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스토퍼> 리뷰 / 영드,LGBT/하이틴 로맨스 드라마 추천
등급 : 15세 관람가
장르 : 드라마, 로맨스
러닝타임 : 총 8편, 편당 30분. 대략 4시간쯤
감독 : 유로스 린
출연 : 킷 코너, 조 로크, 윌리엄 가오, 야스민 피니, 코리나 브라운, 키지 에젤, 토비 도너번, 리아 노우드, 올리비아 콜먼
개인적인 평점 : 3.5/5
하트스토퍼 줄거리
학교에서 만나 친구가 된 찰리와 닉. 우정인 줄만 알았는데 둘 사이에 그 이상의 감정이 싹튼다. 10대들의 학교생활과 풋풋한 사랑을 다룬 성장 드라마 시리즈.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쯤, 내 별명은 영국인 감별사였다. 그 시기에 내가 빠져있었던 배우들은 대부분 브리티시/아이리시였기 때문이다. 나의 해리포터 다니엘 래드클리프부터 시작해 로버트 패틴슨, 베네딕트 컴버배치, 에디 레드메인, 토마스 생스터, 앤드류 가필드, 킬리언 머피, 콜린 파렐, 조지 맥케이 등… 그때부터 시작된 유구한 덕후의 촉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작동해왔고, <하트스토퍼>에서 제대로 터져버렸다. 영국 배우, 영국 하이틴 드라마 최고! 킷 코너, 조 로크 다 최애 주머니에 담아버려!
생각해보니 최근엔 영드나 가벼운 로맨스물을 본 기억이 없다. 온갖 하이틴 웹드가 쏟아져 나오던 시기에 "쓸 이야기 없는 뻔한 드라마는 굳이 안 보고 싶어"라며 이상한 허세를 부리던 습관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꽤 시간이 지나 클래식한 로맨스 영화로 꼽히는 것들이 아닌 이상 스스로 로맨스 드라마를 찾아본 건 참 오랜만이었다.
귀엽고 귀여운 드라마
나는 <하트스토퍼>에 대한 사전 정보를 하나도 찾아보지 않고 별안간 시청을 시작했는데, 이 드라마를 틀자마자 느꼈던 첫맛은 바로 '팔랑팔랑한 단맛’이었다.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달고, 또 적당히 기분 좋은 그런 맛. 이 드라마에선 그런 맛이 난다. 여전히 서투르고 어리지만 사랑과 배려를 배워가는 아이들의 모습, 오해하고 멀어졌다가도 금방 서로에게 다가서는 순수한 용기가 헤실헤실 웃음이 날만큼 귀여웠고 내가 생각하는 나의 정체성과 타인이 보는 나의 정체성에 대해, 우정과 사랑의 무게에 대해 고민하며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엄마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이 드라마는 귀엽다. 정말 귀엽다. 하이틴 드라마라 해도 20대 초반의 배우들에게 교복을 입히는 경우도 꽤 많은데, <하트스토퍼>는 시작점에 서있는 정말 어린 배우들이 등장한다. 킷 코너를 제외하면 주연 배우들 모두 연기 경험이 없는 신인이고 2000년 이후에 태어난 현실 고등학생들이다. 그래서인지 <하트스토퍼>엔 20대 배우들이 아무리 동안이라 해도 그대로 뿜어내기 어려운 10대의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리고 처음이라기엔 놀라울 만큼 안정적인 연기와 배우들 간의 케미가 상당히 좋다.
사랑, 우정, 정체성. 소년들의 고민과 너무 아프지 않은 성장
넷플릭스 시리즈 <하트스토퍼>는 동명의 원작 도서 <하트스토퍼>를 드라마화한 작품으로 원작의 인기도 대단했지만 드라마 또한 공개되자마자 엄청난 이슈를 몰며 단숨에 시즌 2, 시즌 3의 제작이 확정되었다.
얼떨결에 게이임을 커밍아웃하고 어려운 학교 생활을 하고 있는 찰리와 남자답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학교의 럭비스타 닉. 겉으로 보이는 성 정체성과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의 위상이 확연히 다른 두 사람이 같은 책상에 앉아 말을 터놓는 순간부터 간질간질한 사건들이 시작된다. 15세 이상 시청가인만큼 껄끄럽거나 어색한 장면들은 나오지 않으니 LGBT라는 키워드만 보고 지레 거리감을 느끼지 않아도 괜찮다. 개인적으론 15세 이상이 아닌 12세여도 문제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트스토퍼>는 공부 잘하고 연약한 주인공과 활발한 스포츠 스타 주인공의 만남이라는 하이틴 로맨스의 클리셰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지만, 여느 로맨스 드라마와는 조금 다르게 이들의 로맨스뿐만이 아닌 이들의 고민과 성장에 대해서 약간의 무게를 더 싣는다.
"그도 나를 사랑하는 걸까?", "내가 그에게 느끼고 있는 감정은 사랑이 맞는 걸까?", "나와 가장 가까운 친구에게 나보다 더 소중한 연인이 생기면 우리 사이는 어떻게 되는 거지?". 어느 시점을 지나면 이 고민들이 평생 업고 가야 할 삶의 일부라는 걸 알게 되지만, 불완전한 사춘기 시절에는 어쩐지 이것들이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정체성과 타인이 원하는 나의 정체성, 사회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랑과 나의 감정의 괴리감에서 오는 고민이 가득한 그 시기. <하트스토퍼> 속 캐릭터들은 서로를 의지하고 마음을 털어놓으며 나를 찾아간다.
보통 성소수자가 주인공이 되는 작품들을 보면 그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마음 아플 만큼 많이 보여주거나 어두운 분위기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은데 <하트스토퍼>는 전 회차 모두 밝은 분위기를 유지한다. 빌런으로 나오는 캐릭터도 선을 넘을까 말까 하다가 시원하게 해결되고, 필요 이상으로 뜸을 들이거나 누군가의 아픔을 건드리지도 않는다. 아픔을 통한 성장보다는 사랑과 우정, 배려를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라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다는 게 <하트스토퍼>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익숙해져선 안될 시선에 대해
여전히 박한 사람들이 있지만, 최근들어선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 동성애라는 키워드가 음지 문화로 취급되고 그들의 정체성에 찬반을 던지던 이상한 시대를 지나 조금씩 화합과 배려의 시대로 향하고 있는 지금. <하트스토퍼>는 청소년들의 입을 빌려 익숙해져선 안될 따가운 시선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인공 찰리는 게이이기 때문에 따돌림당하고 욕먹는 것에 대해 익숙하다고 말하고, 트랜스젠더인 엘은 지옥 같은 남학교를 떠나 여학교로 전학을 가지만 또래 친구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한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당연하게 움츠러들어있던 캐릭터들을 변화시키는 건 친구들의 사랑과 우정이다. 아이들은 서로의 정체성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혐오에 익숙해지기보단 그에 당당하게 맞서는 태도를 배워간다.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홀로 복도를 걷는 게 아닌, 함께 손을 잡고 복도를 뛰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다.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까지. 다양한 성소수자 캐릭터들의 고민과 10대의 맑은 사랑과 우정을 담아낸 기분 좋은 드라마 <하트스토퍼>. 시즌 2, 시즌 3까지 제작이 확정되었다고 하니 이제 남은건 기다림의 시간뿐이다. 이 드라마와 함께 성장할 배우들의 미래가 두근두근! 기대된다.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hkyung769/
https://www.instagram.com/movie_read_toget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