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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Mar 22. 2024

신선한 어른 코미디. 사랑이 두 개일 수도…있나?

티빙 드라마 <LTNS> 리뷰 / 신작, 드라마 추천




LTNS (Long Time No Sex, 2024)

신선한 어른 코미디. 사랑이 두 개일 수도…있나?


개봉일 : 2024.01.19. ~2024.02.01.(TVING)

관람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 코미디, 성인, 드라마

러닝타임 : 6부작, 총 342분

감독 : 임대형, 전고운

출연 : 이솜, 안재홍, 이학주, 김새벽, 정진영, 김우겸, 양말복, 정재원, 황현빈, 김승비

개인적인 평점 : 3.5 /5


제목만 보면 선정성을 노린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선정성보다 사랑, 외로움, 관계의 책임에 대한 고찰을 담은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LTNS>


<LTNS>는 Long Time No Sex의 줄임말로, 제목 그대로 ‘섹스 리스’ 상태로 살아가는 7년 차 부부 사무엘, 우진의 이야기다. 한창 열정이 불타는 시기에 만나 사랑하고 결혼에 골인한 사무엘과 우진은 어느덧 7년 차 부부가 되었다. 아파트값이 미친 듯이 치솟는 와중에도 용감하게 대출을 풀로 끌어서 둘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한 두 사람. 일단 거기까진 행복했다. 하지만 현실과 동화는 다르다. 동화였다면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겠지만 현실은 너~무 사랑한 두 사람이~ 결혼을 한 후에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하룻밤만 자고 일어나도 쭉쭉 올라가는 금리에 풀로 당긴 대출 이자는 날이 갈수록 불어나고,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의 가격은 쭉쭉 떨어지고 있는데 손을 벌릴만한 넉넉한 집안도 없다. 우진의 말을 빌리자면 ‘간신히 똥꼬만 가리고 사는’ 그런 생활 속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점점 더 무미건조하게 변해간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아예 서로를 아끼지 않는 건 아니다. 그저 연인보다는 현실이란 전쟁터를 함께 걸어가는 전우에 가까워졌다고 보면 되겠다.


열심히 일해보지만 매일같이 쪼들리는 생활에 진절머리가 날 때쯤, 친구 정수에게 돈을 빌리러 간 사무엘이 정수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사무엘을 통해 그 사실을 듣게 된 우진은 정수의 와이프 세연에게 남편의 불륜을 알리려고 하는데, 정수가 우진에게 불륜을 모르는척해주면 3,000만 원을 주겠다 제안한다. 당장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3,000만 원? 우진은 정수의 제안을 수락하고 불륜이 돈이 된다고 신기해하며 본격적으로 불륜 커플을 건드려보기로 한다. 우진은 호텔 프론트에서 근무하며 차근차근 쌓아온 ‘불륜 손님 리스트’를 꺼내들고 사무엘과 함께 불륜 커플들의 뒤를 쫓는다.



걱정 없는 감독, 배우 라인업


<LTNS>는 <윤희에게>의 임대형 감독, <소공녀>의 전고운 감독이 공동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한국 독립 영화와 다양성 영화에서 손꼽히는 작품을 만든 두 감독이 만든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니.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라 해서 저질스럽거나 자극적인 이야기는 아닐까?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물론 청소년 관람불가 작품인 만큼 외설적인 표현이나 장면들이 나오긴 하지만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주는 장면은 없다. 그리고 생각보다 성적인 부분에만 꽂혀있는 이야기는 아니었고, 그 관계 안에 포함되는 사랑, 책임, 결핍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풍부한 이야기였다.


각본에 이어 두 번째로 든든했던 건 바로 주연 배우의 조합이다. 주인공 사무엘과 우진은 안재홍, 이솜 배우가 맡았다. 두 배우는 <소공녀>,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에 이어 3번째로 합을 맞췄다. 사무엘과 우진을 보며 <소공녀>의 미소와 한솔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만약에 두 사람이 결혼을 하게 됐다면 현실에 지쳐 우진과 사무엘 같은 부부가 됐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 재밌기도 했다. 마치 <타이타닉>의 잭과 로즈가 결혼을 했다면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프랭크와 에이프릴처럼 됐을까? 하고 상상했던 것처럼 말이다. 현실은 연인의 관계를 바꿔놓기도 하니까.



불륜은 범죄는 아니지만 죄다.
불륜 심판관 사무엘과 우진


사랑의 완전함을 믿었던 어린 시절, 난 불륜이라는 건 웬만해선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평균적인 부부간의 사랑은 꽤 단단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보니 그건 모두 환상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2016년에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35.1%의 비율, 극 중에서 우진도 말했듯이 부부 3쌍 중 1쌍은 육체적 관계를 갖지 않는 상태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하고, 불륜은 여기저기서 풍자, 개그의 소재로도 쓰일 만큼 많은 이들이 목격하고 공감하는 일이 되었다. 등산 불륜 커플, 딱 봐도 너무 다정하거나 이상한 불륜 커플, 호텔에 따로 들어가는 불륜 커플, 또는 젊은 이성과 저지르는 1회 성 불륜(조건만남) 등.. 나도 이런 불륜 커플을 실제로 본 적이 있으니.. 이젠 ‘불륜은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 따윈 하지 않는다.


이전엔 간통죄라는 부부간 불륜을 처벌하는 법이 있었지만 2015년 이후 간통죄가 폐지되며 이제 불륜은 불법이 아닌 도덕적 영역의 죄가 되어버렸다. 만일 들켜도 불륜한 놈이 처벌받는 사이다 엔딩 같은 건 당연 기대할 수 없고 위자료 받고 이혼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답이 없다. 이 불륜한 나쁜 놈을 처벌할 별다른 규칙이 없는 사회에 불륜 심판관 사무엘과 우진이 등장한다.


사무엘과 우진은 불륜 커플을 협박해 돈을 받는다. 불륜 커플들은 “죗값을 치르겠습니다.” 또는 비밀로 해주십시오, 노여움을 푸세요, 죄송합니다라며 빌기도 하는데 그 그림이 꽤 어이없고 웃기다. 사무엘과 우진은 누구도 혼내주지 못한 그들의 주머니를 털며 쏠쏠하게 이득을 챙긴다. 그리고 불륜 커플을 쫓기 위해 하루 종일 붙어있게 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 또한 조금씩 진전을 보인다. 두 사람이 과연 섹스리스를 극복할 수 있을까? 불륜 커플을 지켜보는 것만큼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이 평범한 부부는 왜 불륜 커플에 열을 내는가


사무엘과 우진은 3쌍 중에 1쌍 꼴이라는 이상하지 않은 수치에 해당하는 섹스리스 부부다. 직업도 큰 부와 명예가 보장되지 않는 평범한 직업, 택시 기사와 호텔 프론트 직원. 이들은 불행할 만큼 가난하지도 행복할 만큼 부자도 아닌 평범하고 평균적인 부부다. 하지만 평범한 위치라도 지켜내려면 매일 같이 각자의 자리에서 돈을 벌어야만 한다. 사무엘과 우진은 이 전쟁처럼 느껴지는 현실에 지쳐 서로를 돌보지 못한다


이런 두 사람 앞에 욕심쟁이 불륜 커플들이 나타난다. 평범한 우리는 이렇게 평범하게 사는 것도 어렵고, 더 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않으며 평범하게만!! 살아가길 바라는데.. 정말 있는 놈들이 더하다고, 돈도 있고 배우자도 있는 놈들이 ‘사랑이 두 개일 수 있다’는 헛소리를 하며 욕심을 부리고 있는 거다. 사무엘과 우진은 이 평균 이상의 것을 가졌으면서도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불륜 커플들을 저격한다.


이는 단순히 저 불륜 커플들이 꼴 보기 싫어서일 수도 있고 쪼들리는 경제 상황을 펼쳐보려는 새로운 시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이유만큼이나 큰, 숨겨진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그건 바로 방어 기제 중에 하나인 반동형성 때문이다. 반동형성은 죄책감 또는 억압된 감정이나 욕구에 대응하는 방어 방법 중 하나로 상대방에게 과장되게 친절한 모습을 보이거나 반대로 상대방에게 모질고 무자비하게 구는 형태를 띤다고 한다.


예를 들어보자면 A라는 사람에게 뺨을 맞고 B에게 갑자기 화풀이를 한다거나, 어떠한 욕구가 올라왔을 때 그 욕구로 인해 큰 문제를 일으킨 사람을 욕하며 내 욕구를 다잡는다거나, 반대로 A에게 실수를 한다면 그걸 만회하기 위해 A에게 진심이 아닌 과한 친절을 베푼다거나. 그리고 실수를 합리화하는 현상 또한 반동형성에 해당된다.


사무엘과 우진은 각각 1-2년 전에 육체/정신적인 불륜을 저질렀다. 이들은 자신이 죄를 저질렀음을 알고 있기에 자신과 같은 죄를 지은 불륜 커플들에게 열을 내며 책임을 묻고 벌을 주려고 한다. 이는 불륜 커플의 죗값 위에 본인의 죄책감과 욕망을 함께 올려 조금씩 덜어내려는 하나의 방어 기제라고도 볼 수 있겠다.



사랑은 책임과 노력으로 유지된다.


이 부부는 외롭다. 함께 있어도 외롭다. 이들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사랑을 나눌 여유가 없다. 부부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책임과 노력이 따라야 하지만 사무엘과 우진은 그 노력을 할 기력이 없다. 우진은 집안 경제를 위해 아침저녁 할 것 없이 교대 근무를 나가고 사무엘은 택시를 몬다. 불규칙한 출근 패턴에 집에 돌아오면 쓰러져 자기 바쁘니 여유롭게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는 시간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 우진과 사무엘은 함께 불륜 커플을 따라다니며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경험을 한다. 그리고 경제적인 여유와 함께 마음의 여유가 생기자 주변을 돌아보고 둘의 관계를 위해 다시 노력해 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사무엘과 우진은 서로를 칭찬하고 걱정하고, 다시 스킨십을 시도해 보기도 한다. 그런데 이제 좀 관계가 진전이 되나 싶은 타이밍에 사무엘이 교통사고를 당하고 병원에서 깨어난 그는 자신의 청소 메이트이자 불륜 상대 우정에게 전화를 건다. 왜 갑자기 그녀가 보고 싶어졌는진 여전히 잘 모르겠다. 힘든 일이 있을 때 그 아픔과 하소연을 들어줄 만한 사람이 필요했던 걸까? 사무엘이 우정과 다시 연락을 시작하고 부부관계에 대한 노력을 포기하자 사무엘과 우진의 관계는 이전보다 빠르게 최악으로 치닫는다.



근데 사랑이 두 개일 수가 있어


이쯤 되면 1화에서 정수가 했던 말이 다시 떠오른다. “근데 사랑이 두 개일 수가 있어” 근데 그가 말했던 와이프/여자친구로 나뉘는 두 개의 사랑은 정말 헛소리고, 사랑을 정신적/육체적인 것으로 나눈다면, 사랑이 두 개라는 말이 어쩌면 맞을지도 모른다.


<LTNS>는 육체적 사랑을 포기하고 메말라가는 사무엘 부부와 모자란 육체적, 정신적 사랑을 채우기 위해 불륜을 하는 부부들이 나온다. 2화에선 임신한 아내를 둔 육체적 사랑이 부족한 남자가, 3화에선 한 번도 사랑받아본 적 없다는 정신적 사랑이 부족한 여자가, 4화에선 동성 애인을 두고 팔려가듯 결혼한 여자가 나온다. 그리고 사무엘과 우진도 각각 정신/육체적인 사랑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륜을 한다.


사무엘과 우진은 어떤 이유로 결혼 3년 차쯤부터 육체적 관계를 정상적으로 유지하지 못했고 그 갈등은 2년 뒤, 5년 차에 들어 우진의 육체적 불륜으로 이어진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사무엘은 더욱 육체적 관계를 피하고 우진의 눈치만 본다. 우진은 그런 사무엘을 더욱 거칠게 대하게 되고 사무엘은 정신적인 사랑을 채워줄 우정과 짧지 않은 시간 불륜 관계를 가진다.


물론 난 불륜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포장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저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그렇게 행동했는지를 생각해 볼 뿐이다. 근데, 사랑이 부족한 거고 뭐고 진짜 그렇게 살면 안 된다.



사무엘과 우진은 재결합할까?

결말 엔딩 뜻


서로의 불륜 사실을 알고 한바탕 부부 싸움을 한 사무엘과 우진은 이혼을 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다. 이제 두 사람에게 부부, 집, 대출 이자라는 제한과 책임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 진중하게 책임져야 할 것이 하나도 없다. 이전보다 훨씬 가벼운 사이가 된 두 사람은 다급하게 육체관계를 가진다. 사무엘과 우진은 책임질 걱정 없는 사랑으로 당장의 외로움을 채운다. 이런 엔딩은 사무엘과 우진의 결합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기보단 결국 그들도 불륜 커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이란 걸 보여주는 것 같다. 이들은 그렇게 사랑을 하고 다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싶다.


<LTNS>는 사랑에 따르는 책임과 속박,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드라마였다. 사무엘과 우진의 관계를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친밀해 보이는 관계 속에서도 결핍과 외로움이 생길 수 있다, 사랑을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평범하고 완벽한 사랑을 꿈꾸는 것은 무모한 행동일지도 모른다.. 등등 전체적인 분위기는 가벼웠지만 상당히 어른스러운 이야기라는 느낌을 받았다.


난 오늘도 또 영상을 통해 사랑을 배우고, 이렇게 어렵게 살 바엔 사랑하는 걸 포기하겠다고 외친다. 아, 나 혼자 살아남기도 벅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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