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 하나만 잘 건사하면 되는, 그렇게 30여 년을 살아온 사람이었다. 나 하나 건사하기도 버거울 때가 있었지만 만족했다. 잘 되는 건 내가 열심히 했기 때문이고 잘 되지 않는 건 내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신의 가호나 운도 있다고 믿지만 대부분 인과관계가 분명했다.
그러다 직장이라는 곳에서 사회적 부캐가 발생했고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다량의 부캐가 발생했다. 그리고 출산이라는 엄청난 고개 앞에 어마어마한 무게의 '엄마'라는 부캐가 발생했다.
좋은 '나'를 가꾸기 위한 건 30여 년 간 해왔던 일이기에 수월했지만, '좋은 엄마', '좋은 아내', '좋은 며느리', '좋은 동료'가 되는 건 쉽지 않았다. 이 부캐들을 모두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긴 할까?
우린 모두 미완의 존재이거늘, 누가 누굴 탓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