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불가항력

머터리얼리스트

by everymourning

정치적으로 완전히 올바르지 못하더라도, 모두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지는 않더라도, 말하고자 하는 바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작품을 좋아한다. 나에게는 머터리얼리스트가 그렇다.

요즘 시장에서 부유한 남자 하나, 가난한 남자 하나 두고 고민하는 이성애자 여자를 둔 로맨스 영화가 팔리긴 하나? 이성애 연애결혼이 발명되었을 즈음 제인 오스틴이 쓸 법한 소재 아닌가? 그만큼 이건 너무 낡았고 진부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만과 편견에서는 연애결혼을 할지언정 우리는 결정사에서 조건을 맞춰 대학을 가거나 취직하듯이 결혼을 한다. 셀린 송이 이 진부함을 다루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조건에 맞추는 결혼이라고 재미없을 이유는 없지 않나? 데이트는 마치 입시 게임이나 주식시장만큼 긴박하고 첨예한 장이 된다.

하지만, 그래서 '결국 사랑이 중요하지' 정도로 가난한 남자를 골라 얼버무리는 결말, 게다가 그걸 본질주의 신화로 고정해버리는 유인원의 '최초의 결혼' 상상은 실망스럽다. 사랑과 대비되는 데이트 조건에 대한 분석이 빠삭한 반면 정작 하려고 했던 사랑에 대한 내용은 부실한 것이다.

한편, 나는 이 사랑을 사람이 아닌 공간으로 돌릴 때 이 영화가 더 납득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셀린 송에게 뉴욕은 연극이라는 꿈을 위한 곳, 그래피티가 있고 담배연기가 자욱한 골목의 소극장이자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마천루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곳이기도 하다. 이 뉴욕을 존과 해리가 나눠 가지고 있다고 본다. 연극은 가장 돈이 안 벌리는 직업임에도, 연극을 하려면 가장 비싼 도시에 살아야 하는 그 양면을, 이 도시에 대한 환멸과 사랑을. 결국에는 사랑을 택할 수 밖에 없는 나 자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