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퍼 일렉트릭의 공간 설계를 담당한 연구원에게 그 비결에 대해 물었다.
현대자동차의 엔트리 전기차로 포지셔닝한 캐스퍼 일렉트릭은 차급을 뛰어넘는 상품성과 가치로 가득하다. 특히 캐스퍼 일렉트릭에서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당기는 부분은 바로 실내 공간이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최대 315km에 달하는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를 달성하고도 기존 내연기관 모델 대비 더 넓은 공간을 자랑한다. 한정된 공간의 활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실내 패키지를 매만진 MSV엔지니어링솔루션팀 지정훈 연구원과 함께 캐스퍼 일렉트릭의 공간에 담긴 비밀을 파헤쳐 보았다.
Q. 엔트리급 전기차 모델이기에 공간 확보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지정훈 연구원 I 최근 엔트리급 모델에도 탑승자 편의성을 향상하기 위해 고급스러운 사양과 기술을 탑재하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구현하기 위해 부품이나 제어기를 차량에 탑재할수록 실내 공간은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캐스퍼처럼 작은 차는 더더욱 그렇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기반이 되는 캐스퍼는 현대차에서 가장 작은 차다. 때문에 개발 당시에도 주어진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핵심 포인트로 삼았다. 특히 공간의 최적화를 위해 부품 장착 위치를 mm 단위로 검토하고 평가하면서 개발에 임했다. 이렇게 사양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서 개발했기에 캐스퍼 일렉트릭에 남다른 애착이 있다.
Q. 기존 모델보다 차체를 키우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지정훈 연구원 I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다. 이에 따라 캐스퍼 일렉트릭은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주행 가능 거리를 확보해야만 했다. 당시 개발 목표로 세웠던 주행 가능 거리 수치는 300km 이상이었다. 이를 실현 가능한 배터리를 탑재하려면 차체를 키우는 선택이 불가피했다.
차체를 키우면 경차 규격에서 벗어나 기존 캐스퍼의 장점인 경차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차체 길이를 연장할 경우 충분한 주행 가능 거리와 여유로운 실내 공간 확보도 가능하며, 여기에 경차 혜택 못지않은 전기차 혜택까지 더해진다면 차량의 경쟁력은 충분할 것으로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캐스퍼 일렉트릭은 캐스퍼 대비 휠베이스는 180mm, 전장은 230mm 늘어나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가 최대 315km에 달하는 스펙의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었다.
Q. 캐스퍼 일렉트릭의 공간은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둔 설계인가?
지정훈 연구원 I 공간 활용성 향상에 초점을 두고 실내 패키징을 구성하는 한편, 이를 극대화하는 관련 기능을 적용했다. 가령 늘어난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2열 공간을 확보했고, 기존 모델과 마찬가지로 시트 슬라이딩과 리클라이닝, 전 좌석 풀 플랫 기능을 적용해 2열 거주성을 극대화했다. 또한 다양한 시트 베리에이션을 통해 업무와 일상은 물론 레저까지 폭넓게 사용 가능한 공간으로 꾸몄다.
Q. 기계식 변속 노브 대신 SBW 기술을 적용함에 따라 얻을 수 있었던 이점은 무엇이었나?
지정훈 연구원 I 기존 캐스퍼는 센터페시아 하단에 기계식 변속 노브가 장착이 되어 있었다. 반면 캐스퍼 일렉트릭은 전기차 파워트레인 적용으로 SBW(Shift By Wire) 기반의 전자식 변속 레버를 스티어링 칼럼에 장착하게 됐다. 변속 레버가 옮겨감에 따라 센터페시아에 여유 공간이 생겼고, 이곳에 스마트폰 무선충전기와 V2L 기능을 더했다. 덕분에 편의성과 더불어 전기차 상품성을 높일 수 있었고, 센터페시아가 튀어나온 부분이 45mm나 줄어 운전석과 조수석을 오가는 워크스루 동작도 한결 편해졌다.
Q. 컵홀더의 위치도 바뀐 것 같다. 어떤 부분을 고려한 개선인가?
지정훈 연구원 I 컵홀더를 기존 MM(Medium-Medium)에서 ML(Medium-Large) 사이즈로 키웠다. 이는 테이크아웃 음료가 들어갈 정도의 크기다. 또한 컵홀더에 음료를 넣고 뺄 때 시트 암레스트가 간섭하는 것을 줄이기 위해 컵홀더 위치를 전방으로 30mm 옮겼다. 덕분에 컵홀더 사용성이 큰 폭으로 향상될 것이라 생각한다.
Q. 2열에 직접 타보니 레그룸이 넓어진 것을 크게 체감할 수 있었다. 설계 측면에서 거주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개선을 거쳤나?
지정훈 연구원 I 개발하는 과정에서 캐스퍼 대비 휠베이스 길이가 180mm 늘었지만 하부에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힐 포인트가 높아졌다. 만약 기존 *힙 포인트를 고수할 경우 레그룸을 추가로 확보하는 게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휠베이스가 길어진 정도와 도어 크기, 벨트 라인 높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힙 포인트를 80mm 후방으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레그룸을 23mm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무릎과 시트 사이의 공간도 넓어져 2열 거주성을 큰 폭으로 개선할 수 있었다. 게다가 도어 개구부도 뒤쪽으로 이동하면서 2열 시트의 승하차 편의성도 크게 높아졌다.
*힐 포인트(heel point) : 탑승자의 발이 실내 바닥에 닿는 지점
*힙 포인트(hip point) : 탑승자의 둔부가 시트에 닿는 지점
Q. 2열 공간뿐 아니라 적재 공간도 상당히 넓어진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개선이 있었나?
지정훈 연구원 I 전장이 늘면서 탑승자 공간과 함께 적재 공간의 세로 길이도 100mm 길어졌다. 적재 용량은 내연기관 모델보다 47ℓ 많은 280ℓ로 커졌고, 2열 시트를 가장 앞으로 민 상태에서는 최대 351ℓ에 달하는 적재 용량을 갖추게 되었다. 이는 승차 공간과 적재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늘어난 휠베이스를 분석한 결과다.
자동차 패키징 설계는 여러 제약과 제반사항을 고려하여 한정된 공간을 최대로 활용해야 한다. 특히 작은 차일수록 이를 구성하는 것이 더욱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공간에 엔트리 전기차 그 이상의 가치를 담고자 노력한 지정훈 연구원의 이야기에서 이를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사용자가 한층 여유로워진 캐스퍼 일렉트릭의 공간을 십분 활용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자신만의 공간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최대일, 김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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