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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Sep 16. 2024

판을 뒤집는 과감한 변주
휘청이는 의미

영화 <베테랑2> 리뷰, 후기, 해석 / 신작 한국 액션영화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베테랑>을 꼭 봐야할까?

- 누군가의 쌍둥이인 선우

- 달라진 정의의 의미, 중심을 잡는 도철

- 아쉬운 변주

베테랑2 (I, THE EXECUTIONER, 2024)

판을 뒤집는 과감한 변주, 휘청이는 의미

개봉일 : 2024.09.13.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범죄, 액션, 스릴러, 코미디

러닝타임 : 118분

감독 : 류승완

출연 : 황정민, 정해인, 안보현, 신승환, 정만식, 오달수, 장윤주, 오대환, 김시후, 진경, 안상태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엔딩크레딧 이후 하나


권력과 빽이 없는 이는 정당한 권리를 찾기도 어려운데 권력과 빽이 있는 이는 권리를 누리다 못해 죄를 저질러도 무죄가 된다는 사회 전반에 깔려있던 답답한 판을 뒤집으며 나타난 영화 <베테랑>은 응어리져있던 마음에 상쾌한 한방을 날리며 1,341만 관객을 동원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같은 감독, 배우들과 함께 9년 만에 <베테랑2>가 돌아왔다. 영화의 첫인상은 “여전하구나”였고 <범죄도시> 시리즈처럼 이번에도 아는 맛이려나 싶었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달랐다. 류승완 감독은 안전한 답습 대신 과감한 변주와 분절을 선택했다. (현재 관객 반응으로 보아) 이 과감한 선택은 신선함과 낯섦, 실망이라는 극단적 결과를 불러오고 있는 듯 하지만 개인적으론 답습보단 변주가 더 좋은 선택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베테랑>과 <베테랑2>. 이어지는 이야기


대략 훑어봤을 땐 <베테랑>과 <베테랑2>는 시리즈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달라 보인다. 전편이 정의 구현이라는 목표 하나만 보고 내달리는 시원한 단거리 경주였다면 2편은 이것저것 걸리는 게 참 많은 장애물 달리기 경주다.

하지만 두 영화는 이어져있다. 황정민 배우는 베테랑 시리즈를 이렇게 이야기했다. “1편은 밀크초콜릿이면 2편은 다크초콜릿이다. (그래도) 같은 초콜릿이니까 헷갈려 하지 마시라”고. 황정민 배우의 말 그대로 <베테랑2>는 그저 맛이 조금 달라진 것뿐, <베테랑>과 같은 선상에서 이어지는 영화다.

그래서 이왕이면 <베테랑>을 먼저 본 후 이 영화를 보는 게 좋다고 말하고 싶다. 전편을 꼭 보지 않아도 <베테랑2>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지만 전편에서 서도철이 했던 말과 그가 생각했던 정의에 대해 알고 있는지 아닌지에 따라 영화가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베테랑2>는 강력한 캐릭터와 묵직한 액션을 등에 업고 새로운 장을 향해 힘차게 도약한다. 막내 형사 박선우로 새롭게 합류한 정해인 배우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쏟아내며 베테랑이라는 시리즈의 흐름을 바꿔버린다. 황정민 배우는 극의 중심을 단단히 떠받치고 류승완 감독은 액션 장인답게 이번에도 역시 기깔나는 액션 신을 만들어낸다. <베테랑>에 비하면 빈도는 낮지만 딱 판이 깔리고 나면 매번 홈런이다.

명절 가족 영화로 보기엔 불편할 만큼 올라간 수위, 기존 등장인물들의 줄어든 분량, 여러 주제를 넣다 보니 다소 산만해진 스토리 같은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이 정도면 무난하게 손익분기점 정도는 넘기지 않을까 싶다.


- 아래 내용부터 스포 有


정의 구현에 대한 다른 시선
도철의 쌍둥이이자 전석우의 쌍둥이인 선우


<베테랑>에선 모든 게 명확했다. 빌런 조태오는 권력으로 타인을 찍어누르는 약쟁이. 부정할 수 없는 나쁜 놈이었고 그를 쫓는 건 서도철과 형사들이었다. 약간의 잔꾀를 부리긴 했지만 어쨌든 서도철은 합법적 방식으로 조태오를 검거한다. 걸릴 것 하나 없는 깔끔한 정의 구현이다.

<베테랑2>는 전편과 다르게 정의 구현의 방법을 살짝 비틀며 ‘정의’라는 단어에 의문을 던진다. 어디까지가 정의인가, 옳고 그름이란 무엇인가. 서도철은 지금껏 행해왔던 것과 다른 의미의 정의를 목격하고 고민한다.

<베테랑2>는 전편의 서도철이 행했던 법적 제재가 아닌 사적 제재를 행하는 빌런 해치, 박선우가 등장한다.

서도철은 칼을 든 범죄자에게도 쫄지않고 달려드는 선우를 보고 9년 전 사고를 잔뜩 몰고 다녔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도철은 선우를 보며 나와 같은 과다, 나랑 생긴 것도 닮았다고 농담을 던지며 호감을 표시한다. 선우는 도철이 조태오를 잡는 모습을 보고 경찰이 됐다고 말하며 추천서를 써주겠다는 도철의 제안까지 받아들인다.


도철의 말처럼 도철과 선우는 닮아 보인다. 선우가 만든 쌍둥이 폰처럼 말이다. 두 사람은 정의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고 정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한다. 하지만 똑같은 화면을 공유하는 휴대폰이지만 하나는 불법 카피본인 것처럼 두 사람은 같은 선상에 있지 않다. 이를 암시하듯 처음 만나는 회식(전석우 출소 날) 장면에서 도철과 선우의 투 샷은 (거울에 비치지 않은) 실제 도철의 모습과 거울에 비친 선우의 모습으로 구성된다. (실제 선우의 모습, 거울에 비친 선우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며 선우의 두 가지 인격을 암시하는 연출로 볼 수도 있겠다.)

선우의 또 다른 인격인 해치는 전석우와 쌍둥이 관계다. 전석우가 안전가옥으로 이동하는 장면. 사람들이 모두 형사들의 차를 따라가고 조용해진 아파트 입구에서 전석우가 빨간 조명을 받으며 걸어 나온다. 파란 조명을 받고 있는 선우는 얇은 유리문을 중간에 두고 전석우와 마주 본다. 잠시 유리에 두 사람의 얼굴이 겹쳐지고 화면이 전환된다.


선우는 경찰이면서 살인범이다. 그는 도철이면서 전석우다. 하지만 선우는 자신을 단순 살인범이 아닌 정의를 행하는 인물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살인이 내면의 정의감에서 온 것인지 단순히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한 행동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서 선우는 형사인 도철의 폰을 복제하고 그의 옆자리를 지키지만 전석우와는 유리를 중간에 두고서야 얼굴을 맞대며 그를 살해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도철이 자신을 살인범으로 의심하기 시작하자 망설임 없이 도철에게 위협을 가한다.

적절한 선을 그으며 중심을 잡는 도철과 <베테랑>때와는 달라진 정의의 의미


“이런 새끼 누가 대신 죽여주면 속이 시원하겠구먼.”

한 가족을 전부 죽게 만든 전석우가 3년이라는 짧은 형기를 마치고 나왔을 때, 도철은 너무도 관대한 법에 분개한다. 진짜 판을 깔아준다 해도 도철이 전석우에게 칼을 들이대진 않겠지만 아무튼, 도철은 이 답답함을 사적 제재에 대한 바람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도철은 선우와 다르게 그것을 생각만 할 뿐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 도철에게는 확실한 선이 있다.  전편 초반부에 그려진 서도철은 사고를 몰고 다니는 형사였다. 용의자를 잡으면 손부터 나갔고 팀장은 서도철을 ‘사람 패고 싶어서 형사한 놈’이라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 행동이 조태오를 잡는데 걸림돌이 된 이후, 도철은 습관처럼 들어 올렸던 주먹을 참으며 정당한 방법으로 조태오를 체포하며 사건을 마무리 짓는다.


이제 도철은 폭력을 쓰지 않는다. 오히려 한번 주먹을 휘두른 후 자제하지 못하는 선우를 말리고 ‘잘 죽었다’고 말하는 동료들에게 “사람 죽이는데 좋은 살인 있고 나쁜 살인 있어?”라며 일침을 날리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자동차 충돌 후 숨이 멎은 선우를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심폐소생술을 한 후 깨어난 선우에게 말한다.

“내가 조서로 천천히 죽여줄 테니까.. 넌 함부로 못 죽어 새끼야.”

극 중에 등장하는 사회는 온갖 분노와 맹신, 거짓으로 가득 차있다.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법과 범죄자에 대한 분노. 어디선가 나타나 사람을 죽이는 이에 대한 맹신, 누군가의 큰 목소리를 타고 순식간에 퍼지는 거짓말. 혼란하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떤 말과 행동이 옳은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수의 의견과 감정에 따라 움직이고 소리친다. 도철은 이 혼란한 상황 속에서 중심을 잡고 자신의 과오를 인정한다.


<베테랑2>은 도철과 그의 반대편에 서있는 선우를 통해 정의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린다. <베테랑>에서 말했던 정의란 옳고 그름이 명확하다면 위아래 상관없이 주먹으로, 머리로 들이박아서라도 지켜내야 하는 것이었고 <베테랑2>에서 말하는 정의란 옳고 그름이 명확하다 해도 지켜야 할 선이 있는 것이다. 답답하지만 세상을 더 복잡하게 만들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

아쉬웠던 변주


전편과 다른 면으로 뒤집힌 주제의식도 좋았고 안광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두 인격을 표현해낸 정해인 배우의 연기와 뼈까지 뻐근해지는 액션도 좋았다. 하지만 굳이 들어갔어야 했나 싶은 신체 훼손 장면, 제외해도 괜찮았을 법한 배우의 재등장, 영화의 무게감을 파사삭 깨버리는 렉카 연출, 얼렁뚱땅 흘러가는 전개와 어우러지지 못한 다양한 소재 등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영화 외적으로 보면 이 영화가 홀로 스크린을 과독점 중인 상황 또한 안타깝다.)

그럼에도 <베테랑2>라도, 커다란 영화라도 살아야 한국 영화의 미래가 있을 것 같아 이 영화를 미워할 수가 없다. 그리고 류승완 감독이 3편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는 만큼 2편의 아쉬움을 발판 삼아 다음엔 더 좋은 이야기로 돌아올 거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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