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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Mar 19. 2024

병맛 코미디의 애잔한 매력

넷플릭스 드라마 <닭강정> 리뷰 / 신작, 드라마 추천




닭강정 (Chicken Nugget, 2024)

"병맛 코미디의 애잔한 매력"


개봉일 : 2024.03.15. (NETFLIX)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코미디, 판타지, 미스터리

러닝타임 : 총 321분 (5시간 21분)

감독 : 이병헌

출연 : 류승룡, 안재홍, 김유정, 김남희, 정호연, 유승목, 정승길

개인적인 평점 : 3 / 5

쿠키 영상 : X



2019년,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으로 1,626만 관객을 동원하고, (조금 늦게 반응이 오긴 했지만..) 시리즈 <멜로가 체질>까지 연달아 히트를 치며 코미디와 로코계를 접수한 이병헌 감독의 새로운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이 공개됐다. 작년(2023년)에 개봉한 이병헌 감독의 영화 <드림>의 반응이 워낙 뜨뜻미지근했기에 항간에선 ‘요즘 <극한직업>때와는 폼이 너무 다르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론 <드림> 이후 이병헌 감독이 각본을 맡은 <달짝지근해:7510>을 나쁘지 않게 본지라 <닭강정>에 조금은 기대를 갖고 있었다.



<닭강정>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시리즈로 ‘모든 기계’라는 작은 회사에 배달된 의문의 기계로부터 시작되는 미스터리 코미디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피로를 풀어주는 기계가 배달되었어야 하는 그날, 수신인을 알 수 없는 때깔 좋은 기계 한 대가 사무실 문 앞에 놓이게 된다. 당연히 다른 회사에서 보낸 그 기계(피로를 풀어주는)일 거라 생각한 인턴 고백중은 기계를 사무실 안으로 들이고 사장인 최선만 또한 기계를 의심하지 않는다. 사건은 사장의 딸 민아가 그 기계에 들어가면서 발생한다. 그녀가 "어, 닭강정!” 하고 외치는 순간, 기계는 민아를 닭강정으로 변신시킨다.



병맛 코미디의 매력


<닭강정>의 원작 웹툰을 본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세세한 감상까진 기억나지 않지만 확실하게 기억나는 건, 이게 참 골 때리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영상으로 만들어진 <닭강정>도 그렇다. B급 코미디와 이병헌식 말장난으로 가득하다. 얼척없으면서 웃기고, 끈적이는 싸구려 사탕 같은데 이상하게 자꾸 손이 가는 그런 느낌. 극 중에 나오는 200년 전통 닭강정 맛집의 그 닭강정이 아니라 학교 앞 분식집에서 팔았던 냉동 팝콘 치킨으로 만든 그 콜팝 사 먹는 느낌. 딱 그거다. “으하하핫” 하고 점잖게 웃게 되는 게 아닌 “ㅋㅋㅋ아 뭐래 진짜ㅋㅋㅋㅋ”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피식대게 만드는 개그, 나중에 샤워하다 한번 다시 생각나는 개그랄까.


그럴싸한 코미디를 만드는 건 참 어렵다. 어떤 장르든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건 당연하지만 코미디는 그 정도가 더 심한 것 같다. 코미디 장르에 큰 무게감을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나한테 웃음을 주지 못했다면?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노잼 작품’으로 찍히기 쉽다. <닭강정>이 재밌는지 재미없는지, 그건 딱 정해주기 어렵다. 그나마 조금 객관적으로 표현해 보자면, 이병헌 감독의 <스물>의 개그 코드가 잘 맞았다면 <닭강정>도 괜찮게 느껴질 것이고 <극한직업>을 기대한다면 <닭강정>에 만족하기 어려울 것 같다.



코미디에 진심


<닭강정>을 보면서 크게 두 가지 생각을 했다. 첫번째는 ‘진짜 어이없이 웃기다.’ 두 번째는 ‘이거 진짜 진지하게 미쳐서 만들었네…’ 나는 <닭강정>이 만일 코미디라는 장르를 존중하지 않았다면, 진심이 아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시리즈라고 생각한다. 이건 대충 아무 말장난이나 주고받으며 극중 인물들만 즐거운 코미디가 아니다. 감독과 배우들이 망설임 없이 바닥에 뒹굴며 만들어낸 진심의 코미디다. 이상한데 마냥 우습지 않고 진지하다. 애잔하고 어이없는데... 계속 보게 된다.


이 이상하고 재밌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원작 자체의 독특함과 각본이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도 무시할 수 없다. 주연을 맡은 #류승룡, #안재홍 배우의 연기력과 케미, 조주연으로 등장하는 #김남희, #정호연, #유승목, #정승길 배우의 캐릭터도 굉장하다. 이 중에서 최고였던 건 옐로팬츠 노답 고백중을 현실로 끄집어낸 안재홍 배우였다. <마스크걸>에서 보여준 모습에 많이 놀라서 그런가 이번엔 놀라는 과정은 생략하고 바로 “아 안재홍.”하고 인정해버렸다. 원작에선 고백중에게 끝까지 매력을 느낄 수 없었는데 안재홍 배우의 고백중은 오리지널 고백중보다 훨씬 매력적이었다.



이리저리 튀는 병맛 코미디라 누군가에겐 뭐라는지 모를 시리즈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나에겐 나름 진지하게 웃긴 시리즈였다. 마지막엔 좀 애잔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어이없는 사건과 무조건적인 애정으로 그득했던 <닭강정>. 머리가 복잡할 때 한 화씩 꺼내 먹으면 좋겠다 싶다.


이상한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 딱 아무 생각 없이 웃을만한 밥 친구 드라마를 찾고 있는 사람이라면 <닭강정>을 추천한다. 1화당 30분 정도의 부담 없는 러닝타임을 가졌으니 개그코드가 맞지 않다면 빠른 하차, 개그코드가 맞는다면 훌훌 빠르게 주행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으니 한번 도전해 보시라. 하지만 취향은 다양하니 혹여 본인의 취향에 맞지 않아도 나를 원망하진 말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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