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관리에 왕도는 없습니다.
여름은 자동차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계절이면서도, 자동차의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기 어려운 계절이기도 합니다. 불볕더위와 장마 기간에는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쾌적하고 편리하지만, 여유롭게 세차를 하며 문제점을 확인하기에는 날씨가 너무 덥고 습하니 쉽게 엄두가 나지 않기 마련이죠. 하지만 여름은 장마로 인한 배수 등의 문제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계절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한 번 살펴볼 때 더욱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을 추천하는 이유입니다.
셀프 세차를 즐겨 하시는 분들도 웨더 스트립(Weather Strip)을 닦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부품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웨더 스트립은 각종 도어류와 차체의 밀폐를 돕는 중요한 부품입니다. 자동차의 개구부에 장착된 고무/스펀지/벨벳 재질의 몰딩으로 비, 먼지, 소음 등의 유입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흔히 여닫는 창문의 웨더스트립 도어 벨트나 글라스 런(Glass run)도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하죠.
창문 쪽에 붙은 웨더 스트립 도어 벨트의 경우 주행 중 창문을 여닫으면서 먼지 등의 이물질이 묻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모래 등 입자가 큰 이물질이 묻었을 경우 창문을 작동할 때 짓눌려 소음을 유발하기도 하죠. 따라서 셀프 세차에 나섰다면 웨더 스트립을 꼼꼼하게 닦는 것을 추천합니다.
여름철 자동차 하부에 묻은 검은색 이물질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대부분은 흙탕물 등이 묻은 것이지만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면 타르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아스팔트 도로를 주행할 때 마찰열로 인해 녹은 타르가 차체에 붙은 것이죠. 이는 새로 포장한 도로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끈적이는 특성 때문에 문질러 없애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땐 타르 제거제를 오염 부위에 뿌리고 잠시 기다린 후 닦아내면 됩니다. 강한 힘으로 문지르면 오히려 흠집이 생길 수 있거든요. 장마철에는 빗물로 파손된 아스팔트 조각이 튀면서 차체에 타르를 묻히기도 합니다.
플로어 매트는 자동차의 내장재 중에서 가장 쉽게 오염되는 부품입니다. 신발에 묻은 흙, 먼지, 비 등 여러 이물질이 가장 먼저 닿는 부분이니까요. 그래서 정기적으로 세탁하거나, 탈취제를 뿌리는 경우도 흔합니다. 하지만 장마철에는 조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플로어 매트가 쉽게 마르지 않아 퀴퀴한 냄새가 날 수 있기 때문이죠. 빗물 등으로 인해 플로어 매트가 많이 젖거나 세탁을 했다면 차를 사용하지 않는 날을 정해두고 시간을 들여 바짝 말리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자동차를 평소에 잘 이용하지 않는다면 실내에 제습제를 비치해 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평소 운행이 잦다면 자연스럽게 환기가 되면서 실내 습도가 적당하게 조절이 됩니다. 하지만 차량을 습한 장소에 오래 둬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따라서 여름철 차 안에 제습제를 두면 실내를 건조하게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단, 제습제는 가급적 높이가 낮아 주행 중에도 구르지 않는 제품을 추천합니다. 매번 운전할 때마다 제습제를 빼고 다시 넣기는 어려우니까요.
비 오는 날 김이 서린 창문은 낭만적인 사진의 소재로 종종 활용됩니다. 하지만 운전하는 입장에서는 시야를 가리는 불안 요소 중 하나입니다. 자동차 실내에 생기는 김서림은 에어컨을 켜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에어컨 바람을 싫어하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죠. 그럴 때는 김서림 방지 티슈와 같은 김서림 방지제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에어컨 작동과 함께 외부 공기 유입을 작동시켜 김서림을 최대한 줄이는 것입니다.
와이퍼를 교체하려 봤더니 와이퍼가 후드 아래에 숨겨져 있다고요? 일부 차종은 주행 중 공기 저항과 소음을 줄이기 위해 작동하지 않는 와이퍼 암은 후드 아래로 숨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와이퍼 암을 그냥 들어 올릴 수가 없죠. 이런 차종은 보통 와이퍼 교체 모드를 갖추고 있습니다. 촬영에 사용된 기아 쏘렌토의 경우 시동을 끄고 20초 이내에 와이퍼 레버를 움직여 ‘미스트(MIST)’에 2초 동안 두면 와이퍼 암이 직각으로 올라옵니다.
한편 온라인에 떠도는 차량 관리 팁 중 “와이퍼 블레이드의 에지가 유리에 완전히 밀착할 수 있게 와이퍼 암을 살짝 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와이퍼의 각도가 완전히 틀어져서 보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그럴 이유는 없습니다. 와이퍼 블레이드는 전체 면이 고르게 유리에 닿도록 만들어지는데, 와이퍼 암을 휘면 특정 부분에만 힘이 집중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름철에는 타이어 공기압을 낮추는 것이 좋다”는 말이 있습니다. 날씨가 뜨거운 여름에는 타이어 내부의 공기압이 높아지니 이를 보정하자는 의미죠. 실제로 타이어 공기압은 주행 성능이나 승차감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민감한 운전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타이어 공기압 기준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승차감을 위해 공기압을 조금 낮추거나 고속 주행에 대비해 공기압을 조금 높이는 식이죠.
하지만 정기적으로 타이어 공기압을 확인하지 않는 편이라면, 여름철에 일부러 공기압을 낮추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타이어는 자연적으로 공기가 조금씩 빠져나갈 뿐만 아니라 외부 기온이 떨어지면 타이어 공기압도 감소합니다. 그래서 자주 공기압을 확인하고 보충하는 것이 좋지만 이는 만만치 않은 일이죠. 따라서 적정 공기압을 일 년 내내 유지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공기압이 모자랄 때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 적정 상태에서는 문제가 없으니까요.
또한 타이어를 오래도록 안전하게 쓰려면 정기적으로 위치 교환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동차의 네 바퀴에 달린 타이어는 동일하게 닳지 않습니다. 구동력이 전달되는 타이어가 가장 빠르게 마모되죠. 따라서 앞, 뒤 타이어 위치를 교체해 사용하면 네 바퀴를 고르게 쓸 수 있습니다. 타이어 위치 교환은 일반적으로 1만 km 주행마다 실시합니다. 일반적인 방식은 전후, 좌우를 바꾸는 것입니다. 이는 타이어의 좌우 마모도에도 약간의 편차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방향성이 있거나 비대칭 디자인을 적용한 타이어는 좌우 변경을 할 수 없습니다. 또한, 앞바퀴와 뒷바퀴의 타이어 사이즈가 다른 경우에도 위치 교환이 어렵습니다.
자동차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속도를 줄이는 데만 사용되지 않습니다. 차체 자세 제어 장치(ESC) 모듈의 작동에도 활용되죠. ESC는 차량의 불안정한 주행 상태를 감지하면 필요한 부분에만 순간적으로 제동을 걸어 자세를 바로 잡습니다. 그래서 반응성이 상당히 중요한데, 브레이크 시스템의 브레이크 액이 변질되었을 때는 제성능을 내지 못합니다.
브레이크 액은 주기적인 교체가 필요한 소모품입니다. 흡습성이 있어 시간에 따라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브레이크 액은 배관 내에서만 작동하기에 실린더의 금속 가루가 스며들어 슬러지 등의 불순물이 되기도 하며, 이는 ESC 모듈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브레이크 액을 교체한 지 오래됐다면 서비스 센터에 들러 수분 확인을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 차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지만, 출고하고 세월이 조금 흐른 자동차는 장마철에 엔진 느낌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점화 코일이나 점화 플러그 등의 전기 계통 부품이 노후화 됐을 때 엔진 부조와 같은 고장이 종종 발생하죠. 예컨대 노후한 점화 플러그는 스파크의 세기나 방향성이 떨어집니다. 장마철 실린더 내부에 들어온 습기의 영향을 받을 경우 이런 증상은 더 심해지죠. 흐르기 쉬운 곳으로 이동하는 전기의 특성 때문입니다. 여름철 엔진의 느낌이 평소와 달라졌다면 서비스 센터를 방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선루프와 에어컨에 배수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먼저 선루프 주변의 고무 몰딩은 빗물과 이물질을 막아줍니다. 하지만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빗물이 차서 넘치지 않도록 배수구를 따로 두는 이유죠. 그런데 낙엽과 먼지 등의 이물질이 쌓여 배수구가 막히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배출되지 못한 물이 실내로 유입될 수 있죠. 물이 넘치면 실내에 물자국이 남는 것은 물론, 전자 모듈이 물에 젖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확인 방법은 간단합니다. 선루프를 열고 배수구가 있는 쪽에 물을 붓고, 물이 잘 빠지는지 확인하는 것이죠.
그리고 에어컨을 오래 사용했는데도 바닥에 물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에어컨 배수구 막힘을 의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에어컨 배수구는 일반적으로 차량 앞부분에 자리합니다. 그런데, 이물질로 배수구가 막힌 경우 물을 배출할 수 없어 자동차 실내 바닥에 물이 고이게 됩니다. 내부 침수가 일어나는 것이죠. 확인 방법은 간단합니다. 에어컨을 사용할 때 자동차 앞부분 하부에 물이 떨어지는지만 보면 됩니다.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면 바로 서비스 센터를 찾아 점검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비 내리는 날 자동차를 타고 내릴 때면 내장재나 시트가 젖을까 걱정되기 마련입니다. 물론 내장재와 시트에는 방오, 방수 코팅이 되어 있으므로 약간의 물기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마른 수건으로 부드럽게 닦아내는 것만으로 충분하죠. 하지만 천연가죽의 경우에는 물을 최대한 피해야 합니다. 가죽에 물이 스며들면 유분기가 줄고, 나아가 갈라짐 현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정기적으로 가죽 보호제를 발라 유분기를 보충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시트 내부 폼까지 젖었다면, 시트를 차체에서 분리한 후 건조한 환경에서 완전히 말리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여름철에 에어컨을 켜면 종종 불쾌한 냄새가 날 때가 있습니다. 이는 자동차 에어컨 에바포레이터(증발기)의 습기를 완전히 말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에바포레이터는 에어컨 작동 내내 차가운 상태로 유지되기 때문에 물이 맺히기 마련입니다. 곰팡이와 세균이 살기 좋은 습한 환경이죠. 따라서 에어컨 사용 후엔 습기를 제거할 필요가 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약 5분 전에 에어컨의 A/C 버튼을 눌러 컴프레서의 작동을 멈추고 송풍 모드로 바꿔 주세요. 그리고 외부 공기 유입으로 설정한 뒤 바람 세기를 강하게 작동시키면 습기가 어느 정도 제거됩니다.
애프터 블로우(After Blow) 기능이 달려 있는 차는 위와 같은 습기 제거 과정이 필요치 않습니다. 애프터 블로우는 운전자가 엔진을 끈 상태에서 작동하는 기능으로, 공기 순환용 블로워 모터를 일정 시간 자동으로 구동해 에어컨 내부를 말립니다. 증발기는 물론 공기 통로에 남은 응축수도 말릴 수 있죠. 도착할 때까지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유지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며, 습기 제거 효과 또한 매우 뛰어납니다.
자동차는 수많은 부품으로 이뤄져 도로를 달리는 기계입니다. 그만큼 공을 들여 만들지만, 부품의 노후화 등 세월의 흔적을 피할 수 없죠. 그렇기에 자동차 관리는 중요합니다. 정성 들여 자동차의 곳곳을 확인하고, 노후화된 부품을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고장을 피할 수 있거든요. 그렇다고 자동차 관리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무언가 달라진 느낌이라면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훨씬 쾌적하고 안전한 자동차 생활을 누릴 수 있으니까요.
사진. 최진호
취재 협조. S9모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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