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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Jul 23. 2020

<이프 온리> - '우리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영화 후기,리뷰/ 왓챠, 로맨스,멜로 영화 추천/결말 해석]

                                                                             

이프 온리 (If Only)

개봉일 : 2004.10.29. (한국 기준)

감독 : 길 정거

출연 : 제니퍼 러브 휴잇, 폴 니콜스, 톰 윌킨슨, 루시 대븐포트, 다이아나 하드캐슬                                                                         

우리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2004년 개봉작이지만 여전히 로맨스 영화의 스탠다드로 불리고 있는 영화 <이프 온리>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비 오는 날 홀로 이 영화를 봤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오늘, 비가 끈덕지게 내리는 밤, <이프 온리>를 다시 봤다. 이프 온리에는 오래된 연인이 등장한다. 사만다와 이안, 둘은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 이 커플의 사이는 너무도 친밀하고 가까우며, 서로에게 편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동시에 소원함을 느낀다.




사만다는 대학을 졸업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안은 유전체학 연구소의 직원이다. 직업만 보아도 꽤나 다른 성향을 지니고 있을듯한 두 사람이지만 둘은 운명처럼 사랑에 빠졌다. 타오르던 사랑은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미지근한 온도로 변해간다. 사만다의 졸업 공연을 잠시 잊을 만큼 소원해진 둘의 사이. 이안과 사만다는 잠시 슬픈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 그 날밤, 신의 장난 같은 사건이 벌어진다. 



비 오는 날 밤, 오래된 연인과 혹은 이제 막 소중함을 느끼기 시작한 사람과 함께 보면 더 좋을 영화다. 물론 혼자 봐도... 좋은 영화다. 이 영화를 보면 나도 모르는 새 누군가가 떠오르거나, 정확한 출처를 알 수 없는 서글픈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왠지 질척대는 감정인 것 같다며 억지로 외면할 필요 없다. <이프 온리>는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 사랑을 했던 사람 모두를 위해 만들어진 영화다. 우리는 영화를 보며 마음껏 그리워하고 슬퍼하고, 공감하면 된다.




이프 온리 시놉시스


오늘, 비로소 사랑을 알았어


눈앞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남자는 다음 날 아침, 자신의 옆에서 자고 있는 연인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기쁨도 잠시, 정해진 운명은 바꿀 수 없단 것을 깨달은 그는 더 늦기 전에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전하기로 마음먹는데…


네가 아니었다면 난 영영 사랑을 몰랐을 거야. 사랑하는 법을 알게 해줘서 고마워, 사랑받는 법도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사랑이 내 인생을 모두 삼킬 듯이 타오르던 시기가 지나고 나면, 편안함과 친밀함, 소원함이 남게 된다.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어딘가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 드는 시기. 이안과 사만다는 그 시기에 걸쳐져있다. 같은 침대를 쓰고, 같이 아침밥을 먹고, 사랑을 속삭이지만 어딘가 아쉬운 구석이 있다. 일에 치여 정신이 없던 이안은 사만다의 졸업공연 날짜를 잊는다. 사만다는 그의 실수에 섭섭한 마음이 들지만 금세 괜찮다는 듯 웃어 보인다. 



이안과 사만다는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근데 그날따라 일이 조금씩 꼬인다. 사만다는 지나가는 스쿠터 운전자에 의해 옷에 콜라를 쏟게 되고, 지나가는 남자와 부딪히고, 이안의 시계는 금이 간다. 거기에 오래 준비해왔던 회의를 망치기까지.. 사만다는 이안을 위해 회사에 찾아갔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안은 일을 마친 후 사만다의 공연을 보러 간다. 하지만 마음이 가볍지 않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마음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직감한다. 이안은 떠나는 사만다의 옆에 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하고, 그날 밤 사만다는 이안의 곁을 떠난다. 



이안은 사만다가 떠난 순간, 끝없는 슬픔과 후회에 묻혀버린다. 그리고 어느 날, 누군가 그의 운명을 쥐고 장난을 치듯, 이안의 앞에 사만다가 나타난다. 이안은 눈앞에 벌어진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전에 일어났던 그녀의 죽음이 꿈이었던 건가 싶은 순간, 똑같은 하루가 시작되고 이안은 불안감에 빠진다.


운명을 바꾼다고? 그걸 믿어?


사만다가 사고를 당하던 날 아침, 이안은 사만다에게 운명을 바꿀수 있다고 믿냐고 묻는다. 이안은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믿기는 커녕, 오히려 운명을 믿지 않는 사람인 것 같다. 이안은 유전체학 연구소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그는 결과를 얻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눈에 보이는 결과에 따라 다음 일을 진행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 하지만 사만다가 다시 눈앞에 나타난 순간, 이안은 사만다의 죽음을 막기 위해, 운명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새로운 길로 가보자


이안은 다시 돌아온 사만다와의 하루를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항상 출근하던 길이 아닌 반대쪽으로 향하고, 스쿠터 소리를 듣자마자 사만다의 몸을 감싸 안는다. 평소와 다르게 불안해하는 이안의 모습을 지켜보던 사만다는 이안의 손을 꼭 잡은 채 함께 회사로 향한다. 이안은 사만다와 손을 마주 잡으며 불안감을 덜어낸다. 오랜 시간이 지나 가끔 잊기도 했겠지만, 이안에게 사만다는 불안감을 없애주는 존재, 함께 걷는것 만으로도 힘이 되는 존재였을 것이다. 사만다와 함께 회사에 도착한 이안은 손목시계를 확인한다. 시계는 깨지지 않았다. 이안은 한층 가벼워진 마음으로 회의에 들어가고, 회의는 성공적으로 끝이 난다. 아침에 일어났던 일들의 대부분을 막아낸 이안은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한다면 사만다를 살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건 그저 바람이었을 뿐, 그날 일어났던 사건들이 순서만 바뀐 채 하나 둘 다시 일어나기 시작한다. 지나가는 남자와 부딪히고, 사만다는 회의실 문을 열지 않았을 뿐 회사에 왔었고, 저녁에 만났던 택시 기사와 낮에 다시 마주치게 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토해내는 이안에게 택시 기사는 "답은 하나예요. 그냥 사랑해 줘요."라고 답한다. 이 택시 기사는 사만다가 죽던 날과 다시 시작된 날에 모두 등장해 이안의 이야기를 들어주는데, 인물 자체가 참 묘하다. 어찌 보면 그저 사랑에 대해 조언해 주는 어른 같다가도, 이안의 운명을 쥐고 시험하는 인물 같기도 하다. 이안이 회의에서 발표하는 장면을 보면, 새로운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시간이라는 선물을 주는 프로젝트라고 언급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이안은 유전공학을 연구해 다른 사람들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그를 초월한 어떠한 존재가 이안을 위해 사만다와 함께할 시간을, 다시 선택할 기회를 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안의 맘은 조금씩 졸아들고 있다. 초조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던 이안은 사만다에게 런던을 떠나있자고 제안한다. 어디든 가자”라는 이안의 부탁을 받아들인 사만다는 이안의 고향으로 향하는 기차표를 끊는다. 사만다가 죽는 장면을 한번 지켜본 후, 사랑하는 사람의 과거를 알고 싶었다며 환하게 웃어 보이는 사만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너무도 미안하고 사랑스러워 마음이 뭉그러지는듯했다. 흔치않은 폭우를 만나고, 이안과 사만다는 비를 피하며 서로의 마음을 나눈다. 사만다는 이안의 생각보다 훨씬 더 이안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이안의 현재뿐만이 아닌 과거까지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이안이 어떤 모습을 보이든 품어줄 수 있는 사람. 이안은 사만다를 향한 사랑을 다시 깨닫지만, 그의 시계는 그가 모르는 새 다시 깨져있었다.



과거는 상관없어. 중요한 건 현재야.


사만다의 죽음을 본 과거는 더 이상 상관없었다. 이안은 그저 사랑스러운 연인 사만다를 살리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다른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좋다. 같이 있는 것, 눈을 맞추는 것,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사만다와 이안은 처음으로 과거 이야기를 나눈다. 이안은 히어로였던 아버지가 무너져가던 모습을 회상한다. 사만다는 이안을 위로하며 "죽음이 사랑을 끝내진 않아"라고 말한다. 사만다는 이안을 위로하기 위해 던진 말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무너져가는 걸 눈앞에서 지켜봐야 한다는 걸, 운명을 바꿀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이안에겐 그 한마디가 너무도 아프게 다가온다.



타들어가는 이안의 마음을 알 리 없는 사만다는 졸업공연을 위해 런던으로 돌아가자고 얘기한다. 이안은 더 이상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사만다와 함께 런던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사만다를 위한 행복한 하루의 마무리를 준비한다. 이안은 사만다가 사랑하는 이안을 바라보며 만든, 하지만 아직 용기가 없어 다른 이들 앞에선 불러보지 못한 노래의 악보를 잔뜩 뽑아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건네준다. 



이안은 사만다에게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 보는 게 어떠냐고 묻는다. 이안은 사만다의 노래를 좋아했지만, 사만다는 너는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좋다고 하는 거고, 자신은 아직 노래를 할 때가 아니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언젠가, 어느 날엔 부르게 될 것이라고 약속한다. 하지만 이안은 알고 있었다. 둘이 함께 할 수 있는 날은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언젠가, 어느날 엔가 부르기로 약속했던 사만다의 그 노래는 함께 할 수 있는 마지막 날 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연주된다.


                                                                        

당신 선택이에요.


사만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던 날, 택시에 타는 사만다의 뒤를 따라갈지 말지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 이안에게 택시 기사가 "당신 선택이에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시 주어진 기회. 이안은 망설임 없이 사만다의 옆자리에 앉는다. 나의 오늘을 만들어준 사람, 사랑을 알려준 사람,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 그 사람을 지키기 위해 이안은 자신을 희생한다. 



오늘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운명에서 도망치는 것도, 포기하는 것도 아닌 그저 그를 사랑하는 것뿐이다. 운명은 나에게 수없이 많은 기회를 쥐여주고 있다.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다.


사랑했지만 그 감정을 잊어가는 사람들에게,. 모든 걸 주고 싶은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영화 <이프 온리>를 추천한다.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hkyung769/

블로그 : https://blog.naver.com/hkyung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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