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야한 상상력이 현실이 되면 좋겠다.
책이 조금 더 배리어프리 했으면 좋겠다.
TTS 제공에 얼마나 열려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보다 더욱 책을 듣고 읽는 데에 열려 있으면 좋겠다.
큰 글자판을 내 주었으면 좋겠다.
물리적으로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어른 독자층이 책 보는데에 물리적인 애로사항이 없었으면 좋겠다.
우리 아버지께서 글씨가 안보여서 책 읽기가 싫어진다라는 말씀을 안 하셨으면 좋겠다.
책이 조금만 싸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저렴하고 가벼운 문고본을 내 주었으면 좋겠다.
지방에 대한 상상력이 더 넓어졌으면 좋겠다.
책의 공간적 배경이 더 이상 서울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최인훈도 윤대녕도 황정은도 너무 사랑하고 좋고 멋있지만 그래도 더 이상 배경이 종로와 을지로와 명동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익숙한 고향의 지명이었으면 좋겠다.
상남동이었으면 좋겠고 용호동 가로수길이었으면 좋겠고 지하공동구를 배경으로 하는 미스터리여도 좋겠다.
눈 오는 용지호수를 배경으로 한 시가 있으면 좋겠다.
정동의 테라스라는 상상력을 부여해 준 김이강의 시도 정말 좋지만 그랬으면 좋겠다.
두악산의 높이가 58미터밖에 안되는데 대체 이 언덕에 왜 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냐고 낄낄대는 장면이 있으면 좋겠다.
"두악산 높은 봉에 아침 해 비쳐"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이미 폐교되고 없는 초등학교의 교가를 내가 불렀다고 다른 인물이 맞받아쳤으면 좋겠다.
그런 작품이 나오게 지방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작가들을 많이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출판사마다 그런 사업이 있으면 좋겠다.
신문사별 신춘문예가 이미 그런 기능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지자체별로 문화사업과에 그런 사업이 있으면 좋겠다.
내가 정보력이 부족해서, 잘 몰라서 이미 멀쩡히 잘 하고 있는 일을 모르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민망해졌으면 좋겠다.
아무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 내가 살던 동네를 배경으로 하는 장면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고향에 갈 때 마다, 그 소설 생각이 났으면 좋겠다.
각 지자체 관광과에서는 그런 문학 작품들을 모아서 지역 문학 기행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상품을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
여기에 도서관을 연계하여서, 도서관에 작가들이 상주하고, 도서관의 공간을 이용하여 작가들이 작업을 하고, 필요하다면 강연도 하고 문화 행사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다.
지금 '동네 책방'이 하는 일을 감당하고, 이들이 개인이기에 할 수 없는 일을 감당할 수 있으면 좋겠다.
관이라서 할 수 있는 일을 감당할 수 있으면 좋겠다.
비단 문학 뿐 아니라, 음악, 미술, 그리고 내 상상력이 닿지 않는 분야에서 중심지로 도서관이 기능했으면 좋겠다.
앞서 언급한 부분이 잘 정착되었으면 좋겠다. 시간이 오래 지나 "모 작가" = 세모세모 지역이라는 등식이 성립했으면 좋겠다.
어느날 "모 작가"처럼 되고싶은 한 작가 지망생이 "모 작가"가 작업실도 쓰고 책도 보고 강의도 했던 세모세모 도서관에 가야지 했으면 좋겠다.
"모 작가"의 팬들 역시 관광 차원에서 세모세모 지역에 가고, 세모세모 도서관에 방문했으면 좋겠다.
지역 라디오 방송 시간이면, "잠깐만" 광고 하듯이 "모 작가"의 글귀 한 문장을 읽어주는 시간을 할애했으면 좋겠다.
"모 작가"뿐 아니라 세모세모 지역 출신 작가들의 작품 한 글귀씩 읽어주는데 전파를 딱 1분만 할애했으면 좋겠다.
'57분 교통정보'처럼 그렇게 라디오 청취자들의 머리에 박혔으면 좋겠다.
특정 분은 문학 작품 한 구절 듣는 시간으로 인식되었으면 좋겠다.
매 해 수능, 얼마나 해괴한 국어 비문학 지문이 나오는지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필적 확인 문구로 세모세모 지역의 "모 작가"의 작품이 등장하는 걸로 좋아했으면 좋겠다.
심지어 그 필적확인 문구가 라디오에서 나왔던 문장이었으면 더욱 좋겠다.
수능 시험지를 들고 세모세모 도서관에 가서 "모 작가"가 상주작가로 있던 도서관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챌린지가 유행했으면 좋겠다.
아무튼 그랬으면 좋겠다.
낭설이, 공상과 망상과 몽상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