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기회에 30일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였다.
사실 몇일 글쓰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작년 여름에 회사 사람들이랑 한 적이 있다. 그때는 초반에는 정말 꼼꼼이 하고, 모임 분위기도 좋았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흐지부지 되었었다.
근데 이번에는 글 30개를 다 쓰진 않았지만^^;;;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도 있고, 멤버분들도 서로 북돋으며 끝까지 온 것 같다.
어떤 점이 이런 걸 가능하게 했을까, 나는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한다.
첫째, 내가 글쓰는 주제와 시간을 정해뒀다.
나는 책리뷰를 퇴근 지하철에서 쓰는 걸로 처음에 정해뒀었다. (밀린) 책들 읽고 기록하는 정도를 내용으로 하고, 틈틈히 책을 읽거나 기억을 되살리면서 글을 머릿속 구상해뒀다가, 퇴근길 지하철에서 정말 타자마자 후두두 쓰기 시작하곤 했다.
매일 글쓰기를 한 번 경험해보니, 꾸준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글감이 중요하고, 또 너무 개인적 사유보다는 리뷰 등 객관적 진술 쪽이 더 편한(!) 것 같아서다. 일단 써야, 잘 써지니까, 실제로 내가 느끼기에, 딱 한달인데도, 뒤쪽의 리뷰글이 훨씬 더 잘 쓰여졌고 구성도 괜찮다. ㅎㅎ 구상해버릇, 써버릇 이 작동하기 시작한 것 같다.
둘째. 글쓰기 모임 멤버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어쩔 수 없이 글이란 건 그 사람의 사고와 가치관, 그리고 현재의 생활을 반영한다. 나를 드러내는 작업인데. 회사 내 글쓰기 모임에서는, 이런 걸 써도 되나 하는 셀프검열이 실은 꽤 세게 작용했었다.
당연히 모임 초반에 그런 걸 신경쓰지 말자고 했지만. 리뷰 모임 등에서의 발언의 경중, 적극성, 토론 양상 등은 결국 ‘회의 시간’이나 다름없었다; 회사 총 직원은 100여명, 업무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의견충돌이 있다가, 바로 개인적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북돋아주는 건 쉽지 않았다.
잘 안되는 이유를 모두들 고민했지만 답을 딱히 찾아내진 못했다. 서로 일로 엮여 있어서 그럴 것 같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이조차 셀프검열로 걸려졌다^^; 참고로 우리가 벤치마킹한 다른 회사 글쓰기 모임은 총 직원이 몇천명짜리 대기업이었다.
이번 P님의 글쓰기 모임은, 적어도 난, 전혀 모르는 분들이었다. 그러다보니 생각을 문장으로 써내려가는데 부담이 덜했다. 단톡방에서는 서로 예의를 갖추고 글로만 서로를 봤다. 거기에 리더의 적절한 가이드까지 더해지니, 보기 좋은 어른들의 스터디성 모임이 될 수 있었다고 본다.
나의 경우 며칠은 못/안 쓰고, 댓글은 거의 안 달고 그랬는데, 그런 게 별로 부담이나 미안함으로 안 느껴졌다. 내 글 종종 쓰면서 꾸준히 가자 싶기만 했고, 실제로 그렇게만 했다. 이 점에서 다른 멤버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
한텀 더 가볼까도 했었는데, 글쓰기 모임은 이 정도로, 습관이 된다는 66일은 아직 요원하나, 3월부터는 의무성 글쓰기가 많아질 상황이라 너무 욕심부리지 않기도 한다.
재미난 모임 열어주시고 잘 이끌어주신 리더이자 엑셀러레이터 P님 감사드리고요, 멤버분들도 모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봄날 아름답게 보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