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중경삼림, 공각기동대
비행기 안에서 중경삼림을 보고, 홍콩 둘러보고, 다녀와서는 공각기동대를 봤다. 요 작품들에 대한 트렌디한 해석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같은 식민지 출신 국가 사람으로서 홍콩인들이 받아들이는 영국의 흔적과 중국에 대한 태도가 제일 신기했다. 홍콩은 중국의 변두리로 존재하다가, 영국에 의해 사생아가 되고, 갑자기 중국이라는 혈육이 나타나서 '넌 이제부터 우리 가족이야'라며 거둬진다. 한국이 일제강점기 일본에 대해 느끼는 것보다 다층적이다. 그럼에도, 우산혁명 때 혹자들은 홍콩은 제국주의 국가를 떠나 중국으로 돌아오는 것이 맞다며 시위대에게 훈수를 두기도 했다. 이 논리는 민족주의 내부적으로는 일관되지만...
이것은 홍콩인의 역사 감각과 맞지 않는다. 홍콩인들은 중국의 '민족국가'의 일부였던 적이 거의 없고 오히려 중국에서 도망쳐 온 사람들이 만든 도시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투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라고 다그칠 것이다. 제국주의와 민족주의 사이에서 말이다.
여기서 마침 홍콩이 배경인 공각기동대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나는 정보의 바다에서 생겨난 생명체다" 인형술사의 존재를 처음에는 버그로 생각하여 수정하거나 삭제하려 했지만 그러지 못한 것, 하나의 기원이 아니라 정보의 교차가 만들어낸 것.
즉 홍콩은 제국주의, 민족주의, 전쟁, 자본, 이주, 냉전이라는 여러 힘의 결절점에서 태어난 고스트이다. 내가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고 지금 느끼는 것에 집중한, 공허하지만 감각으로 가득 찬 중경삼림과도 같은 예술이 피어났던 곳. 그러나 홍콩의 기원을 묻게 된 지금은 물거품처럼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