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였다. 사람이 많은 출근 시간의 지하철에 몸을 싣고 있던 중. 갑자기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곧 숨이 멎을 것처럼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고 눈앞이 보였다 안 보였다 반복했다. 오바이트가 쏟아져 나올 것 같으면서도 설사가 나올 것 같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다음 역으로 가는 중에 나는 실신할 것만 같았다. 정신을 부여잡았다. 지하철 문이 열렸고 화장실을 찾았다. 서울역 한가운데였다.
걸어가고 있는데 땅이 내 눈앞으로 올라왔다. 저 멀리 기둥이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이 자리, 서울역 한 복판에서 내가 쓰러진다면 누가 나를 도와줄까. 어디 팔려가 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정신을 부여잡고 기어가다시피 화장실에 입성. 자리에 앉아 볼일을 보고 나니 얼굴에 혈이 도는 게 느껴졌다. 생전 처음 겪는 경험이었다.
나는 그날 바로 병원을 갔고, 이웃처럼 푸근했던 내과 원장님은 '저혈압 쇼크'로 보인다고 했다. 혈압 측정 시 조금씩 기본 혈압에 못 미치는 수치를 갖고 있었기에 '아 그렇구나.' 했다.
나는 회사에 입사했고 조금 먼 거리를 왕복해야 했다. 광역버스로 다녔는데, 출근길에 외곽 광역버스를 타 본 적이 있는가..? 압사당하지 않으면 다행인 버스에 몸을 욱여넣어야 한다. 한 번은 제일 마지막에 승차한 것도 아닌데 밀리고 밀려 문을 붙잡고 출근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내 몸은 버스 안에, 내 옷자락은 버스 밖에서 나풀거린 채 바람을 만끽하고 있었다.
보통 제일 뒷좌석에 앉거나, 제일 뒷좌석 앞에 서서 가는 게 일상이었다. 그때 다시 그 '저혈압 쇼크'가 왔다. 정말 너무 무서웠다. 숨이 쉬어지지 않고 어지러워 곧 쓰러질 것만 같은데 구역질이 같이 난다. 속에선 '살려주세요.'가 반복해 터져 나오고 얼굴엔 혈이 돌지 않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광역버스는 하차 텀이 길다. 그리고 나는 출근길, 외곽에 갇혀있다. 답이 없다. 버스엔 창문도 없다.
정신력 싸움이 시작된다. 버티고 버티고 버티다 차에서 토해져 나온 순간, 숨이 쉬어졌다. 그리고 이 현상은 꽤나 자주, 나를 찾아왔다. 한 번은 같이 탄 승객이 자리를 양보해 주기도 했고, 한 번은 함께 서 있던 아저씨가 내 혈색을 보고 119에 신고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 한 번은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 나를 부축해 끌어올리기도 했고, 몇 번을 버스 안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그러다 버스가 내 눈앞에 오자 뒷걸음질 치는 나를 발견했다. 정말, 무서웠다. 저 문을 열고 타면 내가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이번엔 대학병원엘 갔다. 심전도 검사, 뇌파검사, 잘 기억나지 않지만 세네 가지 검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결과는 '이상 없음'이었다. 젊은 여성들에게 오는 '기립성 저혈압'일 확률이 높으니 그런 증상이 나타나면 일단 머리를 바닥에 가장 가까이 놓고 누으라고 했다. 버스는 누울 수가 없는데. 그 이상의 진단은 없었다.
그렇게 또 한동안 버스에 욱여넣어졌지만 괜찮았다. 아, 이제 괜찮은가 보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다시 찾아왔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야 버스에서 내릴 수 있었다.
결혼을 하고 임신과 출산을 하고, 세월이 조금 흘렀다. 그러다 유튜브에서 한 정신의학과 전문의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게 됐는데, 증상이 나와 너무나 똑같았다.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주시는데, 선생님은 그걸 '공황'이라고 했다. 나 역시 '공황 장애'라기 보단, '공황 증상'에 가까웠지만 상태는 '공황'이었다. 지나고 나서야 아차 싶었다. 그리고 일기장을 돌아보며 그 당시들을 회상했다.
제일 처음 공황 증상이 나타났을 때, 간염을 앓던 때와 겹쳤고 심적 상태가 양호하지 않을 때였다. 그리고 그다음 공황의 시작은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 잡을 때였다. 그리고 또 그다음 공황의 시작 역시 사람에 대한 환멸이 자리 잡을 때였다. 지나고 보니 그랬다. 그리고 매달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의 삶의 이야기를 다 듣고 흡수하는 게 직업이다 보니, '버거웠구나.' 하는 마음이 그제야 들었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여, 몸으로 드러난다는 말이 맞는구나.
나는 그제야 나를 다독였다. 고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