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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Jun 26. 2022

엉망진창 가족의 시작점을 찾아서

넷플릭스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 3> 리뷰 / 신작, 드라마 추천 리뷰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3

(The Umbrella Academy Season 3, 2022)

"엉망진창 가족의 시작점을 찾아서"


공개일 : 2022.06.22.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액션, 판타지, 히어로

러닝타임 : 총 10화 484분 (크레딧 포함)

감독 : 스티브 블랙먼

출연 : 엘리엇 페이지, 톰 호퍼, 데이비드 카스타녜다, 에이미 레이버램프먼, 로버트 시한, 에이든 갤러거, 저스틴 H.민, 리투 아리아, 제너시스 로드리게스, 콜므 포어, 브리트니 올드포드, 조던 클레어 로빈스, 제이크 앱스타인, 캐지 데이비드

개인적인 평점 :3.5/5

쿠키 영상 : 마지막 화에 하나



가족 사이의 규율은 지나가는 개나 줘버렸다는 문제 많은 가족,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남매들이 시즌3로 돌아왔다. 저는 시즌 1,2를 정말 재밌게 본 팬으로서 이번 시즌에 대한 기대치가 정말 높았는데, 이번 시즌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엄브렐러 아카데미다워서 좋았고, 너무 엄브렐러 아카데미다워서 아쉬웠다."고 말할 수 있겠다.


얼레벌레 투닥거리며 굴러가는 이 남매처럼 이번 시즌은 얼렁뚱땅 지나가는 지점들이 눈에 띄어 아쉬웠다. 별 생각을 하지 않고 본다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지만, 진지하게 각 잡고 뜯어보면 물음표가 띄어질 만큼 헐거운 부분들이 있었다. 시간선에 구멍이 났다는 시즌 3의 설정처럼 말이다. 거기에 유난히 툭- 눈에 띄었던 역사의식 논란이 얹어지며 이번 시즌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꽤 고민스러웠다. <엄브렐러 아카데미> 속 인물들을 너무도 좋아했기에 시즌1과 2가 끝날 땐 "이 이야기가 빨리 이어졌으면 좋겠다!"라고 외치며 다음 시즌을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시즌 3의 끝에선 "이거 어떻게… 다시 이어지긴 하나?"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새로운, 또는 반가운 인물들의 등장


시즌2의 마지막화, 종말을 막고 다시 2019년으로 돌아온 엄브렐러 아카데미 앞에 그들과 닮은 새로운 적수 스패로우 아카데미가 등장한다.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시즌 1,2에서 종말을 막기 위해 두 번의 시간 여행을 했고, 그로 인해 시간선이 꼬이면서 그들의 자리를 다른 초능력자들이 대신하게 된 거다.


누가 사라져도 신경도 쓰지 않는, 무규범 상태의 집단 '엄브렐러 아카데미’와 반대로 제도와 규율을 지키며 각자가 가진 넘버에 큰 의미를 두고 살아가는 '스패로우 아카데미’는 언뜻 겉으로 보기엔 비슷해 보이나 완전히 다르다. 두 집단의 차이를 보여주는 인물은 '벤’이다. 엄브렐러 아카데미에선 어른이 되기 전 사고로 세상을 떠난 그는 남매들 사이에서의 공식 잔소리꾼이자 가장 재밌고 따뜻한 형제였다.


하지만 시즌2의 끝. 스패로우 아카데미와 등장한 벤은 단 몇초의 등장만으로 "Bad Ben"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시즌 3를 통해 만난 그는 앞서 얻은 별명 그대로, 꽤 권위적이고 예민한 모습을 보여준다. 스패로우 아카데미에서 넘버 2를 맡고 있는 벤은 이름 앞에 붙는 '넘버 2’라는 호칭에 상당히 신경 쓰고 있으며, 엄브렐러 아카데미 남매들은 그를 '우리 벤’과는 다른, '다른 벤’이라고 부른다. 사실 나는 이 벤이 어떤 벤이든, 그냥 엄브렐러 아카데미 남매들과 함께 서있는 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제작진들 역시 이 부분을 고려한 듯 중간중간 이야기의 진행과 관련 없는 서비스 컷들을 넣어준 느낌)


이번 시즌에선 벤처럼 반가운 인물이 등장하기도 하고, 현재의 벤의 가족인 스패로우 아카데미처럼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인물을 활용하는 방법이 조금 아쉬웠다. 반가운 인물들의 모습은 예고편을 통해 거의 공개되었기에 새로운 인물들에 대한 기대가 더 컸는데, 약간 허무하기도 하고… 기대치에 못 미치는 느낌이 있었다. 루서처럼 강한 힘과 신체를 가진 마커스, 엄브렐러의 벤과 같은 능력을 가진 벤, 까마귀를 조종하며 상대를 공격하는 페이, 피해를 반사시키는 알폰조, 염력을 가진 슬론, 환각을 보게 하는 제이미, 여전히 미스터리한 큐브 크리스토퍼. 제대로 된 팀 슈트를 입고 위풍당당하게 등장한 이 세계의 히어로치고는 극 중 존재감이 너무 가벼웠다.



액션에 대해


<엄브렐러 아카데미>를 즐겁게 볼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인물들 간의 케미, 두 번째는 그들의 능력을 이용한 액션. 특히 시즌 1,2에선 "파이브가 하드 캐리 했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만큼 그의 능력을 이용한 액션신이 정말 다양하게 들어있었다. 차차와 헤이즐, 커미션과 힘겨루기를 하며 펼쳐지는 쇼핑몰, 도넛 가게, 회의실, 농장 액션신 등… 매력적인 사운드 트랙과 함께하는 액션들이 많았는데, 시즌 3에선 이 재미가 조금 줄어들었다. 스패로우 아카데미와 처음 마주치며 인물들의 능력을 보여주는 아카데미 내부 액션신은 좋았지만.. 이전보다 더 강해진 액션을 기대한 나로서는 볼거리에 있어 살짝 아쉬운 부분이 있었고, 호텔에서의 장면들은 대부분 지금껏 보아온, 세상을 두 번이나 구한 히어로들의 대처 능력이라고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였다. 종말의 크기는 더욱 업그레이드되었는데 액션은 크게 업그레이드되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은 이전에 비해 살짝 무게감이 늘었기 때문인지 재밌는 액션보다는 이들의 관계성, 위기 앞에서 끌어올려지는 우정 같은 것들에 집중하는 느낌이 있었다.



고증이 아쉬웠던 배경과 역사의식 논란


시즌 1,2,3을 통틀어 시즌 3는 벤의 분량이 가장 큰 시즌이다. 지금껏 유령으로 존재했던 벤이 살아있는 벤으로 등장하며 그의 존재감이 확 강해졌다. 그로 인해 벤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가 잠깐 나오는데, 89년도의 지하철에서 그렇게 행동한 것도 어딘가 어색했고, 벤의 어머니 집안은 대체 어떤 집안인지 모르겠고, (분명 서울에 사는 가족인데 외할머니가 영어를 신기할 만큼 정확하게 하신다.. 배운 집안인가?) 잠깐 들렸던 한국어도 영 딱딱한 구석이 있었다. 뭉뚱그려 말하자면 배경 고증이 아쉬웠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 이 부분은 본격적으로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 꼭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리즈도 알게 모르게 몇 논란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껏 있었던 논란들은 사진 크롭으로 야기된 인종 차별과 배우의 실언 같은, 작품 외적인 것들이었는데, 이번엔 작품 내부에 제대로 마음이 언짢아지는 구석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작품 내부에 등장한 욱일기다.


이번 시즌에서는 '옵시디언’이라는 호텔이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는데, 그 호텔방 안에 있는 문에 욱일기 문양이 너무도 당당하게 박혀있다. 방에 그려져 있는 그림들이 굉장히 일본풍이길래 그래, 그럴 수 있지… 했는데 조금 늦게 욱일기까지 눈치채고 보니 기분이 너무 언짢은 거다.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니고 미술의 일부, 예쁜 그림을 위해 사용한 장치 같은 느낌이긴 하지만, 찝찝함을 지울 수 없다.


지금껏 다양한 인종과 소수자들을 존중한다며, 스태프 구성까지도 다양하게 신경을 썼다고 이야기하던 팀이기에 이러한 행보가 더욱 아쉬울 뿐이다. 애먼 배우 이름까지 올리고 싶진 않지만… 한국계 배우가 함께하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의식 없이 행동한다는 것에 상당히 실망했다. 아마도 이 시리즈의 마지막에 "이거 이어지긴 하나?" 이런 생각이 든 건, 스토리에 대한 아쉬움도 있겠지만 이러한 논란에 실망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어찌어찌 궁금해서 다 보긴 했는데, 이렇게 유야무야 큰 논란 없이, 반성 없이 지나가버린다면 만약 다음 시즌이 나왔을 때 이 시리즈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실타래의 시작을 찾고, 지키기 위해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2를 보고 나서 했던 생각은 "어쩌면 시즌3는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느낌의 시즌일 수도 있겠다."였다. 스패로우 아카데미의 등장과 동시에 새로운 시간선에 떨어진 남매들이 다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여정이 아닐까 예상했던 거다. 하지만 내 생각은 제대로 엇나갔다. 나는 엄브렐러 아카데미가 어느 정도 상처를 극복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들의 마음은 여전히 유년기 / 벤과 이별한 그때에서 많이 나아가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구멍이 나버린 시간의 틈에서 지금껏 알지 못했던 커다란 실타래의 시작점을 알게 된다. 이번 시즌은 처음부터 모든 걸 리셋하고 시작하는 게 아닌 여전히 리셋 버튼을 찾아 헤매는 뚝딱이 남매들의 이야기였다.


내가 가진 것이라곤 엄브렐러 아카데미라는 작은 유사 가족뿐이고 부모는 레지널드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작고 단단한 세상 앞에 툭- 진실이 던져지는 순간, 엄브렐러 아카데미 남매들은 각자의 이유로 이 사태의 실마리를 찾아내려, 또는 지켜내려 노력한다. 파이브는 언제나 그랬듯 종말의 시작점을 찾아 커미션으로 향하고, 삶과 죽음을 자유롭게 오가는 클라우스는 자신의 삶의 시작점인 어머니를 찾는다. 루서와 빅터는 그토록 바랐던 진정한 사랑의 시작점에 있는 인물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앨리슨과 디에고는 엄브렐러 아카데미가 아닌 다른 가족을 되찾고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가족이라는 커다란 실타래로 묶여있던 이들은 각자의 것을 지키기 위해 다른 방향을 향해 달리다가도 다시 가족(엄브렐러 아카데미)이란 실타래를 지키기 위해 돌아온다. 나의 것을 빼앗아간 사람이라 생각하며 미워했다가도 결국엔 다시 감싸 안게 되는 것이 가족이다.



조금씩 변화하는 남매들의 모습 / 쿠키 영상에 대해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서로를 무심하게 바라보면서도 손을 놓지 않는다. 이 작은 유사 가족은 서로를 의지하며 새로운 나와 우리를 찾아간다. 시즌 1에선 각자 흩어져 살던 남매들이 모이고 가족에 끼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바냐가 자신의 능력을 깨움과 동시에 모두가 한 목표를 향해 힘을 모으는 방법을 배워간다. 시즌 2에선 서로를 의지하고 챙기는 방법을 배우고 시즌 3에선 새로운 모습의 가족을 받아들이고, 누군가의 고통에 공감하는 방법을 배워간다.


이번 시즌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건 바냐(빅터)의 새로운 모습과 비슷한 걱정, 아픔을 가진 캐릭터들이 서로를 챙기는 모습이었다. 바냐의 새로운 모습, 빅터의 등장은 배우의 변화 때문에 추가된 설정일 수도 있지만 큰 어색함은 없었다. 남매들은 자연스레 빅터를 받아들였고, 이번 시즌에선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건 빅터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클라우스, 앨리슨 또한 이번 시즌에서 자신의 새로운 능력을 발견했다. 차후 이 남매들의 능력 변화가 이야기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이야기가 리셋 버튼의 역할을 하는 건 확실한듯하다. 문제는 이대로 깔끔하게 마침표를 찍느냐, 돌아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느냐일 뿐. 하지만 쿠키 영상을 생각해보면 이대로 끝나진 않을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제야 완전체가 된 아이들이 더욱 높아진 레지널드의 벽을 부수어가는 이야기가 한번 더 나오지 않을까싶다.



두 번째로 눈에 띄었던 건 이들이 서로의 고민과 아픔에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달에서 아주 오랜 시간 혼자 외로운 시간을 보낸 루서와 남매들 사이에서 끼지 못하고 어른이될 때 까지 외로움을 느꼈던 빅터. 외로움의 무게를 아는 두 사람은 자신을 사랑해준 슬론과 시시의 아들 할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이번 시즌을 들어 상당히 친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유일하게 가족을 이뤘던 앨리슨과 라일라와 함께 가족을 이루게 된 디에고는 가족을 되찾기 위해, 무사히 가족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디에고는 슬픔과 분노에 빠진 앨리슨을 위로하기 위해 함께 바에 가서 분노 표출을 도와준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했던 클라우스와 현재의 벤은 이야기의 끝으로 갈수록 더욱 찰떡 친구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두 캐릭터의 케미는 이전부터 워낙 좋았으니 따로 말할 것도 없겠다. 빅터와 앨리슨의 갈등을 제외하곤 이야기 내내 틱틱 말을 내뱉으면서도 서로를 챙기는 남매들의 모습은, 부족함 없는 진짜 가족의 모습이었다. 특히 파이브가 취중에 내뱉은 말들이나 종말을 생각하며 "만나서 흥미로웠다-"고 말하는 것도 좋았다.



리셋, 다시 살아보는 평범한 인생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범상치 않게 태어난 아이들이자 종말로부터 세상을 구한 히어로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능력을 타고났고, 바라지 않았지만 레지널드의 손에 크면서 커다란 책임감을 갖게 된다. 하지만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세상을 구하기 이전에 나 자신의 마음도 다스릴 줄 모르는 아이들이다. 몸만 자랐지 마음은 전혀 자라지 못한 그들은 여전히 아버지와 아버지가 준 트라우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버지를 미워하는 모습을 보이긴 하나, 그를 완전히 무시하지 못하거나 일부는 그의 계략에 휘말려버린다. 노쇠한 영감처럼 보이지만 레지널드는 여전히 아이들보다 몇 수 앞서있었고 이번 시간선에서도 역시 아이들을 제대로 이용한다. 우주 리셋 버튼을 누르며 많은 것들이 리셋이 된 지금,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드디어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아갈 기회를 부여받는다. 이들이 대책 없이 각자의 갈래길로 걸어갈 때, 기대보다는 걱정이 먼저 들었지만 앞선 시즌에선 다른 시대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은 인물들이니, 이번에도 어떻게든 살아가겠지. 하지만 여전히 견고하게, 저 위에 서있는 레지널드 하그리브스라는 인물의 존재가 영 찝찝하다.



개인적으로는 시즌 3는 아쉬운 부분들도, 붕괴되어 보이는 부분들도 분명히 있었지만 캐릭터에 대한 애정 때문에 어느 정도는 커버가 가능했던 이야기였다고 정리하고 싶다. 만약 다음 시리즈가 나오게 된다면, 겨우겨우 리셋 버튼을 누른 만큼… 시즌1 때의 <엄브렐러 아카데미>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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