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닫혀 있던 방에 처음 창문을 열었을 때, 바깥의 낯선 공기가 방 안으로 밀려 들어오며 온도와 냄새를 바꾸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고베(Kobe)는 굳게 닫혀 있던 일본이라는 견고한 방이, 서양을 향해 처음으로 빗장을 풀었던 항구입니다.
그 열린 문틈으로 밀려 들어온 이국적인 바람.
간장 냄새와 버터 냄새가 섞이고, 다다미방 위로 화려한 샹들리에 빛이 떨어지는 기묘하고도 우아한 조화.
전혀 다른 두 세계가 어떻게 서로를 다치게 하지 않고 부드럽게 섞여들었는지,
그 '다정한 혼혈의 도시' 고베에서 꼭 마주해야 할 3가지 풍경을 소개합니다.
고베역에서 내려 좁은 언덕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일본이 아닌 19세기 유럽의 어느 작은 마을에 서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항구가 개항된 후, 바다를 건너온 외국인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지은 서양식 저택(이진칸)들이 모여 있는 동네입니다.
가장 유명한 '풍향계의 집'을 비롯해 연두색 외벽이 아름다운 '연두색의 집'까지.
각자의 나라에서 가져온 건축 양식과 일본 특유의 단정함이 섞인 골목을 걷는 시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오래된 서양식 목조 주택에 입점한 '스타벅스 기타노이진칸점'에 앉아,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 소리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다 보면 백 년 전 이방인들이 느꼈을 설렘과 향수가 동시에 밀려옵니다.
유럽식 저택에서 과거를 보았다면, 이제는 바다로 내려와 고베의 오늘을 만날 차례입니다.
고베의 정체성은 결국 '항구'에 있으니까요.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할 무렵, 하버랜드(Harborland)의 해안 산책로를 걷습니다.
바다 건너편으로 우아하게 곡선을 그리는 붉은색의 '고베 포트타워'와,
천천히 돌아가는 '모자이크 대관람차'의 네온사인이 검은 바다 수면 위로 일렁입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야외 테라스에서 고베산 소고기(고베 규)를 구워 먹거나, 시원한 맥주잔을 부딪치는 사람들.
오사카의 야경이 네온사인이 뿜어내는 빽빽하고 뜨거운 열기라면, 고베의 야경은 바다와 여백이 만들어내는 차분하고 우아한 로맨스에 가깝습니다.
가장 서구화된 도시의 바로 뒷산(롯코산) 너머에,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온천 마을이 숨어있다는 사실은 묘한 쾌감을 줍니다.
고베 시내에서 버스나 전철로 약 40분이면 닿는 아리마 온천입니다.
화려한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면서도, 산속 깊은 곳에는 자신들만의 천 년 된 전통을 고스란히 지켜낸 고베 사람들의 뚝심이 느껴지는 곳.
이곳의 명물은 철분과 염분이 섞여 붉은빛을 띠는 '금천(金泉)'과 투명한 '은천(銀泉)'입니다.
서양식 디저트와 빵으로 배를 채우고, 붉은 벽돌집 사이를 걷던 하루의 피로를
다다미방에 누워 짭짤하고 뜨거운 붉은 온천수에 녹여내는 밤.
이질적인 것들이 선사하는 이 완벽한 대비가 고베 여행을 더없이 풍성하게 만듭니다.
고베는,
새로운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옛것을 결코 잃어버리지 않은 영리한 도시였습니다.
버터의 고소함과 간장의 깊은 맛이
한 접시 위에서 완벽하게 어우러지듯.
고베에서 보내는 당신의 하루도
낯설고도 편안한, 완벽한 조화를 이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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