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2 Mannerism

by 이혜미인

매너리즘 : 예술 창작이나 발상 측면에서 독창성을 잃고 평범한 경향으로 흘러 표현 수단이 고정되고 상식적으로 고착된 경향을 총칭한다. 가령 일정한 기법이나 형식 따위가 습관적으로 되풀이되어 독창성과 신선한 맛을 잃어버리는 것을 말한다. 오늘날에는 현상 유지 경향이나 자세를 가리켜 흔히 매너리즘에 빠졌다고도 말한다. (출처_문학비평용어사전)


200여 명의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을 글로 써 내려가는 일을 십 년 하다 보니, 나에게도 고정된 틀이 생겼고 소위 말하는 매너리즘이 찾아왔다. 인터뷰도 천편일률적이었고 글의 시작과 말미가 늘 비슷했다. 이렇게 흘러가면 발전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 틀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변화가 필요했지만 변하고 싶지 않았고 발행인이 그걸 원하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며 모든 것을 유지했다. 어쩌면 매너리즘이 오는 건 당연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인터뷰는 계속 같은 사람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매번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기에 늘 새로웠다. 그것을 정리하는 내가 같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나에겐 새로운 신선함이 필요했다. 늘 하던 대로 진행하지만 그 안에 새로운 맛을 가미해야 했다. 해왔던 방식 그대로 계속 진행한다면 질려버릴 것 같았다.


그때 문을 두드린 게 유튜브였다. 내가 인터뷰하고 만나는 사람들, 그들의 진짜 삶의 이야기를 지면과 더불어 영상으로 공유하면 얼마나 좋을까. 번뜩이는 섬광처럼 다가왔으나 찬란히 사라질 수도 있는 기회. 다행히 상황과 여건이 맞아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 몇 개의 인터뷰를 업로드하니, 같은 질문들이 반복되는 걸 눈으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같은 질문이어도 답은 너무나 다르기에, 매번 그 질문을 할 수밖에 없는 나도 보였다.


분명한 것은 번뜩이는 섬광이 나에게 찬란한 빛을 만들었다는 거다. 다시 활력이 생기고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보이니 다음 인터뷰가 기대됐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늘 기대되지만 일적인 측면에서의 또 다른 기대감이 생겼달까. 내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 반응을 영상으로 보니 고쳐야 할 부분들도 보였다.


다시 글로 돌아오면 똑같은 패턴으로 작성될지라도 나의 마음가짐은 달라졌다.


매너리즘은 성장의 기회였다. 계단을 오르는 선처럼, 매너리즘과 같은 평지가 있어야 올라갈 계단을 맞닥뜨릴 수 있다. 평지가 길어서 매너리즘이 길게 느껴질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전진하다 보면 분명, 오르막길이 보인다. 안타깝게도 맞닥뜨린 길은 오르막이다. 해보지 않았던 것을 도전해야 하고 이전보다 더 큰 힘을 들여야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오르고 나면 그만큼 성장한 나를 만날 수 있다.


이렇게 활력을 얻었으니 얼마간 신선함을 갖고 신선함에 신선함을 가미하기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이 이어질 거다. 하지만 또 당연스럽게 매너리즘은 찾아올 거다. 그것을 절망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기회로 삼는다면 차근차근 단계 단계 올라가 성장하는 스스로를 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인터뷰가 될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