여하기보단 그것을 외면하길, 그렇게 안전하게 살아가길 말이다.


콘래드는 자신을 지극히 아끼는 아버지, 옥스포드 공작을 사랑하지만 그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진 못한다. 위험을 외면한다면 평화는 오지 않을 것이고, 직접 전쟁에 뛰어들어 평화를 쟁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여러 나라의 관계가 얽히고, 결국 터져버린 전쟁 앞에서 아버지는 아들을 지키고 싶어 하고, 아들은 아버지의 품을 떠나 위험한 세상으로 뛰어든다. 수백만이 무의미하게 죽은 2년간의 전쟁, 평화보다는 적들을 죽이는 것이 먼저인 전쟁. 참혹한 현실을 보게 된 콘래드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총알을 뚫고 귀환하지만 허무하게 죽고 만다.


                                                                              

이 시대의 평화를 위해 신념을 깬 옥스포드


옥스포드는 “조국을 위한 죽음은 감미롭고 명예롭다.”는 거짓말 아래서 죽어간 수많은 청년들을 위해 자신의 평화에 대한 신념을 깬다. 싸움을 외면하고, 누구도 죽이지 않기로 다짐했던, 평화주의자의 오래된 신념을.

옥스포드는 앞서 러시아의 황실을 주무르던 위험 인물 라스푸틴을 죽이고 한참 동안 시름에 빠져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아들 콘래드의 신념을 잇기 위해 잠시 평화주의를 내려놓는다. 옥스포드는 콘래드가 그토록 갖고 싶어 했던 전쟁 영웅의 상징인 빅토리아 훈장을 이용해 모트의 스카프를 끊어 사건을 마무리 짓는다.


그가 일반 칼이 아닌 훈장으로 스카프를 끊는 장면은 옥스포드가 콘래드의 신념을 이었다는 상징이면서도 훈장에 남은 붉은 천 조각을 바람에 흘려보내며 전쟁과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어낸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붉은 스카프를 두른 전쟁의 원흉인 인물들도 함께 끊어내면서 말이다.



이후 옥스포드는 콘래드와 같은 수많은 청년들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비밀 조직 킹스맨 에이전시를 창설한다. 코드명은 콘래드가 애칭처럼 사용했던 아서왕과 기사들의 이름으로 지정하고, 콘래드가 보낸 리드 상병도 함께 요원으로 발탁한다. 그가 높이 치켜든 희생자들을 기리는 술잔은 전통이 되어 <골든서클>에서도 등장한다.


평화를 지키고자 했던 평화주의자이자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가 만든 독립 조직 ‘킹스맨 에이전시’는 이렇게 탄생한다. <퍼스트 에이전시>에서 해리가 슬쩍 흘렸던, 킹스맨은 전쟁과 그 후의 남은 이들의 재력으로 만들어졌다던 탄생의 떡밥이 이제야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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