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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밍키 Jan 01. 2023

2022년 연말소비정산

최저생활비 기록




어렸을  할아버지께서 나를 슈퍼마켓에 자주 데려가셨다. 맛있는 과자를 고르라고 하면 나는 가장 작은  하나의 과자를 들고 왔다고 한다.  많이 골라오라고 해도 나는  이거면 충분하다고 할아버지의 손을 계산대로 이끌었다. 또 생각이 나는 것은 삼촌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준다고 문방구에 데려간 일이다. 나는 정말 필요한  없어서 아무것도 고르지 않았다. 그랬더니 6000원짜리 캐릭터가 그려진 스프링 다이어리를 억지로  손에 쥐어주면서 이걸 사라며 계산대로 데려갔다. 나는 일단  오긴 했지만 필요하지 않은 다이어리에 삼촌이 돈을  것이 찜찜했다. 삼촌이 집에  후에 엄마에게 이걸 다시 환불해서 삼촌에게 주라고 했다. 엄마는 이런 선물은 감사히 써도 된다고 알려줬지만 나는 여전히 탐탁지 않았다. 내가 착하거나 구두쇠여서가 아니라, 나에게 물건이 생기는  내가 사용 가치를 만들어야 하는 굉장히 성가시고 귀찮은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친구들이 128 크레파스 세트를 사달라고 소원을  , 나는 검은색,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 노란색 크레파스만 낱개로 사달라는 초등학생이었다.

만사가 귀찮았던 초딩 시절




여전히 나에게 물건이 생기는 게 귀찮다. 어디 둘 곳도 없어서 처치곤란이고, 바쁜 일도 많은데 이 물건까지 신경 쓰는 시간이 돈보다 더 아깝다. 해외 출장에 가서 동료들과 어쩌다 쇼핑몰에 갈 시간이 생겼는데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나를 보고 대체 한 달에 얼마를 쓰냐며 궁금해했다. 문득 나도 궁금해져서 6개월 동안 내가 필요해서 구매한 물품이 무엇인지 연말 정산의 의미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첫 번째로 소박한 다기 세트를 구매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쑥차까지 합쳐서 총 50000원이 안 되는 금액이었던 것 같다. 성격 상 영수증을 챙기거나 가격을 디테일하게 기억하지 않기 때문에 대략적인 금액을 쓰더라도 이해를 구한다.

하루에 에스프레소를 2잔씩 먹다가 속이 쓰리기 시작해서 올여름에 잠시 커피를 끊었었다.  당시에 마침 제주도 할머니 댁에 내려갔다가 근처에 있는 요가 수업을 들었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잔을 마시며 숨을 고르는 시간이 있었는데 마음이 정갈해졌다. 그때부터 차에 관심이 생겼다. 차에 대해 문외한이라서 '다도레'라는 곳에 방문해서 차에 대한 수업을 간단하게 들었다. 나는 쑥차와 가장  맞는  같아서 선생님을 통해 쑥차를 구매했다. 그리고 차를 내려마실  있는 다기 세트를 샀다. 내가  것은 '여행기'라고 부른다. 다관 ( 주전자) 다완 () 합쳐서 갖고 다닐  있는 1인용 다기 세트이다. 차를 마실  있는 도구뿐만 아니라 커피로 버린 위를 지키고 새로운 취미까지 얻었으니 올해의 유용한 지출이었다.

한 손에 잡히는 여행기


 번째는 ' 줄리앙 전시'에서  포스터이다. 내가 유일하게 물욕이 생기는 곳이 전시회의 굿즈샵이다.  아무래도 대학 시절 한이 맺혀서 그런 듯하다. 아르바이트비로 근근이 생활하던 대학생에게는 전시회 입장료도 큰돈이었고 굿즈 구입은 꿈도 못 꿨다. 사회인이  이후 나는 전시장에 가면 굿즈샵에서 나름의(?) 사치를 부린다. 10월엔 DDP에서 하는 ' 줄리앙' 전시를 가서 엽서를 사려고 했으나 괜히 허세를 부리고 싶어서 대형 포스터를 20000 주고 샀다.

포스터의 액자는 따로 구매

 포스터는 인테리어 소품이 되기도 하지만 나의 행동습관을 고쳐주는 와쳐가 되기도 한다. 망원경같이 생긴  때문인지 방에 있으면 누군가 나를 계속 지켜보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정리, 침대 정리도  열심히 하고 책상에서 공부하다가 딴짓 하려고 한다. 다른 굿즈도 많이 사려면 열심히 살아야지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말이다. 자극제가 되어주는 쓸모 있는 포스터이다.


세 번째는 인바디 체중계이다. 리퍼브 제품으로 20000원이 안 되는 가격으로 구매했던 거 같다. 필라테스를 꾸준히 다니고 있는데 몸의 변화를 좀 더 적극적으로 팔로업하기 위해서 인바디가 가능한 체중계를 샀다. 필라테스 짐에 있는 비싼 인바디기계와 비교해봤을 때 오차 거의 없었다. 몸 관리를 아주 안 하는 스타일이었지만 올여름부터는 매일 아침 인바디를 체크하면서 몸의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요즘 추워서 필라테스에 가기 싫은데 인바디에 올라가서 마음을 다잡는다.

광고 아님...

결론적으로  하반기에 내가 나에게  소비는   가지이다.  합치면 10  정도   같다. 지인 선물이나 모임에서 내는 밥값 많아서 절대적인 지출이 10 원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나에게 쓰는 소비는 매년 크게 줄어들고 있다.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가고자 하는 뜻이 없는데도 말이다. 서른 살이 넘어가면서 옷이나 가방은 이미 쌓인  많아져서  사지 않게 된다. 기초 제품이나 화장품은 고맙게도 선물로 받아 쟁여둔 것이 있어서  필요가 없게 되었다.  방은 이미 수많은 물건으로 가득 차있다. 먼지가 쌓여 나뒹구는 물건을 보면 무언가를 사고 싶은 의욕이 사라진다. 2023년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물건들  무용한 것들을 정리하고, 이미 갖고 있는 유용한 것들을 관리하는 일에 나의 소중한 시간과 돈을 써야겠다.




Side note:

마지막 글을 올리고 벌써 4개월이 지났습니다. 저는 아직 10월을 살아가고 있는  같은데 시간이 이렇게 흐른 것이 믿기지가 않아요.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정말 애썼다는 반증이겠지요. 문명특급 팀은 2022 12월까지도 살아남았습니다. 그래서 2023년의 1월 1일, 오늘은 글도 쓰고 음악도 듣고 발도 뻗고 자려고 합니다. 해피 뉴 이어!

https://youtu.be/bbyN3Y9xMko

EP. 261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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