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3월 22일 드디어 책이 출간된다. 사회초년생을 보내면서 축적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원고를 썼다. 그러다 보니 여유보다는 뒤에서 사냥개가 쫓아오는 듯한 이야기가 많아졌다. 현재 자신의 삶의 키워드를 힐링이나 워라밸로 잡은 독자라면 내 글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무언가에 대한 분노와 절박함이 있는 독자라면 나와 공감대가 맞을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의 찌질함에 위로받는 독자가 있다면 기쁘겠다.
원고를 다 쓰고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엄마와 아빠였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과 5년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쓰라고 한다면 책 한 권을 쓸 수 있을까. 3년 전에 가족 여행을 다녀온 에피소드 하나 정도가 끝이다. 그만큼 주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낸 기억이 없다.
나는 나를 위해 일했다. 가족 행사는 모두 후순위였고 가족과 밥 한 끼 같이 먹는 시간도 아까워했다. 가족들이 나를 다 이해해 줄 것을 강요했다. 집에 가서 회사 일을 궁금해하는 부모님에게 말 시키지 말라고 하면서 방문을 닫았다. 집에서까지 회사를 떠올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밥을 먹으면서는 업무를 보느라 핸드폰만 봤다. 핸드폰 내려놓고 밥만 먹으라는 부모님께 일하는데 내가 노는 줄 아냐며 성질을 부렸다. 이 책 속에 부모님에게 이야기하지 못했던 집 밖에서의 내 모습이 들어 있다. 책으로나마 중간보고를 하고 싶다.
초등학생 때 가훈을 써서 내라는 숙제가 있었다. 부모님은 우리 집 가훈이 ‘자주독립’이라고 했다. 다음 날 학교에서 발표를 하는데 선생님이 자주독립의 뜻을 물어봐서 나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대학생 때는 용돈을 달라고 했더니 또다시 우리 집 가훈은 자주독립이라면서 나가서 일을 하라고 했다.
그때는 아빠가 용돈을 주기 싫어서 그러는구나 했다. 하지만 사회초년생이 되면서 부모님이 왜 그렇게 자주독립을 외쳤는지 깨닫게 됐다. 경제적 독립이라고 하는 것은 돈을 많이 벌어서 자수성가하라는 뜻이 아니라, 자신이 주체가 돼서 용감히 생활하라는 뜻이다. 사회적 독립이라고 하는 것은 세상에 나를 억지로 맞추는 게 아니라 내가 생긴 모양대로 당당히 맞서라는 뜻이다. 우리 집 가훈의 뜻을 알기까지 꼬박 30년이 걸렸다.
얼마 전 아빠가 내 방에 들어와서 말씀하셨다. “너는 둥그렇지 못한 모난 돌인데 계속 그렇게 살길 바란다.” 모난 딸을 지지해주는 부모님에게 큰 존경을 담아서 글을 마친다.
Side note:
당분간은 출판 과정에 대해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책의 기획자인 다산북스의 윤세미 PD 님과의 이야기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