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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Apr 04. 2024

GV80 쿠페에서 제네시스가 추구하는 고성능을 경험하다

GV80 쿠페를 개발한 연구원들과 함께 직접 경험해 보았다.

제네시스 GV80 쿠페의 진면목을 확인하기 위해 (왼쪽부터)안덕호 책임연구원, 이병학 책임연구원 그리고 이동희 칼럼니스트가 직접 GV80 쿠페를 경험했다


바야흐로 변화의 시대다. 최근 자동차 시장은 전동화가 빠르게 확장되면서 전기차와 내연기관 자동차가 혼재한 상태지만 여전히 고성능을 원하는 인간의 욕심에는 변함이 없다. 몇몇 고성능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 보다 수치상 성능이 뛰어난 경우가 종종 있고, 종합적인 성능도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빼어난 전기차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100년이 넘도록 내연기관 자동차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아쉬움을 모두 달래진 못한다. 결국 내연기관의 기술을 더 발전시켜 성능을 더욱 높이는 것과 배출가스를 줄이며 고성능에 대한 수요를 채워줄 새 기술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동희 칼럼니스트는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GV80 쿠페만의 디자인 매력을 살펴보았다


3.5 터보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이하 3.5T e-SC) 엔진을 탑재한 제네시스 GV80 쿠페는 이런 수요에 꼭 들어맞는다. 본래 SUV는 승용차보다 더 많은 짐을 싣고, 험로를 달리기 위해 만들어진 차다. 이를 쿠페 보디로 바꾼 것부터 고출력 엔진을 얹어 역동적인 성능을 갖춘 것까지, 쿠페형 SUV는 본래 목적을 벗어나 새로운 장르가 된다. 어려운 부분은 여기부터 시작된다. 본래 갖고 있던 SUV의 장점을 최대한 유지하며 쿠페에 어울리는 실력까지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고성능은 쿠페에 반드시 필요한 속성이면서도 환경에 대한 영향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제네시스가 추구하는 고성능을 확인하고자 제네시스 GV80 쿠페, 그중에서도 3.5T e-SC 엔진을 탑재한 최상위 모델을 만났다. 또한 GV80 쿠페를 제대로 경험하기 위해 제네시스프로젝트4팀 이병학 책임연구원과 제네시스전동화연비운전성시험팀 안덕호 책임연구원이 이번 시승에 동참했다. 



이병학 책임연구원은 GV80 쿠페만의 개발 목표에 따라 반영된 다양한 상품성을 강조했다


제네시스 GV80 쿠페의 개발을 담당한 이병학 책임연구원은 쿠페형 SUV의 특별한 존재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GV80는 뛰어난 안전성과 실용성, 그리고 가족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일반적인 SUV 고객들에 맞춰 개발했다면, GV80 쿠페는 독특하고 멋진 디자인과 희소성, 개인 여가생활을 중요하게 여기는 고객이 주요 타깃이었다는 설명이다. 이는 제네시스가 GV80 쿠페의 디자인 차별화와 함께 성능을 끌어올린 배경이기도 하다. 



이동희 칼럼니스트와 이병학 책임연구원은 GV80 쿠페만의 차별화된 디자인 요소를 꼼꼼히 살폈다


우선 외관 디자인은 GV80와 비슷한 듯 완전히 다르다. 좋은 평가를 받은 헤드램프를 제외하면 GV80와 공용으로 사용하는 부품이 거의 없을 정도다. 특히 매끈한 곡선을 그리며 쿠페만의 스포티한 프로파일을 만드는 루프 라인은 적당한 높이의 트렁크 리드 덕에 결코 둔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GV80 쿠페를 후측면에서 볼 때 비슷한 스타일의 경쟁 모델보다 날렵하고 우아하다. 


트렁크 리드에 달린 크롬가니쉬 일체형 보조제동등은 쿠페만의 독특한 디자인을 만드는 것은 물론 후방 시야를 넓히는 효과도 있다. 심지어 경쟁 모델보다 더 넓고 높게 열리는 트렁크는 쓰기에도 편하다. 또한 레드 컬러 모노블록 4P 브레이크 캘리퍼와 듀얼 트윈 타입 리어 머플러는 3.5T e-SC 모델의 고성능을 상징하는 디자인 요소로 기능한다.



D컷 스티어링 휠과 퀼팅 디자인이 반영된 나파 가죽 시트 또한 GV80 쿠페의 전용 사양이다


실내에도 쿠페가 지향하는 고성능 분위기가 잘 반영돼 있다. 날렵한 D컷 스티어링 휠과 카본 가니쉬, 풀 그레인 프라임 나파 가죽 시트에도 쿠페 전용의 퀼팅 디자인이 적용돼 GV80와의 차이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사실 실내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2열 시트다. 열선 및 통풍 기능은 물론이고 동급에서 유일하게 등받이 리클라이닝이 된다. 대체로 쿠페형 SUV가 2열 헤드룸과 트렁크 공간 확보를 위해 등받이를 고정형으로 만드는 것과 달리, GV80 쿠페는 무려 41°까지 뒤로 젖혀진다. 이때 아래 쿠션이 살짝 올라와 엉덩이가 미끄러지는 것을 잡아 편안한 자세를 만드는 것 또한 섬세한 설계가 반영된 결과다. 휠 하우스를 작게 만든 건 어쩔 수 없이 줄어드는 쿠페의 작은 트렁크를 조금이나마 보완하기 위한 방법이다.




상품 기획을 하다 보면 이렇게 선택의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병학 책임연구원은 편안한 시트와 트렁크 공간 확보라는 상반된 요구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고민이 깊었다고 한다. 세단과 달리 개방된 트렁크에서 전달되는 소음을 줄이기 위해 흡차음재를 추가하는 등 여러 곳을 매만져 더 조용하게 만든 것도 2열 승객을 위한 배려다. 



파워트레인 개발을 맡은 안덕호 책임연구원은 3.5T e-SC 엔진의 특징을 자세히 설명했다


물론 핵심은 달리기 성능이다. 그것도 쿠페에 어울리는 종합적인 성능이다. 파워트레인 개발을 담당한 안덕호 책임연구원은 이 엔진에 대해 제네시스 브랜드 플래그십 모델인 G90에 어울리는 성능을 목표로 개발한 엔진이기에 GV80 쿠페에 얹으며 하드웨어 변화는 굳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과거 최고의 엔진 위치에 있던 V8 5.0L 타우 엔진의 뒤를 이어 동등 수준 이상의 정숙성은 물론이고 강력한 퍼포먼스를 동시에 만족하는 것이 3.5T e-SC 엔진의 개발 목표였다고 말했다. 



최고출력 415마력, 최대토크 56.0kgf·m를 발휘하는 GV80 쿠페의 3.5T e-SC 엔진


사실 새 엔진은 기존의 타우 엔진 및 V6 가솔린 3.5 터보(이하 3.5T) 엔진과 제원상 숫자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타우 엔진과 비교할 때 최대토크가 53.0kgf·m에서 56.0kgf·m로 높아지고 최대토크가 나오는 시점이 과거 5,000rpm에서 1,300~4,500rpm으로 낮고 넓어져 자연흡기 대배기량 엔진 특성과 트윈터보 엔진 특성의 차이점이 명확히 보인다. 반면 가솔린 3.5T 엔진과는 최대토크 회전수가 같은 데다 최대토크는 2kgf·m 정도만 높아졌을 뿐이라 숫자로는 달라진 점이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3.5T e-SC 엔진은 저회전 영역에서의 빠른 반응은 물론 고회전 영역에서도 토크가 꾸준하게 분출된다


하지만 가속 페달을 밟아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차이를 바로 알 수 있다. 가속 페달을 살짝 밟아도 차의 반응이 확연히 다르다. 3.5T와 3.5T e-SC 엔진의 변속기 기어비가 최종감속비까지 모두 동일한데도 차를 밀어내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아이들링 회전수인 650rpm부터 3.5T e-SC 엔진의 토크가 10kgf·m가 높은 데다 1,000rpm에 도달하면 그 차이는 거의 15kgf·m로 벌어진다. 이쯤 되면 4기통 1,600cc 자연흡기 엔진이 하나 더 붙어있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또 최대토크가 발휘되는 4,500rpm을 넘었을 때 토크가 떨어지는 정도도 다르다. 최고출력이 나오는 5,800rpm을 기준으로 46kgf·m 정도를 내는 3.5T 엔진에 비해 새 엔진은 50kgf·m를 넉넉히 낸다. 그러니까 출발부터 확실하게 차이를 만들고 고회전까지 꾸준하게 밀어주는 것이 바로 3.5T e-SC 엔진인 것이다.



이동희 칼럼니스트는 3.5T e-SC 엔진의 특성을 자세히 살피며 시승했다


이 차이는 48V 전압을 쓰는 새 장치들 덕분이다. 새 엔진에는 3.5T 엔진보다 큰 터보차저가 적용돼 있는데 이는 저회전에서 과급압이 차오를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터보랙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3.5T e-SC 엔진은 기존의 12V 전원이 아닌 48V 배터리에서 나온 고전압으로 전동식 슈퍼차저를 돌려 터보랙 구간에도 엔진에 충분한 공기를 밀어 넣는다. 여기에 마일드 하이브리드 스타터 & 제너레이터(Mild Hybrid Starter & Generator, 이하 MHSG)가 힘을 보태 가속할 때 응답성을 높인다. 




48V MHSG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었을 때 회생제동을 통해 발전한 전기로 48V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은 물론 확장된 공회전 제한장치(Extended-Idle Stop & Go)의 작동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안덕호 책임연구원은 일반적인 ISG보다 작동 범위가 더 큰 E-ISG는 생각보다 개발이 힘들었다고 설명한다. ISG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차가 완전히 멈췄을 때 시동을 끄고 정지 상태에서 다시 시동을 거는 것과 달리, E-ISG는 차가 시속 25km 이하로 주행 중이라도 가속 페달을 밟지 않은 상태라면 연료를 차단해 차가 멈출 때까지 연료 소모를 줄이는 기술이다. 문제는 완전히 멈추지 않았으나 다시 가속을 하려고 시동이 걸리면 충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결국은 엔진, 변속기와 MHSG의 세 장치가 정확히 맞물려 움직일 수 있도록 새로 제어 로직을 짜야했다고 한다. 고급차에 어울리는 부드러운 시동 느낌 하나를 위해서도 이처럼 많은 노력이 필요한 셈이다. 



안덕호 책임연구원은 3.5T e-SC 엔진의 차별화된 성능과 스포츠+ 모드의 특징을 강조했다


하드웨어가 같은 3.5T e-SC 엔진이라도 적용 차종이 다르다면 세팅의 방향 역시 달라져야 한다. 플래그십 세단인 G90가 여유롭고 부드러운 가속감을 가장 우선에 두었다면, GV80 쿠페는 더 빠른 응답성과 강력한 가속감을 갖춰야 한다. 솔직히 하드웨어 변화 없이 이게 가능한 일일까 의문이 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함께 시승한 안덕호 책임연구원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전자식 슈퍼차저와 MHSG의 작동 범위를 소프트웨어로 제한하지 않고 하드웨어가 낼 수 있는 최대 범위까지 회전속도를 높였다고 했다. 이를 풀어 보면 G90에서는 충격이나 울컥거림을 없애기 위해 최적의 성능을 내는 셈이고, GV80 쿠페의 ‘스포츠+’ 주행 모드에서만큼은 어느 정도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만들었다는 말이 된다. 



GV80 쿠페 3.5T e-SC 모델에 적용된 스포츠+ 모드는 별도의 엔진 맵과 변속 패턴으로 역동적인 성능을 발휘한다


실제로 스포츠+ 모드를 설정하면 아이들링 회전수가 650rpm에서 800rpm 정도로 상향돼 더욱 스포티한 발진이 가능하며, 주행 중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토크컨버터가 미끄러지는 것을 최대한 억제해 더 빠르게 동력을 전달한다. 여기에 트랙 주행에 맞춘 엔진 토크 맵과 더 높은 회전수를 유지하는 변속 패턴으로 차의 캐릭터가 크게 바뀐다. 또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은 상태에서 다음 기어로 변속할 때 일부러 충격을 만들어 더 스포티한 느낌을 전달한다. 모든 것이 부드러운 에코 모드와 역동적으로 반응하는 스포츠+를 오가며 그 차이를 느끼는 것도, 가끔은 뻥 뚫린 길에서 런치컨트롤로 5.4초 만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를 돌파하는 것도 새로운 재미다. 



GV80 쿠페 3.5T e-SC 모델은 강력한 동력 성능에 걸맞은 세스펜션 및 타이어 세팅이 적용됐다


엔진과 변속기의 동력 성능에 알맞는 서스펜션과 타이어로 전체적인 주행 성능을 완성하는 공식은 자동차가 만들어진 이래 변함없는 진리다. GV80 쿠페 3.5T e-SC 모델은 기본 모델은 물론 3.5T 엔진을 얹은 모델과도 서스펜션 세팅이 다르다. 전체적으로 댐퍼의 감쇠력을 높이고 제어 로직을 바꿔 좀 더 든든한 느낌을 준다. 특히 뒤쪽 스프링의 강성을 높였는데, 이는 급가속 때 뒤쪽이 가라앉지 않도록 탄탄하게 버티는 효과를 낸다. 덕분에 스포츠+ 모드에서 자세제어장치의 개입이 줄어들 때 차 뒤쪽을 더 쉽게 흔들 수 있게 되었다. 


일반 도로 시승이라 제대로 달릴 수 없어 아쉬웠는데, 트랙에서라면 코너 직전 ABS가 작동하기 전까지 제동해 차의 무게를 앞으로 옮기고 후륜을 코너 밖으로 빼는 등 적극적인 주행도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성향은 어디까지나 스포츠+ 모드에서 가능한 이야기고 에코나 컴포트 모드에서는 뒷자리 승차감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무엇보다 경쟁 모델보다는 좀 더 편안하고 안락한 것은 분명하다.



이동희 칼럼니스트는 두 명의 연구원과 함께한 시승을 통해 GV80 쿠페의 진가를 확인해 보았다


GV80 쿠페를 개발한 연구원들과 함께 최상위 모델을 경험하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GV80 쿠페는 점점 더 다양하게 확장되는 소비자들의 요구와 세상의 변화에 충실한 차다. 스타일리시한 안팎의 디자인에 편안한 2열 공간까지, GV80 쿠페는 제네시스만의 배려로 가득하다. 여기에 쿠페와 어울리는 성능도 빈틈없이 갖췄다. 48V로 높아진 전압으로 전자식 슈퍼차저를 구동하고 연비와 성능 모두를 높이기 위해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했다. 무엇보다 플래그십 세단인 G90에 적용된 시스템을 구조적인 변화 없이 사용하면서도 큰 차이를 만들어낸 노력이 돋보였다. 그리고 GV80 쿠페 3.5T e-SC는 제원표로는 알 수 없는 특출난 성능을 가진 차다. 특히나 스포츠+ 주행 모드는 말 그대로 ‘스포츠 주행 이상의 역동성과 즐거움’을 즐길 수 있다. 한 엔진에서, 일부러 억제하지 않은 순수한 최대성능을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GV80 쿠페를 꼭 타봐야 할 이유가 된다.



글. 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컨설턴트)

자동차 교육 및 컨설팅 업체 풀드로틀 컴퍼니의 대표이자 자동차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기획. 김장원

사진. 최대일, 김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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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터보 48V 슈퍼차저의 모든 것 | 이론 편〉 GV80 쿠페는 어떻게 고성능 영역에 진입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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