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는 한정된 차체 크기에 쾌적한 실내 공간을 어떻게 마련했을까?
더 기아 EV3의 출시로 전기차 시장은 다시 한번 활기를 띠고 있다. 새롭게 선보인 기아 EV3가 뛰어난 성능과 가치는 물론 합리적인 가격으로 국내 전기차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 EV3의 다재다능한 매력 가운데 많은 고객들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다름 아닌 실내 공간이다. EV3는 생활공간을 지향하는 실용적인 인테리어 디자인과 넓은 공간감으로 탑승객 모두에게 한층 쾌적한 이동 경험을 제공한다.
EV3 실내 공간의 가장 큰 차별점은 1열 공간의 하단부다. 운전자와 동승객이 보다 쾌적하게 머무를 수 있도록 EV3의 1열 공간 하단부는 콕핏으로 가로막혀 있지 않고 발 거주 공간이 온전히 마련돼 있다. 기존의 자동차는 해당 부위에 HVAC이 탑재돼 레그룸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기아는 세계 최초로 THIN HVAC 기술을 개발해 EV3의 실내 공간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기아 EV3에 적용된 THIN HVAC 기술을 알아보기 위해 공조시스템설계팀 이윤형 파트장을 만났다. 한정된 차체 크기를 극복하고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현실화한 THIN HVAC 기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다.
Q. THIN HVAC 시스템은 무엇이며, 해당 기술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이윤형 파트장 | THIN HVAC 기술은 미래 모빌리티의 콕핏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개발이 시작됐다. 오늘날 자동차의 실내 공간은 디스플레이의 대형화, 슬림 콕핏, 플랫 플로어 등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의 이유는 실내 공간의 물리적 공간 확보와 시각적 공간감 확보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HVAC 시스템의 소형화 역시 이러한 수요와 궤를 같이 한다. 본래 HVAC 시스템은 기능적인 이유로 센터페시아 아래에 위치하는데 큰 부피로 인해 고객의 발 거주 공간, 나아가 슬림 콕핏을 구현하는 데 걸림돌이 되었다. 하지만 새롭게 개발한 THIN HVAC 시스템은 높이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우수한 공조 성능까지 갖춰, 자동차 실내 공간 확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Q. HVAC이라는 용어가 생소하다. HVAC 시스템이란 무엇인가?
이윤형 파트장 | HVAC(Heating, Ventilation, & Air Conditioning) 시스템은 차량 실내의 난방, 냉방, 제상, 제습, 환기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핵심 공조 부품이다. 즉 자동차 실내의 쾌적한 온도와 습도, 그리고 공기질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부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복합적인 기능 때문에 HVAC의 부피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가령 전기차의 HVAC 시스템은 냉방 부품인 에바포레이터(증발기), 이너 컨덴서(히트펌프), 고전압 PTC 히터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풍향을 조절하는 다수의 도어 부품과 액츄에이터, 바람을 일으키는 블로워 모터와 팬, 공기를 정화하는 필터, 각종 센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뿐만 아니라 최적의 풍속과 풍향, 온도를 구현하기 위해 HVAC 내부는 복잡한 공기 통로로 구성돼 있으며 에어컨 냄새를 억제하기 위해 응축수 배출에 최적화된 설계도 반영돼 있다.
Q. THIN HVAC 시스템을 완성하기까지의 개발 과정이 궁금하다.
이윤형 파트장 | 개발 초기에 HVAC의 높이를 줄이기 위한 구조 변화에 모두가 공감했지만 공조 성능의 저하와 부피 축소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었다. 먼저 높이를 줄이기 위해 세로로 길게 배치된 열교환기를 가로로 배치하고 도어의 회전 반경을 줄이기 위해 도어를 슬라이딩 타입으로 변경하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을 중심으로 개발을 진행했다. 또한 넓은 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2열 공조의 경로를 완전히 변경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시제품 평가에서 더운 바람과 찬 바람이 잘 섞이지 않거나 에어컨 응축수가 원활히 빠지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따라서 시스템 내부에 별도의 핫 채널(Hot Channel)을 추가해 바람의 온도를 제어하고, 하단부의 케이스 가장자리에 물길을 형성해 응축수를 배출하는 드레인 구조를 적용하는 등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개선해 나갔다. 이 밖에도 품질 관리 툴을 통해 총 84건의 고장 사례를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등 수많은 검증 과정 끝에 비로소 THIN HVAC 시스템을 완성했다.
Q. THIN HVAC 시스템은 기존의 HVAC과 비교했을 때 구조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나?
이윤형 파트장 | ‘높이 30% 이상 축소’라는 구체적인 목표로 개발을 진행한 결과, THIN HVAC 시스템은 구조적으로 많은 변화가 반영됐다. 크게 세 가지의 핵심적인 개발 콘셉트에 따라 개발된 THIN HVAC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구조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첫 번째는 에바코어, 이너 컨덴서, 고전압 PTC 등의 열교환기 부품이 기존의 수직 배치에서 수평 배치로 변경됐다. 두 번째는 풍량을 제어하는 도어 부품의 작동 방식을 회전 타입에서 슬라이딩 타입으로 변경됐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1열과 2열 유로 분리 구조를 통해 2열 토출구의 경로를 전방 대시보드 패널 측으로 형성했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 결과 THIN HVAC은 높이를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아울러 상하 부피의 축소는 1열 승객의 발 거주 공간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Q. THIN HVAC 시스템은 기존의 HVAC과 비교해서 얼마나 크기가 줄었나?
이윤형 파트장 | THIN HVAC 시스템은 내부 구조 혁신을 통해 부피가 대폭 줄었다. 세로 길이는 기존 354mm에서 310mm로 44mm 줄었으며, 높이는 기존 420mm에서 280mm로 무려 140mm 축소했다. 이러한 수치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크기다. THIN HVAC 시스템은 기아 EV3에 세계 최초로 적용돼 슬림한 콕핏을 구현하고 고객들의 발 거주 공간 확보에 큰 역할을 한다.
Q. 냉난방 성능, 풍량, 소음 등 공조 성능면에서도 개선이 이뤄졌나?
이윤형 파트장 | 부피 축소와 더불어 향상된 공조 성능은 THIN HVAC 기술의 핵심적인 효과 중 하나다. THIN HVAC 시스템은 기존 동급의 전기차 대비 풍량은 23㎥/h 증가된 반면 소음은 4.2㏈, 모터 소비전류는 62W 저감 됐다. 또한 소비전류의 감소는 전비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이처럼 우수한 공조 성능은 최적화된 설계에서 비롯된다. THIN HVAC 시스템은 내부 구조의 혁신을 통해 공기 통로를 단순하게 설계하고 통기 저항을 더욱 낮췄기 때문이다. 통기 저항이 낮으면 동일한 팬 모터 소비전력으로 더 많은 풍량을 낼 수 있고 소음은 줄어든다. 이뿐만 아니라 냉난방 성능도 글로벌 경쟁 모델 대비 우세한 결과를 나타낸다.
Q. THIN HVAC 시스템을 적용한 EV3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이윤형 파트장 | 기아 EV3의 대표적인 장점은 1열 공간의 넓은 발 거주 공간(레그룸)이다. 특히 동승석 레그룸이 기존 차량 대비 약 6cm 이상 넓어졌으며, EV3를 경험하는 고객 누구든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기존 차량은 HVAC 시스템이 콕핏의 하부 영역까지 차지했고, 이를 가리기 위해 콘솔 또한 돌출된 형태였다. 하지만 EV3는 넓은 레그룸을 마련해 시각적 공간감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넓어진 공간에서 쾌적한 이동 경험을 누릴 수 있다.
Q. 향후 THIN HVAC 기술의 발전가능성과 활용 계획이 궁금하다.
이윤형 파트장 | 실내 공간의 확장을 위한 HVAC의 소형화는 앞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현대차그룹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가 선보이는 콘셉트카의 콕핏은 공통적으로 매우 슬림한 콕핏을 지향하고 있으며, 동시에 콕핏 하부 공간은 완전히 개방된 상태로 구현돼 있다. 이처럼 슬림 콕핏에 대한 내장 디자인의 수요가 매우 높은 까닭에 HVAC 소형화 기술은 현재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아울러 THIN HVAC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공간 혁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THIN HVAC 시스템은 기아 EV3에 최초로 적용되었고, 향후 출시 예정인 콤팩트 전기차에도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많은 고객들이 THIN HVAC 기술을 적용한 EV3를 통해 한층 쾌적한 전기차 생활공간을 누려보길 바란다.
이처럼 EV3는 기아의 세 번째 전용 전기차 모델로서 섬세한 개발 과정을 거쳐 완성됐다. 특히 이번에 살펴본 THIN HVAC 시스템은 고객에게 보다 쾌적한 실내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세밀한 개선을 진행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V3의 콤팩트한 차체에 담긴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기아의 진보한 전동화 기술은 물론 고객을 배려한 상품성에서 기아 EV3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다.
사진. 최대일, 김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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