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의 조식은 왜 늘 똑같은 메뉴일까?

by 호텔몽키

낯선 도시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어젯밤의 피로가 채 가시지 않은 몸을 이끌고 조식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문이 열리는 순간, 나는 마치 어제도 이곳에 왔었던 것 같은 기시감에 휩싸인다.
스크램블드에그와 뻣뻣한 베이컨, 줄지어 늘어선 식빵과 몇 종류의 시리얼, 그리고 공간을 가득 채운 커피 향. 파리의 작은 호텔에서도, 방콕의 북적이는 호텔에서도, 제주의 고요한 호텔에서도 조식의 풍경은 놀라울 만큼 닮아있다.


‘왜 호텔 조식은 늘 똑같을까?’


한때는 그것이 상상력의 부재라고 생각했다.
그 도시만의 특별한 아침을 선사할 수도 있을 텐데, 어째서 이토록 개성 없는 메뉴를 고집하는 것일까.
하지만 수많은 여행을 거치고 나서야 나는 깨닫게 되었다.
호텔 조식의 ‘똑같음’은 부재가 아니라, 가장 사려 깊은 형태의 철학이라는 것을.


호텔 조식은 미식의 향연을 위한 식사가 아니다. 그것은 여행자를 위한 ‘안전지대’다.


여행이란 근본적으로 낯섦과 마주하는 행위다.
익숙한 언어와 거리, 사람들을 떠나 모든 것이 불확실한 세상에 스스로를 던지는 일.
온종일 낯선 풍경 속에서 긴장하고, 새로운 문화를 이해하려 애쓰고, 때로는 길을 잃으며 에너지를 소진한다.
그런 여행자에게 호텔이 제공하는 아침 식사는 ‘모험’이 아닌 ‘위로’여야만 한다.


적어도 아침을 먹는 이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고민하거나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무언의 약속.
스크램블드에그는 세상 어디에서나 스크램블드에그이고, 커피는 만국 공통의 언어다.
내 앞에 놓인 음식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 없이, 어제와 같은 방식으로, 어쩌면 내 고향에서 먹던 방식 그대로 편안하게 아침을 시작할 수 있는 권리.
호텔 조식의 보편성은 바로 그 권리를 지켜주기 위한 세심한 배려인 셈이다.


조식 레스토랑은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국제회의장이다.
각기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포크와 나이프가 부딪히는 소리만으로 고요한 연대를 나눈다.
우리는 이 보편적인 아침 식사를 통해, 비로소 오늘 하루 또다시 낯선 세상으로 나아갈 최소한의 용기와 안도감을 얻는다.


결국 호텔 조식의 변하지 않는 메뉴는, 여행자에게 건네는 가장 따뜻한 인사인 것이다.
“어디에서 왔든, 어떤 밤을 보냈든, 이 아침만큼은 편안하게 시작하세요.” 라고.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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