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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Feb 20. 2024

WRC 스웨덴 랠리, 현대 월드랠리팀의 2연승 질주

현대팀은 누빌의 개막전 우승에 이어 연속 승리를 이어갔다.


스웨덴 랠리의 시작은 1950년으로 현역 WRC 이벤트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오랜 역사를 지녔다. 초창기에는 여름에 열렸지만 1965년부터 겨울로 개최를 옮겼다. 그 덕분에 WRC가 창설된 1973년부터 지금까지 풀 스노 랠리로 명성을 누려왔다. 스웨덴 랠리는 많은 랠리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상황에서도 지금까지 단 4번만 취소되었을 만큼 꾸준히 개최된 것으로 유명하다. 1974년 석유 파동, 1990년에는 기상 이변으로 눈이 녹아 경기를 열 수 없었다. 2009년의 경우 FIA의 라운드 로테이션 정책에 따라 WRC 후보지 중 하나였던 노르웨이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가장 최근에 무산이 된 때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난리가 났었던 2021년이다. 



스웨덴 랠리는 유일하게 눈이 뒤덮인 코스에서 펼쳐지는 경기다


스웨덴 랠리의 특별함은 독보적인 노면 환경에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핀란드의 북극권(Arctic) 랠리가 대신했던 2021년을 제외하면 캘린더 유일의 풀 스노 랠리로서 오랫동안 존재감을 발휘해 왔다. 개최지를 토스비(Torsby)에서 지금의 우메오(Umeå)로 옮긴 것도 바로 스노 랠리라는 정체성 때문이다. 기상 이변으로 기온이 점점 오르면서 2월 개최되는 스웨덴에서조차 눈 부족 상황이 속출했다. 결국 2022년부터 북쪽으로 옮겨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스웨덴 중남부의 토스비 대신 새로이 결정된 개최지가 지금의 우메오다. 


눈이 부족한 게 무슨 대수냐고 하겠지만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스웨덴 랠리는 WRC에서 유일하게 스터드 타이어를 사용한다. 둘레에 금속 팁(텅스텐제)을 수백 개 박아 단단한 얼음과 눈 위에서도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반면에 눈이 파여 흙과 자갈이 드러날 경우에는 타이어가 빠르게 상하는 문제가 있다.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서도 눈이 너무 적으면 안 된다는 의미다.



스터드 타이어의 사용으로 랠리카는 눈 위에서도 고속으로 달릴 수 있다


비교적 코너가 적은 스테이지와 전용 타이어 덕분에 스웨덴 랠리는 극도로 미끄러운 노면에도 불구하고 빠른 스피드를 자랑한다. 반면 보트를 모는 듯한 운전 감각과 완전히 다른 브레이크 포인트에 적응해야만 한다. 이런 랠리 특성 탓에 우승컵은 오랜 세월 스칸디나비안 드라이버의 전유물이었다. 프랑스인 세바스티앙 로브가 2004년 우승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역대 우승 기록은 스웨덴 출신의 스티그 블롬퀴스트(Stig Blomqvist)가 7회로 가장 많고 마커스 그론홀름(Marcus Grönholm)과 비요른 발데가르드(björn waldegård)가 5승으로 그 뒤를 잇는다. 도요타의 라트발라(Jari-Matti Latvala) 감독이 4승을 거뒀으며, 현역 드라이버 가운데서는 세바스티엥 오지에(Sébastien Ogier)가 3승이지만 이번에 참가하지 않았다. 오트 타낙(Ott Tänak)이 지난해 포함 2승, 티에리 누빌(Thierry Neuville, 2018년)과 칼리 로반페라(Kalle Rovanperä, 2022년), 엘핀 에반스(Elfyn Evans, 2020년)가 각기 1승씩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팀은 개막전 우승을 차지한 누빌을 필두로 세 번째 랠리카에 라피를 투입했다


현대 쉘 모비스 월드랠리팀(이하 현대팀)에서는 누빌과 타낙을 투톱으로 두고 세 번째 차에 에사페카 라피(Esapekka Lappi)를 투입했다. 개막전 우승으로 포인트 선두에 오른 누빌은 이번 경기에서 가장 먼저 코스에 나선다. 그 때문에 날씨 예보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 만약 경기 직전에 눈이 많이 내리면 노면 청소를 도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누빌은 “현지에 도착했을 때 조건이 어떨지 봐야 합니다. 만약 지표면이 꽁꽁 얼어 붙었다면 괜찮을 수 있지만, 눈이 많이 내린다면 무척 힘들 겁니다. 아마 5~6위 싸움을 해야 할 수도 있어요. 그립감이 좋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렇다면 우승을 놓고 싸워볼 수 있어요”라고 이번 랠리를 예상했다. 



출전 선수들이 대부분 풀 스노 랠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왔던 만큼 현대팀도 포디엄을 노리기 충분했다


타낙은 개막전 몬테카를로에서 엔진 트러블에 시달리며 4위로 경기를 마쳤다. 아직 새로운 랠리카에 적응이 채 되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결과였다. 지난해 스웨덴 우승자일 뿐 아니라 이번 엔트리 가운데 2승으로 우승 경험이 가장 많은 타낙은 챔피언십 4위로 출발 순서 면에서도 유리하다. 한편, 에사페카 라피는 이번 시즌 첫 출전이다. 지난해까지 풀 시즌 참전했던 라피는 타낙의 복귀에 따라 파트타임 드라이버로 임무를 바꾸었다. 핀란드 출신인 라피는 풀 스노 랠리에 익숙한 편으로 2019년에 2위, 2022년에는 3위로 포디엄에 섰다.



트로피를 놓고 경쟁하는 월드랠리팀 모두 풀 스노랠리에 대응한 최선의 엔트리를 구성했다


도요타는 오지에가 빠지고 로반페라가 이번 시즌 처음 엔트리한다. 지난해 챔피언 로반페라가 휴식기를 가지기 위해 풀 시즌이 아니라 일부 경기에만 참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팀 에이스 역할은 에반스에게 주어졌다. 에반스와 다카모토 가츠타(Takamoto Katsuta) 그리고 로반페라까지 3명이 제조사 포인트를 담당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또 한대의 야리스 랠리1이 참전한다. 바로 개인 참가자인 로렌초 베르텔리(Lorenzo Bertelli)로,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 들어보았을 이름이다. 프라다 가문 상속자인 베르텔리는 자동차 마니아로 유명할 뿐 아니라 10년 이상 WRC에 직접 참가해 왔다. 2022년까지는 M-스포트 포드를 타다가 현재는 도요타 야리스로 차종을 바꾸었다.


M-스포트 포드는 개막전과 마찬가지로 아드리안 포모(Adrien Fourmaux)와 그레고와 뮌스터(Grégoire Munster)를 엔트리. 개막전에서 5위를 차지했던 포모는 팀의 에이스로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반면 뮌스터는 아직 랠리1 머신에 많은 적응이 필요해 보인다. 




2월 15일 목요일 아침. 우메오 북쪽에 마련된 5.42km 스테이지에서 쉐이크다운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선수에 따라 3~5번의 테스트 주행에 도전한 결과 현대팀의 라피가 톱타임을 기록했다. 누빌은 코드라이버 마틴 비데거의 인터콤이 작동하지 않는 문제로 당황했지만 도로 주행용 마이크를 활용하는 기지를 발휘해 무사해 주행을 마쳤다. 첫 번째로 달린 만큼 쌓인 눈덩이를 청소해야 한다는 점도 난관이었다. 라피, 포모에 이어 세 번째 기록을 낸 타낙은 “정찰 주행(Recce) 첫날에는 많은 얼음과 높은 접지력으로 꽤 괜찮았지만 지금은 눈이 조금 내리면서 반대 상황으로 바뀌었어요. 꽤 어렵습니다”라고 평가했다. 



어둠이 내려앉은 우메오 북쪽 스테이지에서 본격적인 랠리가 시작됐다. 사진: WRC (https://www.wrc.com)


목요일 저녁 7시 5분. 해가 저문 우메오 도심 북쪽 숲에 마련된 5.16km의 SS1(우메오 스프린트)에서 본 경기가 시작되었다.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고속 섹션과 직각 코너들이 포함된 가운데, 세 번의 점프대가 관람객들의 흥분을 끌어올렸다. 한 개 스테이지만 달린 첫날은 로반페라가 선두에 올랐고 가츠타와 에반스까지 도요타 트리오가 1-2-3위에 올랐다. 타낙이 4위, 포모와 누빌, 라피가 그 뒤를 이었다. 8위 뮌스터 뒤에는 홈그라운드 팬의 열성적인 응원을 받는 솔베르그가 WRC2 선두에 올라섰다. 그립 부족을 실감한 현대팀은 트랙션 확보를 위해 세팅 작업에 매달렸다.



주최 측은 크레이그 브린을 기리고자 SS2의 이름에 그의 엔트리 넘버를 붙였다


2월 16일 금요일 아침. 참가자들은 우메오에서 서쪽으로 달려 SS2를 준비했다. 이날은 #42 브래트비(#42 Brattby)와 노비(Norrby) 그리고 플로다(Floda) 3개 스테이지를 오전과 오후에 반복한 후 금요일 우메오 스프린트에서 하루를 마감하는 스케줄이었다. SS2~SS8의 7개 스테이지 합계 107.9km 구간에서 경기를 치렀다.


SS2의 원래 이름은 브래트비이지만 지난해 이곳에서 가장 빨랐던 크레이그 브린을 기리는 의미에서 그의 엔트리 넘버를 붙여 ‘#42 브래트비’로 명명했다. 아침 안개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오프닝 스테이지를 잡은 것은 로반페라였다. 현대팀의 라피와 타낙이 그 뒤를 이어 에반스를 밀어내고 종합 3, 4위로 올라섰다. 이어진 SS3에서는 라피가 가장 빨랐다. 종합 순위는 여전히 4위지만 선두와의 시차를 6.6초로 줄였다.



눈 길에서의 고속 주행은 잦은 스핀을 동반하기 일쑤였다. 사진: WRC (https://www.wrc.com)


이번 경기 중 가장 긴 플로다(28.25km)에서 현대팀의 첫 번째 위기가 닥쳤다. 종합 3위를 달리던 타낙이 18.5km 지점에서 눈더미에 휩쓸리며 리타이어한 것이다. 하지만 도요타 역시 웃을 상황이 아니었다. 종합 선두를 달리던 로반페라는 스핀하면서 라디에이터가 파손되어 더 이상 달릴 수 없었다. 그 결과 상위권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가츠타가 선두에 라피가 2위가 되었으며, 에반스, 포모는 각각 3, 4위로 올라섰다. 누빌은 종합 5위였으며 솔베르그(Oliver Solberg), 파자리(Sami Pajari), 린나메(Georg Linnamäe) 등 WRC2 세력이 그 뒤를 이었다. 뮌스터는 타이어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동 공구가 추위에 작동하지 않아 수공구로 작업하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금요일 오후부터 많은 눈이 내리며 정상적으로 달리는 것이 어려워지고 말았다


오후에는 모든 랠리1 참가자들이 스페어타이어를 2개씩 꽉꽉 채워 준비했다. 하늘에서는 많은 눈이 내려 주행을 방해했다. SS5에서 누빌은 같은 코스를 달렸던 오전(SS2)과 비교해 거의 1분이 더 걸렸을 정도다. 랠리1 클래스에서는 라피가 가장 빨랐지만 노면에 계속 쌓이는 눈을 치우며 달리느라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정작 스테이지 톱타임의 주인공은 WRC2 클래스의 린나메였다. SS6 스테이지를 다시 달린 라피가 톱타임을 기록하며 종합 선두 가츠타에 0.3초 차이로 육박했다. 반면 누빌은 연료 압력 문제로 시동이 걸리지 않아 타임 컨트롤(TC)에 지각했고, 40초의 페널티를 받았다. 대신 에반스가 스테이지에 가장 먼저 진입해 노면 청소 담당이 되었다.



라피는 작년 하반기의 아쉬움을 털어내겠다는 듯, 랠리 초반 발군의 주행을 선보였다. 사진: WRC (https://www.wrc.com)


라피는 SS6을 시작으로 SS7에서도 가장 빨랐다. 최장 스테이지 SS7은 해가 지고 눈까지 내려 더욱 까다로웠다. 라피는 어제 달렸던 우메오 도심의 SS8까지 3연속 톱타임을 잡으며 종합 선두로 금요일을 마무리했다. 2위 가츠타와의 시차는 3.2초. 랠리1 출전자들의 리타이어와 사고가 잇따르면서 WRC2의 올리버 솔베르그가 무려 종합 3위까지 올라왔다. 포모와 에반스, WRC2 선수들이 나머지 순위를 채워나간 와중에 누빌은 엔진 트러블에 시달리며 11위에 올랐다.




2월 17일 토요일. 스웨덴 랠리의 3일째 날은 3개 스테이지를 반복해 달리고, 저녁 7시 우메오 스테이지에서 마무리했다. 이 날의 최종 스테이지는 어제까지의 단거리 스프린트에서 연장된 10.08km 길이였다. SS9~SS15 합산 거리 125.96km로 이번 경기 중 가장 긴 하루였다. 이날부터는 현재 경기 순위 기반으로 출발 순서가 바뀌었다. M-스포트 포드 듀오와 베르텔리를 제외한 모든 랠리1 드라이버들이 스페어타이어 하나만 싣고 경기에 나섰다. 


15.65km의 SS9 벤네스(Vännäs)는 스웨덴 국내 랠리에서 애용되어 온 스테이지로 WRC에서는 처음이다. 어제 리타이어했던 타낙이 톱타임을 기록한 가운데 에반스, 로반페라가 그 뒤를 따랐다. 종합 2위 가츠타가 라피보다 빨라 둘의 시차는 이제 0.9초까지 줄어들었다. 포모가 솔베르그를 밀어내고 3위로 부상했다. 



코스 가장자리의 눈 벽은 가이드 역할을 하면서도 리타이어를 부르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 사진: WRC (https://www.wrc.com)


SS10에서는 선두권에 다시 한번 지각변동이 있었다. 가츠타가 코스를 벗어나 눈밭에 처박히며 2위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도로 양쪽에 벽처럼 늘어선 눈더미(snowbank)는 잘만 활용하면 코너를 돌 때 속도를 유지하거나 미끄러운 노면에서 가이드가 되지만, 방심하면 랠리카를 잡아먹는 괴물로 돌변한다. 


가츠타의 리타이어로 선두 라피는 압박에서 벗어났고, 포모가 단번에 종합 2위가 되었다. SS10에서는 로반페라가 가장 빨랐다. 이어진 SS11에서는 자신의 2위 자리가 결코 우연이 아님을 주장이라도 하듯 포모가 톱타임을 기록했다. 1분 이상 시차를 두고 종합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라피는 “과도하게 안전히 주행했어요. 눈벽에 닿지 않게 조심하며 달렸는데, 스테이지 막판에 그립이 너무 없어 눈벽을 이용하기도 했죠”라고 설명했다. 반면 누빌은 오전 내내 적당한 세팅을 찾을 수 없어 고전하는 와중에 인터콤이 다시 말썽을 부렸다. 




SS12부터는 오전 스테이지를 반복해 달렸다. 에반스가 SS12를 잡아 포모와의 시차를 14.7초로 줄였다. 눈이 파헤쳐지며 돌과 흙이 드러나 타이어 마모를 가속시키는 탓에 선수들은 타이어 관리에 신경을 써야만 했다. 오전의 고속 스테이지 SS10(Sarsjöliden)을 다시 달린 SS13에서 누빌이 톱타임을 기록했다. 오전에 비해 페이스가 좋아진 누빌은 남은 2개 스테이지까지 모두 잡아 에반스와의 시차를 1분 안쪽으로 줄였다.


토요일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종합 선두는 여전히 라피였다. 일요일 완주만 한다면 최소한 18점을 챙길 수 있는 유리한 입장. 2위는 놀랍게도 M-스포트 포드의 아드리안 포모였다. 에반스는 그립 부족에 시달리며 포모와의 시차를 줄이는데 실패했다. 누빌은 종합 4위지만 에반스와 59초 차이라 자력으로는 포디엄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새로운 포인트 시스템이 도입되어 일요일 기록만으로도 최대 12점을 챙길 수 있게 되었다. 대신 금요일에 일찌감치 리타이어한 타낙과 로반페라처럼 ‘잃을 것 없는’ 선수들과 피 튀기는 쟁탈전을 벌여야 한다. 


종합 4위부터는 WRC2 선수들의 차지였다. 솔베르그는 오전에 눈더미에 처박혔음에도 클래스 선두를 유지했고 파자리, 린나메, 코르호넨, 헤이킬라, 주나가 뒤따랐다. 주나와 15.2초 차이인 로렌초 베르텔리가 득점권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포디엄 높이를 결정짓는 마지막 일정의 아침이 밝았다


2월 18일 일요일. 4일째를 맞은 스웨덴 랠리가 마지막 결전에 다다랐다. 25.5km의 베스터빅(Västervik)을 반복해 달린 후 토요일 밤에 달렸던 우메오 스테이지에서 경기를 마감했다. SS16~SS18의 3개 스테이지 합산 61.08km 구간에서 최후의 승부를 겨루었다. 


오프닝 스테이지(SS16)을 잡은 것은 로반페라였다. 그 뒤를 에반스와 가츠타와 타낙, 누빌이 이었다. 서비스를 받고 동일한 코스를 다시 달린 SS17에서는 에반스가 가장 빨랐고 누빌과 포모가 뒤따랐다. 포모가 눈더미를 들이박고 손해를 보는 바람에 3위로 내려앉았다. 라피와 에반스와의 시차가 34초인 가운데, 이제 경기는 최종 스테이지 하나만을 남겨두었다. 



누빌은 빗발치는 악재 속에서도 꾸준히 상위권 자리를 유지했다. 사진: WRC (https://www.wrc.com)


토요일 칠흙 같은 어둠 속에서 달렸던 10.08km의 우메오 스테이지에서 한낮의 스피드 쟁탈전이 벌어졌다. 랠리1 클래스에서는 가츠타가 가장 먼저 스테이지에 들어섰다. 로반페라가 톱타임을 기록했고 에반스, 누빌, 타낙, 가츠타가 뒤를 이었다. 누빌은 점프 착지 충격으로 리어 게이트와 윙이 날아간 상황에서도 3점의 추가 점수를 챙겼다. 



안전 제일 주행으로 승기를 잡은 라피는 결국 개인 통산 두 번째 우승을 거뒀다. 사진: WRC (https://www.wrc.com)


라피는 우승에 포커스를 맞춰 안전한 달리기를 선택했다. 그 결과 스웨덴 랠리 우승컵의 주인공이 되었다. 현대 이적 후 첫 우승이자 개인 통산 두 번째 우승이었다. 2017년 핀란드 이후 무려 6년 반 만의 경사였다. 지난해 이적 후 4번의 포디엄 피니시로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라피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리타이어하며 파트타임 드라이버로 내려앉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우승으로 빠듯해진 팀 내 경쟁에서 다소 여유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라피는 지난해의 아쉬운 페이스를 극복하고 라운드 우승을 따냈다.


경기 직후 라피는 “엄청 느리게 달렸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저는 이 두 번째 승리를 오랫동안 기다려 왔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상당히 좋지 않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저를 팀에 남겨 준 시릴 아비테불 감독에게 큰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면 정말 상상할 수 없네요. 이 모든 것이 팀 덕분입니다. 가족에게도 마찬가지로 감사를 표하고 싶어요”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한편, 포디엄은 에반스가 2위, 포모가 3위를 차지하며 3대 제조사가 한자리씩 나누어 가졌다. 에반스는 챔피언십 포인트에서 누빌과의 격차를 3점으로 줄였고, 포모는 개인 통산 첫 번째로 포디엄에 오르며 선배들의 축하를 받았다. 챔피언십 순위에서도 누빌, 에반스에 이어 단번에 3위로 떠올랐다. 




경기 초반 트러블로 순위가 크게 떨어졌던 누빌은 착실한 위기관리를 선보였다. 4위로 경기를 마무리 한 누빌은 에반스와의 점수 차가 줄었지만, 18점을 챙겨 챔피언십 선두를 유지했다. 제조사 순위에서도 현대팀이 도요타를 누르고 포인트 선두가 되었다. 점수는 동률이지만 우승 횟수가 더 많다. 개막전부터 연속 우승을 차지한 현대는 이번 시즌 챔피언 타이틀 획득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여주었다. 



현대팀은 누빌까지 18점을 획득해 제조사 순위도 앞서나갔다


3월 28~31일 열리는 제3전은 멕시코가 빠진 대신 케냐 사파리 랠리로 대체되었다. 지난해 6월에 열렸던 경기가 3월로 옮겼기 때문에 환경이 어떻게 바뀔지도 관심 있게 지켜볼 부분이다. 길이라 부르기 힘든 거친 대지는 변화무쌍한 날씨와 짐승 무리 등 예측할 수 없는 위험으로 가득하다. 지난해 포디엄에 오르지 못했던 현대는 랠리카 개선으로 설욕을 벼르고 있다.




글. 이수진 (자동차 평론가)


1991년 마니아를 위한 국산 자동차 잡지 <카비전> 탄생에 잔뜩 달아올라 열심히 편지를 보냈다가 덜컥 인연이 닿아 자동차 기자를 시작했다. <카비전>과 <자동차생활>에서 편집장과 편집 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자동차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 같은 최신 트렌드를 열심히 소개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름 냄새 풍기는 내연기관 엔진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자동차 덕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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